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어느 날, 필리핀 공군기지에 낯선 전투기들이 도착했습니다.
바로 한국산 FA-50PH 12대였죠.
당시 필리핀 공군은 노후한 F-5 전투기로 버텨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등장한 이 '아시아의 신예'가 과연 제대로 된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을 겁니다.
그런데 11년이 지난 지금, 필리핀은 무려 7억 달러(약 9,753억 원)라는 거금을 들여 똑같은 기종의 최신형 12대를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11년 만의 '재구매'는 그 기종에 대한 최고의 찬사나 다름없습니다.
필리핀 공군을 이토록 만족시킨 FA-50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요?
필리핀의 7,641개 섬을 지키는 완벽한 파트너
필리핀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섬을 가진 나라입니다.
무려 7,641개의 섬이 흩어져 있죠. 이런 지형적 특성상 필리핀 공군에게는 넓은 영해와 영공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전투기가 절실했습니다.

2014년 도입된 FA-50PH는 이런 필리핀의 독특한 요구사항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줬습니다.
연료 효율성이 뛰어나 장거리 초계 비행이 가능했고, 레이더 성능도 우수해서 넓은 해상에서 불법 침입기를 탐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죠.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정비의 편의성이었습니다.
필리핀처럼 기술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가에서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전투기보다는, 정비가 쉽고 부품 조달이 원활한 기종이 훨씬 실용적이였죠.
FA-50은 바로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실용적인 워크호스'였던 것입니다.
조종사들의 엄지척을 받은 FA-50
전투기의 진짜 평가는 조종사들이 내립니다.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실제로 조종하기 어렵거나 불편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11년간 단 한 건의 심각한 사고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FA-50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죠.
조종사들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전투기라는 것만큼 중요한 평가가 어디 있겠습니까?
가성비 甲, 동남아시아 전투기계의 아이폰
FA-50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뛰어난 가성비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산 전투기들이 대당 5,000만~1억 달러를 호가하는 반면, FA-50은 그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웬만한 4세대 전투기 못지않은 성능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진짜 경제성은 '라이프 사이클 코스트'에서 나타나거든요.
FA-50은 구매비용뿐만 아니라 운용비용, 정비비용, 업그레이드 비용까지 모두 합리적인 수준을 유지합니다.
필리핀 공군이 지난 11년간 FA-50을 운용하며 실감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죠.
실제로 필리핀 국방부 관계자는 "FA-50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고의 성능을 제공하는 전투기"라며 "마치 스마트폰계의 아이폰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싸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제품이라는 뜻이죠.
2025년형 FA-50의 화려한 변신
이번에 필리핀이 도입하는 FA-50은 11년 전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전투기입니다.
마치 2014년형 스마트폰과 2025년형 스마트폰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업그레이드되었죠.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공중급유 기능입니다.
이제 FA-50은 공중에서 연료를 보급받아 훨씬 더 먼 거리까지 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필리핀처럼 광활한 해역을 커버해야 하는 국가에게는 게임 체인저와 같은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 루손섬에서 출발해서 민다나오섬까지 논스톱으로 갈 수 있게 된 것이죠.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 탑재도 혁신적인 변화입니다.
이전 모델보다 탐지 거리가 2배 이상 늘어났고, 동시에 여러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죠.
또한 다양한 공대지·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어서, 이제 진짜 '다목적 전투기'라는 이름에 걸맞는 성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필리핀 공군 간부는 "새로운 FA-50은 예전 모델보다 3배는 강해진 것 같다"며 "같은 이름을 쓰지만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전투기"라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한국이라는 든든한 파트너십
필리핀의 FA-50 재구매에는 한국과의 특별한 관계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필리핀은 약 30억 달러 규모의 한국 방산 제품을 도입하며, 동남아시아 최대의 한국 방산 협력국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필리핀에 단순히 무기만 파는 게 아니라, 기술 이전부터 정비 지원, 조종사 훈련, 심지어 부품 현지화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업체들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 방식이었죠.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한국 공군과 필리핀 공군 간의 교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필리핀 조종사들이 한국에 와서 직접 훈련을 받고, 한국 교관들이 필리핀에 가서 현지 교육을 담당하는 등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왔습니다.
이런 신뢰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필리핀은 망설임 없이 한국을 다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남중국해의 현실적 선택
최근 몇 년간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필리핀의 안보 환경은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중국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적 팽창으로 인해 필리핀은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게 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필리핀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F-16이나 그리펜 같은 고성능 전투기를 소수 도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FA-50 같은 중급 전투기를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필리핀은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어요. 아무리 성능이 좋은 전투기라도 대수가 적으면 실제 전쟁에서 큰 의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적당한 성능의 전투기를 충분한 수량으로 확보하는 게 더 현실적인 전략이었던 것이죠.
더구나 FA-50은 이미 검증된 기종이라서 도입 후 바로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기종을 도입하면 조종사 재훈련, 정비 체계 구축 등에 몇 년이 걸리지만, FA-50은 그런 과정이 필요 없었습니다.
미래를 내다본 전략적 대박
이번 FA-50 추가 도입 계약은 2030년까지 12대를 모두 납품하는 조건입니다.
이는 필리핀이 단순히 현재의 필요만을 고려한 게 아니라, 향후 10~20년을 내다본 장기적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을 의미하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는 "필리핀의 이번 결정은 FA-50에 대한 최고의 추천서나 다름없다"며 "다른 잠재 고객국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유럽, 중동, 남미 등에서 FA-50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강구영 KAI 사장은 "FA-50은 아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검증된 기종"이라며 "앞으로도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두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결국 필리핀의 FA-50 재구매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던 셈입니다. 11년간 축적된 신뢰와 만족도, 업그레이드된 성능, 합리적인 가격, 든든한 파트너십까지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죠.
이는 한국 방산업계에게 '진정한 고객 만족이 최고의 마케팅'이라는 값진 교훈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