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선' 박희선 "스티브 잡스가 롤모델인 공대생" [인터뷰]

유수경 2024. 9. 2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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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회 미스코리아 '선' 당선자 박희선
카네기 멜런 대학교 정보시스템학과 재학 중
"K-뷰티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게 꿈... 롤모델은 스티브 잡스"
박희선이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매력을 드러냈다. 글로벌이앤비 제공

어린 시절 유학 경험으로 일찌감치 넓은 세상을 접하게 된 박희선은 공대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유명 공대에 진학했다. 여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카네기 멜런 대학교에서 정보시스템학을 전공 중인 그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하며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박희선은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됐고, 나 자신에 대해 더 알게 된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24일 글로벌이앤비(GLOBAL E&B)가 주최한 '제68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에서 스무 살의 박희선은 '선'의 영예를 안았다. '진'은 김채원(22·서울 경기 인천·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이 차지했고, '미'는 윤하영(22·대전 세종 충청·이화여대학교 무용과)이 당선됐다. 올해 대회는 MBC 플러스미디어와 함께 3부작 리얼리티 콘텐츠로 제작했으며, MBC에브리원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박희선은 29일 오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키가 크고 길쭉하다 보니까 주변 어른들이 '나중에 미스코리아 나가봐라'라는 말씀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은연중에 생각은 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유학을 가서 캐나다, 미국, 한국을 오가며 살면서 대회를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며 "대학교 3학년 올라가면서 미래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다. 공부만 해서 취업하기보다는 원래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 끼도 있어서 K-뷰티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없을까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미스코리아가 떠올라서 출전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 당선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박희선은 "심사 전날 준비를 하느라 한 시간 밖에 못 잤다. 차라리 준비를 덜하고 잠을 더 잘 걸 그랬다. 심사 당시 컨디션이 저조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다고 느껴서 크게 기대를 안 했다"며 "원래는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10%도 못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에 (이름이) 불려서 울컥했다. 아쉬운 건 하나도 없었고 행복했다"며 웃었다.

박희선이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글로벌이앤비 제공

그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한 소신도 차분하게 밝혔다. "제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지만 미인대회라는 자체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논란이 많이 되는 주제이긴 해요. 하지만 단순히 예쁜 사람을 뽑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이번에 미스코리아 대회를 경험하면서도 외모만을 보고 뽑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고요. 외모만 본다면 예쁜 친구는 너무 많죠. 대회를 준비하면서 미스코리아 관련 영상을 많이 찾아봤어요. 미스 어스 우승자 최미나수 선배의 영상도 보고 미스코리아 심사 과정을 보면서 지성미, 센스, 재치 모든 것을 보고 뽑는 대회라고 느꼈습니다."

박희선은 학창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던 모범생이었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딱히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던 아이였어요. 학창시절엔 주어진 과제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을 못했죠. 로봇 만드는 걸 좋아해서 동아리 활동도 하고 대회도 나갔어요. 만드는 거에 희열을 느끼고 새롭게 바꾸는 걸 좋아했거든요. 카네기 멜런 대학교에는 아트와 정보시스템을 같이 하는 전공이 있어요. 대학에서 수업을 듣다 보니까 아트보다는 정보시스템이 재밌어서 그 분야로 계속 공부하게 됐습니다."

평소 사회적 이슈들에 관심이 많았다는 박희선은 "IT 전공이다 보니 발표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말도 더 잘 할 수 있게 되고 나만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확립할 수 있었다. 본선에서는 환경에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합숙을 하면서 ESC 경영에 대한 토론도 했다. 평소 생각을 많이 해본 문제이기 때문에 어렵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른 사람들에게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보여지는지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지인들에게 (미스코리아 대회를) 많이 추천을 한다"며 웃었다.

미스코리아 '선' 당선에 누구보다 기뻐한 건 부모님이었다. 박희선의 어머니는 딸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객석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당시를 떠올리며 울먹이던 박희선은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셨다. 기대를 하고 계시다가 너무 심사를 못 봤다고 하니까 힘들어하셨다고 들었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안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고 매일 우셨다더라"라고 전했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꽉 차 있는 박희선의 롤모델은 스티브 잡스다. 그의 꿈은 K-뷰티 플랫폼의 CEO가 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스티브 잡스를 동경했어요. 그분이 하신 말씀 중에 '시간은 제한돼 있으니까 다른 사람의 삶을 살지 말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라'는 말이 있어요. 20대들을 보면 자기가 원해서 하기보다는 주변 환경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거 같거든요. 저는 스티브 잡스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고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K-뷰티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해외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컨텐츠나 앱을 개발하고 싶어요. 미스코리아로서 한국도 알리고 저 자신도 더 많이 알릴 수 있게 노력할게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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