‘음료수 착각’ 빙초산 건네 이웃 사망…80대 시각장애인 집유

주성미 기자 2024. 10. 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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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초산을 음료수로 착각해 이웃에 건네 숨지게 한 시각장애인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시각장애인인 ㄱ씨가 빙초산을 비타민 음료수로 착각해 ㄴ씨에 준 것이다.

재판에서 ㄱ씨 변호인은 "음료수 병을 건넨 것은 사실이지만, 시각장애인으로 문자를 보거나 색깔을 구분할 수 없어 그것이 빙초산 병인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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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병. 게티이미지뱅크

빙초산을 음료수로 착각해 이웃에 건네 숨지게 한 시각장애인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4단독(재판장 정인영)은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ㄱ씨에게 금고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시각장애 1급인 ㄱ씨는 지난해 9월 울산 자신의 집 근처 평상에 앉아 이웃과 대화를 나누다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70대 ㄴ씨와 ㄷ씨의 목소리를 들었다. ㄱ씨는 집 냉장고에서 비타민 음료수 병 2개를 꺼내 들고 밖으로 나가 이들에게 건넸다.

음료수를 마신 ㄴ씨는 갑자기 “속이 탄다. 답답하다”고 호소하고 화장실로 가 구토를 했다. 다행히 ㄷ씨는 아무른 증상이 없었다. 옆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이웃은 ㄴ씨가 마셨던 음료수 병을 들고 근처 약국을 찾았다가 “마시면 안 되는 것”이란 약사의 말에 119 신고를 했다.

ㄴ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날 오후 1시30분께 급성 독물중독으로 사망했다.

수사기관 조사에서 ㄴ씨가 마신 병에 ‘식용 빙초산’ 라벨이 붙어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시각장애인인 ㄱ씨가 빙초산을 비타민 음료수로 착각해 ㄴ씨에 준 것이다.

재판에서 ㄱ씨 변호인은 “음료수 병을 건넨 것은 사실이지만, 시각장애인으로 문자를 보거나 색깔을 구분할 수 없어 그것이 빙초산 병인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ㄱ씨가 시각장애인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음식물을 건넬 때 독극물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시력이 나빠 구분할 수 없다면 주변 사람에게라도 음료수 병이 맞는지 물어봤어야 했다는 것이다. 비타민 음료수 빙초산 병은 매끈하지만, 빙초산 병은 주름이 있어 촉감으로도 구분할 수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면서도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이 받은 병의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마셨고, 유족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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