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중 3곳이 등급 하락…신협 경영실태평가 결과 뜯어보니
올 상반기 3375억원 적자…“경영진들, 책임의식 가져야”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지난해 신협 조합들의 전반적인 경영 상황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위조합 10곳 중 3곳꼴로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하락하면서다.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수익성은 떨어지고 자산 건전성은 나빠진 영향이다.
올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올 상반기 전국 신협 조합 절반이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3%였던 연체율은 상반기 6% 후반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경영실태평가 결과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렸지만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부실이 장기화하면서 등급이 떨어진 조합의 숫자는 다가오는 연말에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영 평가 4등급 받은 조합 1년 새 두 자릿수로
시사저널이 전국 신협 조합 857곳의 2023년 결산 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전년보다 하락한 조합은 260곳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30% 수준이다. 등급이 상승한 조합은 31곳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신협중앙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각 조합 공시를 기준으로 진행해 자산 규모가 현저히 적은 일부 직장 조합 등은 제외됐다.
신협중앙회는 분기마다 각 조합의 경영실태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실시한다. 자본 적정성, 자산 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등을 부문별로 평가해 종합 등급을 매긴다. 통상 1등급(우수)과 2등급(양호)은 우량 조합으로, 3등급(보통)과 4등급(취약), 5등급(위험)은 부실이나 부실 우려 조합으로 분류된다. 중앙회는 평가 결과 건전한 경영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조합에 대해선 신용협동조합법에 따라 합병을 권고하거나 보유 자산의 처분, 조직의 축소 등 재무 상태 개선을 위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2022년과 비교했을 때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눈에 띄게 악화했다. 1등급을 받은 조합은 317곳에서 187곳으로 줄어든 반면 3등급을 받은 조합은 43곳에서 135곳으로 늘어났다. 4등급을 받은 조합은 5곳에서 15곳으로 3배가 됐다. 2등급은 492곳에서 520곳으로 소폭 늘어났고, 5등급은 없었다.
일부 조합의 경우 경영 상황이 악화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 새 2등급에서 4등급으로 추락한 대구의 한 조합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자본잠식 상태다. 해당 조합의 순자본비율도 2.17%에서 2.02%로 떨어졌다. 금융 당국이 정한 신협의 자본규제비율인 2%에 근접한 상태다. 외부 충격이 발생하거나 손실이 장기화할 경우 흡수할 자본이 없어 부실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창원의 한 조합도 2등급이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4등급으로 두 단계 떨어졌다. 해당 조합 역시 지난해 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 상태가 나빠지는 속도는 빠른 반면 개선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2022년 경영평가 4등급을 받은 조합 5곳은 2023년에도 4등급을 받았다. 이들 조합의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대구의 한 조합에선 120%에 육박하던 손실위험도가중여신 비율이 167%로 더 올랐다. 전체 여신에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 비중이 늘어나면서 부실이 악화했다는 의미다. 자본 역시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조합은 2022년 중앙회로부터 재무 상태 개선 요구를 받았지만 이행 실적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까지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 탓에 일각에선 경영진의 책임의식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신협 내부 관계자는 "경영 책임자가 경영 실패에 책임을 안 지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경영평가를 임원 선출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부실 본격화에 중앙회도 정리 작업 박차
지난해 곳곳에서 울린 경고음은 올해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신협은 올 상반기 3375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상반기 반기 기준으로 처음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해결이 급선무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부실대출이 증가하면서 조합들의 자산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부실자산이 늘어날 경우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3월말 기준 신협의 건설업과 부동산업 대출잔액은 각각 13조8000억원, 2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업 대출은 건설업자 등에 대출이 나간 경우, 부동산업 대출은 임대업자나 소규모 시행사 등에 나간 경우를 포함하므로 PF 관련 부실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다.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10.23%로 지난해 말 대비 4.21%포인트 올랐다. 부동산업 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말보다 3.22%포인트 뛴 8.55%를 기록했다. 이들 업종이 포함된 기업 대출 연체율 역시 7.22%로 2.83%포인트 올랐다. 부동산 PF 부실 직격탄을 맞은 것이 신협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다. 금융 당국이 하반기 금융권 PF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면서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국의 PF 사업성 평가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2금융권에서만 조 단위 추가 충당금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또 금감원은 10월부터 전 금융권의 PF 경·공매 실적 점검 주기를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대손비용도 부담이기 때문에 PF 대출과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조합의 경우 경영 악화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협중앙회도 올해 들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중앙회는 올해 중 1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중앙회는 이를 위해 100억원을 출자해 부실채권 전문 자회사인 'KCU NPL 대부'를 설립했다. 10월부터 이 자회사를 통해 개별 조합이 보유 중인 부실채권을 대량 매입해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여기에 900억원을 추가 출자하는 것은 물론 신협중앙회가 주도하는 NPL펀드를 통해 5000억원가량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만 조합원과 소비자들이 경영실태 평가 등급을 척도로 돈을 맡기는 만큼 한층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부동산 PF 등에 따른 부실은 당장 해결하기 쉽지 않겠지만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악화돼 왔다는 것은 더 잘못될 수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중앙회에서 단위조합에 대한 감시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연의 역할 뒤로한 채 몸집 불린 상호금융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악화한 건 신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산 규모가 280조원으로 시중은행과 맞먹는 몸집을 가진 새마을금고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새마을금고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4등급을 받은 금고는 전체 1284곳 중 59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4등급 이하를 받은 금고는 20곳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최근 석 달(7~9월)간 경영개선권고조치를 받은 금고도 8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도 신협과 마찬가지로 건전성 악화에 따라 대손충당금이 대폭 늘어난 점이 금고들의 경영 상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상반기 새마을금고에선 1조2019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연체율은 7.24%에 달한다.
부동산 대출 측면에서도 같은 위기를 겪고 있다. 새마을금고 전체 대출 가운데 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반기 기준 60%에 육박한다. 2017년까지만 해도 10% 미만이었다. 하지만 연체율 11%로 부실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금융 당국은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보다 몸집 불리기에 집중한 점을 경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9월9일 상호금융권 간담회에서 "충분한 자산운용 역량과 자금운용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로 비과세 혜택에 기반한 과도한 수신 경쟁에 치중한 결과, 상호금융권의 자산 규모가 리스크 관리 역량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상호금융조합 전반의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마을금고든 신협이든 조합과 금고 하나하나가 사업체이기 때문에 중앙회 차원에서도 경영 상태를 엄격히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며 "지배구조와 재무구조를 혁신해 단위조합들의 경영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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