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처단'과 '차단' 사이, 방치된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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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심지어 유의어로 거세·처분·처형이 언급되는 '처단'은 지난 3일 밤, 대한민국의 전공의를 향해 돌진했다.
'처단' 포고령에 전공의들이 내놓은 맞불은 '차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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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처단(處斷). '결단을 내려 처치하거나 처분한다'는 국어사전 속 이 낱말의 정의가 새삼 끔찍하게 다가온다. 심지어 유의어로 거세·처분·처형이 언급되는 '처단'은 지난 3일 밤, 대한민국의 전공의를 향해 돌진했다. 그날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포고령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파업·이탈 전공의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돌아오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포고령은 의사 집단을 들끓게 하기에 충분했다. 계엄 해제 3일 후인 7일 오전 10시,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머리를 숙였다.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담화문 어디에도 포고령과 관련, 전공의를 특정한 구체적인 사과는 담기지 않았다.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다시 환자 곁을 지키게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지난 10개월여간 결연했다. 때로는 면허정지라는 채찍을, 때로는 수련 특례라는 당근을 내밀며 전공의의 복귀를 꾀했다. 하지만 '처단'이란 단 두 글자가 전공의들의 복귀 의지를 더 꺾어놨다. '처단' 포고령에 전공의들이 내놓은 맞불은 '차단'이었다. 지난 5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시국선언문에서 "우리는 반민주적인 계엄을 실행한 독재 정권과 대화할 수 없다"며 "계엄령 선포와 포고령 작성의 진상을 규명하라. 전공의를 특정해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것을 사과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전공의를 '처단'하겠다고, 전공의는 정부와의 대화를 '차단'하겠다고 한다. 처단과 차단 사이에서 국민의 생명은 더 위협받고 있다. 23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 211곳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출근율은 8.7%(1만3531명 중 1176명), 그중에서도 인턴 출근율은 3.3%(3068명 중 102명)에 불과하다. 전공의들이 병원에 사직서를 낸 2월19일부터 12월20일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5668건. 여기엔 수술 지연(504건)과 진료 차질(220건), 진료 거절(156건)이 포함됐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진정한 사과와 함께 경청의 자세로 전공의와의 대화에 임해야 한다. 전공의들도 '독재 정권과 대화할 수 없다'며 대화를 무조건 차단할 게 아니라 대화 테이블에서 입장과 의견을 피력하며 접점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 생명은 애초부터 '볼모'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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