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가 장을 보러 나가면서 장바구니를 두 개 챙겼습니다. 둘이 사는 집에 무슨 장을 그렇게 보나 싶었습니다.궁금한 마음에 조금 떨어져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멈춘 곳에서 저도 걸음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늘 두 개씩 챙기는 장바구니
아내는 몇 달 전부터 장을 볼 때마다 장바구니를 두 개 들고 나갔습니다. 돌아올 때는 늘 하나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어디에 두고 왔는지 말하지 않았습니다. 물어보면 그냥 가게에 맡겨 두었다고만 했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날은 조용히 따라나섰습니다.

뒤따라가서 본 광경
아내는 시장에서 장을 본 뒤 아파트 뒤편 작은 동으로 걸어갔습니다. 그곳 일 층에는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 아내는 두 번째 장바구니를 문 앞에 내려놓고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할머니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한참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무릎이 불편해 시장에 가기 어려우신 이웃을 아내가 몇 달째 챙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함께 들게 된 장바구니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내는 대단한 일도 아닌데 자랑처럼 들릴까 봐 그랬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괜히 부끄러워졌습니다. 그 주부터는 두 번째 장바구니를 제가 들고 따라갑니다. 할머니께서는 이제 우리 부부가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신다고 합니다.

오래 함께 산 배우자에게도 아직 모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조용히 하는 선한 일은 드러내지 않아서 더 귀하게 느껴집니다.배우자가 말없이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한 번쯤 곁에서 함께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 자리에서 서로를 더 깊이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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