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페어웨이, 깊은 러프… “어려워도 재밌다” 이런 대회 늘어야

민학수 기자 2024. 10. 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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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2R까지 언더파 3명, 11오버파까지 예선 통과
4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GC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2라운드 1번홀에서 황유민이 그린을 보고 있다. /KLPGT
팬들에게 인사하는 박도영. /KLPGT

첫날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108명 중 6명. 이틀째는 3명으로 줄었다. 황유민(5언더파), 박도영(4언더파), 윤이나(2언더파) 등이다. 컷을 통과한 공동 61위 점수는 11오버파 155타. 가혹한 코스 세팅으로 유명한 US오픈 이야기가 아니다.

3일부터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6763야드)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은 6700야드가 넘는 긴 전장에 발목이 잠기는 깊은 러프, 개미허리 같은 좁은 페어웨이, 단단하고 빠른 그린으로 무장했다. 이번 대회 페어웨이 너비는 15~25m, 러프 길이는 15~20cm, 그린 빠르기는 스팀프미터 기준으로 3.5m다. 대회를 여는 후원사인 하이트진로가 직접 운영하는 골프장이어서 매년 대회 준비에 최우선을 두고 만전을 기한다.

4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GC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2라운드 1번홀에서 윤이나가 파세이브 후 홀아웃 하고 있다. /KLPGT

이렇게 질기고 깊은 러프에서는 공을 바깥으로 꺼내기에 급급해져 적어도 0.5타 이상 1타에 가까운 페널티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드라이버 샷이 장기인 윤이나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우드 티샷을 하는 곳이 여러 홀 있을 정도다. 윤이나는 “러프에서는 공을 페어웨이로 안전하게 꺼내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올해는9 월에도 열대야가 최장기간 지속될 정도로 찜통더위가 3개월 이상 이어졌다. 지난여름 국내서 열리는 남녀 골프 대부분이 페어웨이에 공이 떨어지면 공을 닦고 공이 있던 자리 주변 치기 좋은 곳에 옮겨 놓을 수 있는 프리퍼드 라이 규칙을 적용했다.

갑자기 이렇게 어려운 코스 세팅을 하면 오히려 실력에 따라 성적이 가려지는 코스의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운의 요소가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2라운드 선두 황유민과 3위 윤이나는 장타력과 정확성을 갖춘 최정상급 선수다. 1라운드 선두 박도영도 이번 대회에서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박지영, 박소현, 박현경 등 올 시즌 3승을 거둔 선수들이 상위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상당수 대회는 대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내장객을 받는 골프장에서 열린다. 그러다 보면 주말 골퍼의 경기 진행 속도를 늦추고 불평을 살 수 있는 깊은 러프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린 빠르기도 너무 빠르게 할 수 없다. 국내 투어 대회 수가 예전의 두 세배인 30개 이상 열리는 데도 국내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이런 상황과 밀접하다.

여자골프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 여자골프는 몇 년 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에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해도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드물다. 우승 경쟁과 관계없는 30위권 언저리에 머물렀다. 갑자기 어려워진 코스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다. 모든 대회를 블루헤런처럼 세팅할 필요는 없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가혹한 US오픈의 코스 세팅을 선수들이 모두 공정하다고 반기는 것도 아니다. “도저히 공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고 빠른 그린에서 어떻게 경기를 하자는 것이냐”는 반론이 거셌다. 정상급 선수들의 대회 보이코트 움직임이 있어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곤혹스러운 입장이 된 적도 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같은 뚜렷한 원칙을 갖고 코스 세팅에 정성을 쏟는 대회들이 더 늘어야 한다. PGA투어 4대 메이저 대회도 각각 특색이 다르다.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높은 마스터스와 황량하고 거친 링크스 코스에서 열리는 디오픈, 선수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US오픈, 정상급 선수들부터 티칭 프로들까지 고루 경쟁할 수 있는 PGA챔피언십은 다 다르지만, 자신들의 원칙에 충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KLPGA투어에도 최다 언더파 기록이 나오기 쉬운 코스와 이븐파가 우승하는 코스까지 다양성이 있으면 좋다. 하지만 투어 수준의 코스에서 대회를 열어야 한다. KLPGA투어에서 우승하는 실력이면 LPGA투어 어디에서도 우승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글로벌 투어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KLPGA투어가 국제표준의 변별력을 갖춘 ‘꿈의 구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다. PGA투어는 ‘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매년 TPC소그래스에서 연다. 이 코스는 PGA 투어가 직접 운영하며 일반 내장객도 받는 코스다. 하지만 코스 관리가 엄격해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기에 손색없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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