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사이클의 카테고리에서 크루저는 미국에서 생겨나 미국을 기반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미국을 상징하는 장르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오랜 시간 일본 모터사이클 메이커를 비롯한 다양한 메이커들이 미국의 크루저 시장에 도전하며 시장을 공략했지만 솔직히 그 결과는 미비했다. 덕분에 크루저 장르를 기반으로 한 아메리칸 모터사이클이란 시장은 오랜 시간 난공불락의 요소처럼 인식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많은 모터사이클 메이커들은 포기하지 않고 크루저 시장에 새로운 모델들을 선보이며 꾸준히 시장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대가 바뀌고 시장에도 변화의 기류가 흘렀다. 크루저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 일부 메이커들의 존재감은 여전했지만 소비자들도 세대가 바뀌면서 인식의 변화가 찾아왔고 그런 상황은 크루저 시장에 도전해오던 여러 메이커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혼다의 레블도 처음 등장했을 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라이더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처음 출시됐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가지게 됐다. 특히 레블은 젊은 라이더들에게 꽤나 좋은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는데 레블을 선택하는 젊은 라이더들은 기존의 크루저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인식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남들이 무엇을 선택하든 내가 타기 편하고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레블은 빠른 시간에 혼다의 크루저 라인업을 상징하는 모델로 자리 잡으면서 베스트셀러 모델에 등극했는데 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은 혼다 레블1100 SE DCT 모델이다. 레벨의 두 가지 배기량 중에서는 높은 모델이고 혼다가 자랑하는 DCT 기술이 적용된 모델이며 그 뒤에 붙는 SE는 스페셜 에디션이란 의미다.

디자인은 기존의 레블과 비교했을 때 아주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스페셜모델이라고 했지 풀체인지 모델이 아닌 만큼 고급스러움을 위한 소소한 변경 정도가 이루어졌다고 보면 된다. 일단 DCT가 적용된 모델인데도 보시다시피 비키니 카울이 적용됐는데, 레블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1,100cc 배기량의 DCT 모델에 비키니 카울이 적용된 게 처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혼다코리아가 판매했던 이전 레블의 조합에서 레블1100 MT 스타일에 DCT 기능을 사용하고 싶으면 딱히 선택권이 없었다.

