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카지노> 속 ‘미자’라는 인물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윤하라는 배우의 얼굴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최민식 앞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날리던 필리핀 술집 마담. 단 몇 장면만으로 ‘현지 캐스팅 아니냐’는 말을 들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정윤하는 단아한 이미지의 광고 모델로 먼저 얼굴을 알렸다.
'LG 공식 모델'로 가전 광고에서 자주 등장했고, 이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시작으로 연기자로 전향했다.
그 뒤로는 <마인>, <인간실격>,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그리고 영화 <서울의 봄>, <파묘>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조금씩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왔다.

정윤하의 일상은 배우라는 직업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순간으로 가득하다.
스스로 ‘잡생각이 많아지기 전에 몸을 움직이자’고 결심하고, 직접 쿠팡 새벽배송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강남구 일대를 새벽 6시까지 돌며 하루 50개씩 물건을 배달했고, 주말을 제외한 20일 만에 통장에 꽂힌 돈은 정확히 100만 원이었다.

육체노동을 하며 얻은 건 단순한 수입이 아니었다.
‘화폐의 가치’, ‘몸을 움직일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 ‘잡념 없는 집중’ 같은 것들이 배우로서의 자신을 채워줬다.
이 외에도 그녀는 제주에서의 한 달 살이, 호텔 서빙 아르바이트, 골프, 스킨스쿠버, 필라테스 등 관심 가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직접 부딪히며 살아왔다.

<카지노> 속 정윤하의 ‘미자’는 그냥 탄생한 캐릭터가 아니다. 단지 유흥업소 마담이라는 설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전사를 만들어나간 결과였다.
회장님 접대용 고급 마담이 아니라, 산전수전 다 겪고 필리핀까지 밀려온 사람.
콧소리가 아니라 거친 숨결로 말하는 여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리얼리티를 위해 직접 유흥업소를 찾아가기도 했고, 감독과 긴 대화를 나눈 끝에 방향이 정해졌다.
결과적으로는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강한 여운을 남겼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 미자 배우 누구냐”는 궁금증이 이어졌다.

화려한 무대 뒤, 정윤하는 아무도 몰랐던 싸움을 이어오고 있었다.
2023년, DKA(당뇨병성 케톤산증) 진단을 받고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정확한 조직검사에서 ‘양성 종양’ 판정을 받았다. 암이었다.
하지만 최근, 안타깝게도 재발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SNS를 통해 공개한 소식에서 그녀는 “도저히 감정을 숨길 수 없어 끄적끄적 적어본다”며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투병을 밝힌 이유도 ‘뭐라도 하고 싶어서’였다.
아프다고 울고 있는 대신,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 함께했던 현장,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기 위해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파묘>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계의 기록을 새로 썼다.
정윤하는 이 영화에서 박지용(김재철)의 아내 역으로 등장했다. 짧지만 흐름에 꼭 필요한 장면을 소화하며, 또 한 번 “저 배우 누구냐”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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