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진탕 의심 선수 즉시 안 뺀 이란…거센 비판 여론

박찬근 기자 2022. 11. 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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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의 뇌진탕 증세가 의심됐는데도 즉시 그라운드 밖으로 빼지 않은 이란 축구대표팀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뇌진탕 증세를 보이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이 유명무실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이란과 잉글랜드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에서는 전반전 초반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이란의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는 전반전 킥오프 이후 10분도 되지 않아 골문 앞에서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의 머리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치며 쓰러졌습니다.

호세이니는 이내 일어났지만 코에 출혈이 발생한 베이란반드는 한참을 누운 채 치료를 받았습니다.

베이란반드는 일단 다시 골대 앞에 섰지만, 결국 전반 20분 뇌진탕이 의심돼 백업 골키퍼 호세인 호세이니로 교체됐습니다.

경기를 중계하던 영국 공영방송 BBC의 해설위원이자 잉글랜드 대표 출신인 저메인 제나스는 "베이란반드가 계속 뛰는 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경기장에 있으면 안 된다. 마치 베이란반드가 계속 그라운드에 있어야 한다는 강요를 받는 것 같다"고 꼬집은 제나스는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베이란반드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금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라고 질타했습니다.

스포츠 매체 디애슬래틱에 따르면 경기 후 케이로스 감독은 코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던 베이란반드가 '심각한 뇌진탕' 증세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습니다.

케이로스 감독은 "출혈을 멈출 수 없었다. 코가 부러진 것과 관련된 출혈로 보였다"며 "교체를 위한 준비를 마쳤을 때 출혈이 멈췄고, 그래서 더 뛸 수 있을 것이라 봤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잠재적으로 뇌진탕으로 보이는 일부 증상이 있었지만 명확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1분 후 선수는 더 뛸 수 없는 상태가 됐고, 심각한 뇌진탕을 겪었다. 추가 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코 부위 골절과 뇌진탕 증세를 명확하게 판정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설명입니다.

FIFA 규정에 따르면 뇌진탕이 의심되면 즉시 선수를 경기장 밖으로 빼낸 후 추가 검사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때 나간 선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들어간 선수가 계속 뛰게 될 경우 기존 5명까지인 교체 인원에 예외를 둬서 '6명째 교체'로 인정해줍니다.

아울러 FIFA는 이번 대회부터 뇌진탕 증상을 잡아내는 역할을 받은 전문가들이 관중석에 배치해 경기를 세심히 관찰하도록 했습니다.

또 각 팀 의료진이 충돌 장면 등 확인을 위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안전장치에도 베이란반드가 경기를 계속 뛰는 일이 벌어지자 FIFA의 규정이 유명무실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뇌진탕 방지 등을 주창하는 영국 시민단체인 헤드웨이의 임시 회장인 루크 그릭스는 성명을 통해 "FIFA 월드컵에서 뇌진탕 보호 규정이 처음 시행된 사례였지만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베이란반드는 1분이 아니라 1초도 경기장에 머물러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FIFA는 이와 관련한 디애슬래틱의 질의에 "월드컵에서 모든 선수의 건강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면서도 "뇌진탕의 진단, 관리에 대한 최종 책임은 각 팀 의료진에 달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은 현지 뉴스포털 카바르온라인을 인용, 병원으로 이송된 베이란반드가 대회에 더 출전하기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첫 경기를 잉글랜드에 2대 6으로 대패한 이란은 오는 25일 저녁 7시에 웨일스와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를 치릅니다.

(사진=연합뉴스)

박찬근 기자ge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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