국내 시장에 런칭 했을 때는 딱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는데 한 가지는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이 장착되고 전면 페어링에 하드 타입 새들백이 장착된 투어링 패키지를 포함한 레블1100T DCT가 있었고 나머지 한 가지는 일반 매뉴얼 트랜스미션을 사용하는 기본 사양의 레블1100 MT가 있었다. 국내에서 혼다의 레블1100을 구입하고자 한다면 좋든 싫든 간에 이 두 가지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만일 소비자가 DCT는 포기하기 싫은데 T 버전의 프론트 페어링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 좀 애매해 지는데, 물론 작업을 통해 레블1100 MT 처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T 버전의 프론트 페어링이 개인적인 취향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조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SE 모델이 출시되고 선택권이 추가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문제가 해결이 됐다. 어떻게 보면 이건 처음부터 좀 그렇게 했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지금이라도 SE 모델이 추가돼 선택권이 늘어난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아 보인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T 버전의 프론트 페어링 디자인이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건 소비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시트도 조금 달라졌고 바앤드 미러도 원래는 옵션 개념이었는데 기본으로 장착됐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라디에이터 커버와 포크 부츠 등도 기본으로 장착이 됐는데 이 정도는 두 모델을 나란히 놓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이 힘든 부분이기기도 한 소소한 변화라고 하겠다.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5인치 풀컬러 TFT 계기판이 적용된 게 아닐까 싶은데 액정의 모양이 원형에서 사각으로 바뀌고 크기도 커지면서 아무래도 좀 더 시원스럽게 변형됐다. 레블의 디자인에 약간 클래식한 스타일의 원형 계기판을 선택했었는데 아무래도 스타일 보다는 시인성 같은 효율적인 부분을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도 디자인 보다는 5인치 풀컬러 TFT 계기판이 보여주는 시인성 같은 효율을 중시하는 라이더라면 좋아할 만한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포지션에도 조금의 변화가 있긴 했는데 이건 저도 자료를 보고 알았을 정도로 변화가 조금 미비하다. 핸들바의 위치가 조금 더 높아졌고 라이더 쪽으로 당겨졌으며 풋 스탭의 위치가 조금 더 앞으로 길어졌다고 하는데 사실 이건 자료를 보지 않는 이상 체감하기는 좀 어려운 정도다. 그냥 살짝 세팅값이 달라졌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될 정도의 차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 정도 변화로 라이딩포지션이 크게 달라지거나 타는데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높고 민감해 하는 시트고 역시 시트의 모양이 조금 두꺼워지면서 10mm 정도가 올라가긴 했는데 워낙 낮은 시트고를 자랑하는 레블이니 만큼 이것도 크게 체감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외형의 변화는 이 정도인데 한 눈에 보더라도 큰 차이는 없는 것 같고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DCT 모델에 비키니 카울이 적용된 모델이 추가돼 선택권이 늘어난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도로 위에서 경험하는 레블1100 SE DCT의 느낌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여유라고 설명할 수 있다. 레블을 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엄청나게 편한데 라이딩 하면서 신경 쓸 게 정말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스쿠터만 타다가 크루저로 변경한 라이더가 레블을 탄다고 가정을 해본다면 스쿠터에는 없던 기어 변속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DCT 때문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그냥 편하게 타기만 하면 된다. 스쿠터와 비교한다면 바뀌는 점은 브레이크를 양손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우측 손과 우측 발로 작동해야 한다는 정도의 변화 정도? 그 정도만 적응한다면 사실 적응이라고 할 만한 것 자체가 없다. 특히나 시트고는 웬만한 스쿠터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서 시트고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정말 무조건 앉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도로에서 신호 대기 시 한발 혹은 까치발로 낑낑대던 사람들도 발뒤꿈치가 다 닿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레블 1100 SE DCT의 느낌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여유라고 말하고 이 부분을 강조했는데 초보자들 입장에서는 이게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사실 여유가 있어야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라이딩의 재미도 느끼고 이런저런 기능들도 좀 만져보고 바꿔가며 타는건데 솔직히 타면서 여유가 없으면 이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클러치도 잡아야 하고 기어도 변속 해야하고 지금 기어는 몇 단인지 시동은 꺼지지 않을까 초보 때는 누구나 노심초사 불안해하며 걱정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여유가 없으면 재미도 없을 수 있고 이게 심하면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초보 때는 다들 그렇다. 선택할 수 있는 주행모드가 몇 가지 있고 아무리 성능 좋은 오디오가 장착된 크루저를 타면 뭐하겠는가, 심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건드려보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마음속에 시동이 꺼지지 않을까, 가고서는 내 주행이 남들 눈에 어색해 보이지는 않을까, 사람들이 초보라고 우습게보 지는 않을까 하는 상황에서 그런 것들을 시도 해볼 여유가 없는데 좋은 기능들이 많으면 뭐하겠느냐는 소리다. 하지만 레블1100 SE DCT를 타면 아무리 초보라도 그런 과정을 건너뛰고 여유라는 사치를 부려도 된다. 신호에 걸렸을 때 막 주행 모드도 바꿔 보고 이런저런 기능들 막 건드려 보면서 재미있게 타도 된다. 물론 베테랑 라이더 분들은 이런 부분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초보 라이더라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충분히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레블 1100 SE DCT의 배기량 1,087cc 직렬 2기통 엔진은 7,250rpm에서 최고출력 88마력을 보여주고 최대토크는 4,750rpm에서 10kgf.m의 힘을 발휘한다. 조금 더 까다로워진 유로5+배기배출가스 인증 기준을 맞추면서도 최대출력이나 최대토크는 크게 변화가 없다. 오히려 출력이 1마력 늘었을 정도로 차이는 딱히 없는데 사실 레블을 타고 있는 사람들은 공감 하겠지만 레블은 이런 스펙상의 숫자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모델이다. 스로틀을 쥐어짜며 고속으로 타는 모델도 아니거니와 특히 레블 1100 SE DCT 같은 모델은 프론트 페어링이 없으니 바람의 저항 때문에 고속으로 달리지도 못한다.

그냥 한없이 편하고 여유롭게 즐기면서 달리는 성향의 모델이기 때문에 유독 이런 숫자들이 이 모델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든다. 편하고 여유로운 주행 스타일에 맞게 서스펜션의 세팅도 무척 편하고 제동성능도 뛰어난 편이다. 엔진의 성격부터 그 모든게 정말 초보자가 타기에도 부담이 전혀 없고 경험이 많은 라이더가 타더라도 거슬리는 부분 하나 없이 정말 편하게 타기에 딱 좋은 그런 모델이다.

개인적으로 DCT가 장착된 레블은 경쟁모델이 없다고 생각한다. 타면서도 계속 생각했지만 솔직히 대체제가 없다. 타사의 입문형 크루저들하고 비교하려고 해도 DCT라는 독보적인 기술 때문에 비교하기가 참 뭐하고 직접 타보면 그런 모델들의 지향점이나 가고자 하는 방향성하고도 완전히 다르다는걸 알 수가 있다. 경쟁모델이라고 언급되는 모델들을 타보면 알겠지만 추구하는바가 완전히 다른 모델이라 그런지 경쟁모델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모델을 개별소비세 인하 가격 기준으로 1,515만 원에 탈 수 있다는건 정말 훌륭하다고 본다. 같은 혼다의 125cc 스쿠터의 대명사인 PCX 가격이 오백만 원을 넘네 안넘네 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 배기량에 이 정도 성능에 이 정도 스타일의 모델이 이런 가격이라면 편하고 부담 없는 라이딩 스타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이만큼 매력적인 모델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해보면 혼다의 레블이 왜 전 세계 시장에서 그렇게 빠르게 많은 판매고를 올렸고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여줬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레블의 상품성은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고 또 대단하다고 보이고 타기 쉽고 편한 모터사이클을 찾고 있는 라이더라면 꼭 시승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