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책 쏟아내는 중국…문제는 정치야! [노영우의 스톡피시]
밀림을 탐험하다 늪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 때는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릴수록 몸은 더 깊이 들어간다. 이럴 때일수록 허우적거리는 행동을 멈추고 늪을 끌어안듯이 엎드려 가능한 한 수평으로 최대한 넓게 몸을 늪에 밀착시켜야 한다. 그다음 천천히 기어서 나오는 것이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실제 빠지면 당황해서 이런 방법을 적용하기가 쉽지는 않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불황의 늪에 빠졌을 때 허우적거리면 더 깊은 불황에 빠진다. 경제의 근본으로 돌아가 천천히 조금씩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이 닥친다. 하지만 과거 세계 경제의 역사는 성공보다 실패의 사례를 더 많이 보여준다. 요즘 중국 경제가 꼭 그렇다.
중국이 9월말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5%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것을 목격한 직후부터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추고 대출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돈을 푼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이 돈으로 자금을 공급한다. 아울러 시중은행을 통해 주식을 직접 사들이도록 유도하는 소위 ‘특융’방식의 대책도 내놨다. 이런 대책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GDP) 마지노선인 5%가 위협 받게 된 것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게 된 표면적인 배경이다.
최근 중국이 내놓은 경기부양책
중국 성장 동력의 문제는 여러 각도에서 제기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의 일본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1990년대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여러 근거가 있다. 먼저 중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연초 연2.9%에 달했던 중국국채 30년물 금리는 계속 떨어져 10월21일에는 연2.31%를 기록했다. 10개월 새 0.6%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일본 국채 30년물 금리는 연초 1.6%선에서 연2.15%까지 오른 상태다. 장기국채의 금리 하락은 중장기 경기 둔화 가능성을 상징하는 지표다. 조만간 중국과 일본 간 장기국채 금리가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보다 경제성장 단계가 한참 낮은 중국이 장기 국채 금리가 일본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경제에도 이 지표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은 GDP갭률 통계가 없어 이 지표 대신에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을 감안해 일본화 지수를 산출했다. 중국의 경우 이 지표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지수가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저물가 저상장 저금리 상황에 근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일본화지수’는 1990년대 이후 10%내외를 기록했다. 경제가 역동적으로 굴러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지수는 2014년 8.1%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하락속도가 빨라져 2023년에는 3.6%까지 떨어졌다. 일본의 1990년대 상황과 오버랩 된다. 일본은 이 지표가 1980년대에는 10%를 넘었다. 하지만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해 1994년에는 2.5%까지 떨어졌다. 이후 장기 불황에 빠지며 지표가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중국도 향후 이 지표는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이 장기간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구조를 답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정부가 돈을 푸는 것은 몸이 약해진 사람에게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 것과 같다. 일시적으로 힘이 돌아오게 만들지만 약효가 떨어지면 몸은 더 약해진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는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을 중심으로 하강과 상승을 반복한다. 정부의 재정·통화정책은 경기 하강기의 진폭과 기간을 줄일 수는 있지만 기초체력을 강화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곧 한계에 부닥친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발표된 직후 상하이종합지수는 일주일도 안 돼 27%나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경기부양책의 한계가 노출되면서 다시 6% 하락하며 증시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그만큼 시장이 중국의 정책에 대해 반신반의 하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면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그 다음에는 더 센 정책을 내놔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일본의 경우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떨어뜨리고 돈을 아무리 풀어도 실물경제가 되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장기간 빠지면서 ‘잃어버린 30년’이 진행됐다.
다른 문제는 자율적인 시장경제 시스템과 일당독재를 넘어 1인 독재로 향하고 있는 중국 정치사이의 모순이다. 개발도상국의 발전 단계를 보면 1인당 소득 1만 불 정도까지는 정부주도 경제로 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주도 경제만으로 소득2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이 된 사례는 없다. 경제발전 단계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민간 영역의 창의력과 자율성에 의존하는 측면이 크다. 중국은 중앙집권적 경제 전략과 시장경제가 나름대로 절충을 이룬 시스템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중국의 1인당 소득은 1980년 300달러에서 2023년 1만2000달러로 40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규모와 발전정도를 감안할 때 이제 중앙집권적 통제는 효율성보다는 비효율성을 낳는 상황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다원화되고 정치적 민주화가 발전하는 사회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상은 정치적으로는 1인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하고 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중국 사람들이 꿈꾸는 ‘중국몽’의 1단계로 2021년까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고 건국100주년인 2049년에는 미국을 뛰어넘는 세계 최강 대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1단계는 성공했다. 중국은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하지만 미국을 뛰어넘는 경제대국으로 가는 길엔 큰 암초를 만났다.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은 무역압력을 한층 강화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유럽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도 중국의 불공정무역에 대한 문제제기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무역기구(WTO)의 느슨한 질서에 편승해 수출을 통해 세계 제조업을 장악한 중국의 입장에서는 만만찮은 도전이다. 아울러 중국 내부적으로도 시장경제 규율을 확립해 민간부분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내외부의 도전을 시진핑 개인의 지배력을 강화해 돌파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중국 내외부는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과거 독재 정부가 내세운 정치과 정책의 ‘효율성’만으로는 복잡한 중국 내외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최근 중국 상황은 보여주고 있다. 중국 경제가 늪에서 헤어 나오는 묘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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