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을 중심으로 13년 째 인문학 강의하는 권건일 대표
“감염병·전쟁·지진·고물가, 혼돈의 시대입니다. 세계의 인문학자들도 지금을 절망의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사람됨’에 관한 학문인 인문학이야말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과 지혜입니다. 그 해답을 찾는 길에 많은 사람과 동행하고 싶습니다.”
지금·여기 인문학당 권건일 대표(교육학박사·글로벌인성개발협회 회장)는 ‘위기와 절망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가’, ‘희망의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인문학을 통해 찾는다.
인문학은 문학, 역사, 철학을 통섭한 실천적 학문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것은 협동과 균형, 조화로운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일에 지름길을 제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문학은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삶, 자본주의에 물든 쾌락, 진짜 사람의 본질을 잊게 만드는 독이 퍼진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투여할 마지막 치료제가 될지도 모른다.
서울 출신인 권 대표는 2010년 수원여자대학교에서 정년퇴직을 한 뒤 비영리단체 ‘글로벌인성개발협회’를 만들어 인성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을 해왔다. 지금은 남원에서 인문학을 강의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벌써 13년 째 한결같은 모습으로 무료 강의를 펼치는 그의 진정성에 두터운 팬층이 형성되어 있다. 권 대표의 일주일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지금·여기 인문학당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16주 과정의 인문학 강의를 한다. 매주 월요일에는 ‘인문학과 중용’, 수요일에는 ‘현대서양철학’, 목요일에는 ‘인문학과 노자’가 중심이다. 글로벌인성개발협회에서 한 달에 한 번 인문학 강의도 한다. 최근까지 남원시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인문학을 강의를 별도로 진행했다.
“왜 지금·여기 인문학당이나구요? 인간은 현재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늘 지금 이 시간이 중요하고, 지금 여기 이 자리가 중요함을 인식하자는 의미죠. 지금 여기서 잘하고 행복하면 그것이 인생 전체의 행복이 되지 않겠어요?”
그가 이렇게 끊임없이 강연을 하는 이유는 하나다. 너도 나도 생각의 힘을 키워 좀 더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것. 주요 강의 주제는 ‘인생을 바꾸는 관계의 힘’,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격랑의 시대, 왜 ‘중용’인가?’등이 있다. 그의 강의는 숨이 차오르도록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박자 쉬어가자며 내어 주는 따뜻한 차 한 잔과도 같다.
그래서인지 강의를 듣는 수강생의 면면도 다양한데, 학생부터 자영업자, 농민, 귀농귀촌인, 퇴직공무원, 전·현직 정치인까지 있다. 권 대표에겐 세대와 지역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원을 넘어 전국 곳곳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인문학을 알아가는 즐거움과 가치를 전파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권 대표는 “우리나라는 법률로써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인문학을 지원하게 하고 있지만 아직도 아쉬운 마음이 커 지역 구석구석에서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고 싶다”며 “사람을 위한 인문학,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노년을 위한 인문학을 보다 심화시키고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문학을 통해 넓은 마음과 미래비전을 보는 눈을 가질 때 개인발전은 물론 국가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부터 2010년까지 수원여대에서 유아교육과 교수, 평생교육원 원장, 보육교사교육원 원장, 아동교육정보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재직 중에 한국유아교육보육행정학회장을 12년간 맡았다. 또 한성대 교육대학원·단국대 교육대학원 외래교수, 아주대·한세대 음악대학원 외래교수, 동강대 초빙교수, 광주대·우석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글로벌 시대 부모교육(공저)’, ‘교육철학 및 교육사(공저)’, ‘교육사회학’, ‘교육학개론’ 등 다수가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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