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현지법인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려고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태오 전 DGB 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구형했다.
지난 20일 대구고법 형사2부(정승규 부장판사)는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 등 4명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에 벌금 82억원을 구형했다.
또 함께 재판에 넘겨진 당시 대구은행 글로벌본부장 A 씨에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82억원, 글로벌사업부장 B 씨에 징역 3년에 벌금 82억원,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 SB 부행장 C 씨에 징역 2년에 벌금 82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 원심 판결은 사실 관계 확정 및 법리 판단에 있어 많은 오인이 있고 무리한 법리 구성으로 인해 어색한 부분이 많이 있다"며 "항소심에서는 이런 부분을 바로 잡아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공소 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해달라"며 위와 같이 구형했다.
최후 진술에서 김 전 회장은 "금융기관은 신뢰가 생명"이라며 "(이 사건과 관련해) A씨 등을 해임하거나 징계했는데 공모한 사람이 어떻게 인사 처리를 하겠냐"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피해자다, 대구은행이 피해자인데 사기꾼들은 웃고 즐기고 있다"며 "(그로 인해) 제대로 업무 수행을 못 하고 국내 계열사 리스크 관리를 못 해 피해를 본 게 상당히 많다"고 했다. 또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억울함이 없도록 (재판부가) 살펴봐 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 등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으로부터 상업은행 인가를 받고자 한 행위는 국제뇌물방지법에서 규정하는 '국제상거래와 관련해' 이뤄진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관련 법리에 따르면 외국법인은 본점 또는 주사무소가 외국에 있는 단체"라며 "캄보디아 입장에서 DGB SB는 투자자가 외국법인인 대구은행일 뿐 본점 또는 주사무소는 캄보디아에 위치한 캄보디아 내국법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공모해 DGB SB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개인적인 용도로 착복할 목적으로 상업은행 전환비용 300만 달러를 교부해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횡령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또 DGB SB 관계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상업은행 전환비용은 오로지 DGB SB의 이익을 위해 지급된 비용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김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5일에 열릴 예정이다.
박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