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그린란드 남부와 동해안에 군사 시설을 설치하기로 그린란드, 덴마크와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지속 주장하자 마련된 절충안이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가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그린란드 군사 기지 설치 관련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그린란드 남부 나르사르수아크에 있는 냉전 시대 군사 기지를 재개장할 계획이다. 동시에 덴마크 특수부대 개썰매 순찰대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메스터스비그 동해안 기지에도 병력 주둔지를 마련한다. 소식통들은 협정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고 서명이 완료되기 전까지 세부 사항은 확정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덴마크의 조용한 승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BBC방송 등은 이번 협정을 "덴마크의 조용한 승리"로 평가한 바 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영토와 주권, 자치권 수호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번째 집권 이후 미국이 그린란드를 병합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요구해왔다. 올해 1월에는 그린란드를 두고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절정에 달했고 결국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북극 안보에 나토를 끌어들였다"
로이터통신은 덴마크가 이번 협정을 북극 안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참여시키는 결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 단독 통제가 아니라 동맹 차원의 책임 분담 구조로 틀을 바꾼 셈이다. 덴마크는 그린란드 내 미군 주둔을 수용하되 주권과 자치권은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지 설치가 병합 요구를 대체하는 형태로 정리되면서 갈등의 수위도 일단 낮아졌다.

"냉전 때는 17곳, 지금은 1곳뿐"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냉전 시대 그린란드에 군사 시설 17곳을 유지하고 병력 1만 명 이상을 주둔시켰다고 전했다. 현재 그린란드 내 미국 군사 기지는 미군 150여 명이 주둔한 피투픽 우주 기지뿐이다. 이번에 재개장이 추진되는 나르사르수아크 역시 냉전기 시설이다. 북극 항로 개방과 러시아·중국의 북극권 활동 확대가 맞물리면서, 한때 비웠던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린란드 병합이라는 최대치 요구는 기지 2곳 설치라는 현실적 합의로 착지하는 모양새다. 다만 협정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주둔 규모와 운용 권한을 둘러싼 세부 조항이 향후 쟁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사진 출처=한국일보·로이터 연합뉴스, 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