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기에도 갈 길 가는 중앙은행···미 연준 0.25%P 인상 가능성↑
유럽중앙은행(ECB)이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에도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연준 인사들의 공개 발언이 금지된 기간에 미국과 유럽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면서 향후 연준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ECB는 16일(현지시간) 통화정책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0%에서 3.5%로,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를 3.25%에서 3.75%로 각각 0.5%포인트 올렸다. 전날 스위스 대형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에 대해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투자 중단을 선언하는 등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지만, ECB는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두고 빅스텝을 단행했다.
ECB는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오랜 기간 너무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플레이션을 중기 목표인 2%로 적기에 되돌리기 위해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는 현재 시장의 불안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고, 유로 지역의 물가 및 금융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로 지역의 은행은 견조한 자본력과 유동성을 갖췄으며 회복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CB 이사들은 애초 0.5%포인트 인상안을 준비했다가 CS 사태가 발생하자 금리 인상 여부와 인상 폭 등을 다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스위스 금융당국이 신속히 개입해 CS에 최대 500억스위스프랑(약 70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하며 급한 불을 끄자, ECB도 자신감을 얻고 원래 계획대로 금리를 올렸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ECB의 빅스텝은 시장에 ‘연준도 오는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됐다. 당초 시장은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도 점쳤지만 지난 10일 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폐쇄 사태 이후 중소 은행으로 유동성 위기가 빠르게 번지자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지난 15일 45.4%에서 17일 18.1%로 줄었다. 반면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54.6%에서 81.9%로 상승했다.
미 재무부가 11개 대형은행을 통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위기 확산 차단에 나선 것도 금리 인상에 대한 연준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소재용 신한은행 수석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성급히 단행하면 2008년 금융위기 상황의 재현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연준은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만 점도표를 유지(5.1%)하거나 점도표의 인상 폭을 5.5%로 최소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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