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 첫 기자회견, “우리 아이는…”
[앵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오늘 처음으로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억눌러왔던 슬픔과 안타까움을 쏟아냈는데,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백인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유족 28명이 모인 기자회견장.
젊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은, 수시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참사 바로 다음 날, 딸이 가고싶어 했던 회사의 '합격 통보' 문자를 받았다는 아버지도 있었습니다.
[고 이상은 씨 유족 : "공인회계사 합격하고 아빠 나 합격했어 하고 울먹이던, 핸드폰에 녹음된 너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통곡했는지 모른다."]
늦은 밤 대문을 미는 바람 소리에도, 자식이 남기고 간 전화기에서 새벽마다 울리는 알람 소리에도, 고인이 살아돌아온 것만 같은 착각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고 이민아 씨 유족 : "지금도 밤이 되면 딸이 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기도…."]
[고 이남훈 씨 유족 : "(아들 휴대전화에서) 새벽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 알람이 울리더군요. 일하다 허리 아픈 것도 참아내고 새벽잠 이겨가며 그저 열심히 살아가며 노력했던 아들이 하루 아침에 이제는 제 곁에 없습니다."]
평범하고 건실했던 청년들의 애끊는 사연, 유족들의 억눌러왔던 슬픔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회견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유족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철저한 책임 규명과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 그리고 피해자 참여가 보장되는 진상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고 송은지 씨 아버지 : "꽃다운 우리 아들 딸들 생명의 촛불이 꺼져갈 때 뭐하고 있었냐고 묻고 싶습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최근 이태원 참사 관련 CCTV와 경찰 무전기록 등을 보존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데 이어, 유족들의 소송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유가족 법률 지원을 담당하는 특별기구를 출범시킬 방침입니다.
오늘 기자회견과 별도로 또 다른 유족 20여 명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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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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