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총성 없는 세일즈 전장…‘원팀’ 현대차그룹, 세계 최대 방산 전시회서 눈도장 ‘쾅’

정경수 2026. 6. 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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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템·위아·기아·보스턴다이나믹스 4개사 총출동
K2 전차부터 군용차·화포·로봇개까지 한자리
현대로템, 대표가 직접 해외 군 관계자 만나며 수출 상담
기아 부스엔 한복 마케팅도…“한국 기업” 정체성 부각
지난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6’ 현대로템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K2 전차와 무인·방호체계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정경수 기자

[헤럴드경제(파리)=정경수 기자] 지난 1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 2026’가 열린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은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세일즈 전장’이었다. 각국 군 관계자와 방산업체, 정부 대표단이 전시장 곳곳을 오갔고, 부스 안쪽 회의실에서는 비공개 미팅이 쉼 없이 이어졌다.

넓은 전시장 한복판에 현대로템, 현대위아, 기아, 보스턴다이나믹스까지 현대자동차그룹 4개 계열사들이 각자의 장비와 기술을 들고 유럽 방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상전력, 화포, 군용 모빌리티, 로봇 기술이 한데 묶인 ‘그룹형 방산 쇼케이스’에 가까웠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6’ 현대로템 부스에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왼쪽 네 번째)이 플로렌트 미르체아 로만 루마니아 국방부 준장(왼쪽 세 번째) 등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가장 분주했던 곳은 현대로템 부스였다. 현장을 찾았을 때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은 플로렌트 미르체아 로만 루마니아 국방부 준장과 미팅을 진행 중이었다. K2 전차를 앞세운 수출 상담으로, 단순 관람객 응대가 아니라, 실제 수출 가능성을 놓고 국가별 요구 조건을 맞춰보는 자리다.

루마니아는 최근 유럽 내 핵심 방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로템은 경쟁사인 독일 업체 등과 비교해 현지 생산, 정비·유지보수, 빠른 납기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2월에도 루마니아를 찾아 치프리안 셰르반 루마니아 교통부 장관과 철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방산과 철도 사업을 함께 앞세운 ‘패키지 수주’를 노린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4개사 유로사토리 2026 전시 개요
드론전 시대의 전차 생존법…대드론·무인체계 전면에

전시장에 놓인 K2 옆에는 무인포탑형 대드론 방호체계와 다목적 무인지상차량(UGV) HR-셰르파가 함께 배치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장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드론 위협에 전차와 장갑차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보여주는 구성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접근하는 드론을 먼저 재밍으로 무력화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요격 드론이나 30㎜ 주포, 능동방호장치 등을 단계적으로 활용하는 다층 방어 시스템”이라며 “값싼 드론을 고가의 미사일로만 막는 것은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여러 수단을 조합해 대응하는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6’ 현대로템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K2 전차를 살펴보고 있다. 정경수 기자

부스 한쪽에 전시된 HR-셰르파는 임무에 따라 장비를 바꿔 얹을 수 있는 모듈형 플랫폼에 가까웠다. 원격 조종과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감시정찰 장비부터 드론 발사 장치, 대전차미사일, 원격무장체계까지 다양한 임무 장비를 탑재할 수 있다. 병력 대신 위험 지역에 먼저 투입해 정찰 임무를 수행하거나 탄약·물자를 수송하는 등 활용 범위도 넓다.

현대로템은 HR-셰르파를 K2 전차, 장갑차 등 유인 전투체계와 연계하는 유무인 복합(MUM-T) 운용의 핵심 플랫폼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6’ 현대위아 부스에 기아 소형전술차 기반 경량화 105㎜ 차량 탑재형 자주포가 전시돼 있다. 정경수 기자
기아 전술차에 현대위아 화포 결합…‘기동 화력’ 제시

현대위아 부스에서는 기아 소형전술차 위에 얹힌 경량화 105㎜ 차량 탑재형 자주포가 눈에 띄었다. 현대위아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핵심 장비로 내세운 장비다. 기존 국내 차량 탑재형 105㎜ 화포가 20톤 안팎인 데 비해 이 장비는 7톤 수준으로 무게를 줄여 항공 수송 등 기동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사거리는 일반탄 기준 14.7㎞, 사거리 연장탄 사용 시 18㎞까지 가능하다.

가벼운 차체 위에 화포를 얹은 만큼 사격 충격을 잡는 기술도 시선을 끌었다. 차량 네 모서리에는 유압식 아웃트리거가 장착돼 사격 시 반동을 지지한다. 포신 방향과 고각 조정도 수동 핸들이 아닌 전동 모터 방식으로 이뤄져 표적을 빠르게 지향할 수 있다. 격발 역시 과거처럼 끈을 당기는 방식이 아니라 터치패드로 조작할 수 있고, 표적 정보 저장도 가능하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6’ 기아 부스에 타스만 군용 지휘차와 소형전술차(KLTV), 중형·대형 표준차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정경수 기자

한상철 현대위아 화력체계개발팀장은 “차량이 진지에 도착하면 1분 이내 초탄 사격이 가능하고, 1분 이내 이탈도 가능하다”며 “사격 후 빠르게 이동하는 ‘슛 앤드 스쿠트’ 운용에 초점을 맞춘 장비”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군 시범 운용을 마쳤고, 2년 뒤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스에는 원격사격통제체계도 함께 전시됐다. 장갑차 등에 탑재할 수 있는 장비로, 현대위아는 이미 국내 군 사업을 통해 양산 경험을 확보했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6’ 기아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한복을 입은 모델에게 관심을 보이자 기아 관계자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한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한복 내세운 기아 부스…K-방산 이미지로 승부

10년 만에 부스를 마련한 기아는 타스만 군용 지휘차와 소형전술차(KLTV), 중형·대형 표준차 모형을 전시했다. 특히, 부스에는 한복을 입은 인물 2명을 배치해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기아 관계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한복 스타일을 차용했다”며 “K-콘텐츠와 K-방산의 인지도가 함께 높아진 흐름을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내수 중심 이미지가 강했던 기아 특수차량 사업은 최근 폴란드 등을 중심으로 수출 비중을 넓히며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차량 성능만큼이나 맞춤형 개발 능력과 통합군수지원 체계를 강조했다. 군용차는 판매 이후에도 정비 교육, 부품 공급, 장기 운용 지원이 뒤따르는 만큼 승용차·상용차에서 쌓은 생산 및 품질 관리 역량을 군용 모빌리티 시장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장수철 기아 매니저는 “10년 전 유로사토리에 참가했을 때는 소형전술차 중심이었지만, 이번에는 경형부터 대형까지 풀라인업을 들고 왔다”고 설명했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6’ 보스턴다이나믹스 부스에서 로봇개 ‘스팟’이 관람객들 앞에서 문 개방 및 정찰 시연을 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작지만 가장 붐빈 스팟 부스…로봇도 전장으로

보스턴다이나믹스 부스에서는 로봇개 ‘스팟’ 2대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부스 규모는 다른 대형 방산업체들에 비해 크지 않았지만, 로봇 기술을 앞세운 ‘핫한 기업’답게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린 곳 중 하나였다. 스팟이 움직일 때마다 군 관계자와 업계 관계자들이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했고, 작은 부스 주변에는 금세 인파가 둘러섰다.

시연도 눈길을 끌었다. 스팟 2대는 서로 역할을 나눠 움직이며 문을 열고 통과하는 장면을 선보였다. 한 대가 로봇팔로 손잡이를 잡아 문을 열면, 다른 한 대가 먼저 내부로 들어가 주변을 살피는 식이었다. 사람 대신 위험 지역에 먼저 진입해 공간을 확인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정찰 임무를 염두에 둔 시연이었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6’ 보스턴다이나믹스 부스에 군 관계자와 관람객들이 몰려 로봇개 ‘스팟’ 시연을 촬영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킴벌리 챔블린 보스턴다이나믹스 대관 담당 디렉터는 “스팟은 정찰 임무에 활용될 수 있고, 360도 열화상 카메라나 로봇팔 등을 장착해 위험 지역에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며 “총은 없다. 전투용 무장을 한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 들어가기 어려운 현장을 확인하고 지원하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방산 역량은 단일 무기 판매를 넘어 지상 모빌리티 기반의 통합 설루션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기아가 이동 플랫폼을 제공하고, 현대위아가 무장체계를 얹으며, 현대로템이 전차·장갑차·무인차량 기반 방호 기술을 확장하는 구조다. 여기에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기술이 더해지면서 고객국의 작전 환경에 맞춰 차량, 무장, 방호, 정찰 기능을 함께 제안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의 흐름은 드론 대응과 무인화, 유무인 복합 운용으로 요약된다”며 “현대차그룹은 전차와 장갑차, 군용차, 화포, 로봇을 모두 보유한 만큼 각 계열사의 기술을 어떻게 하나의 지상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묶어내느냐가 글로벌 방산 시장 공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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