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킬러'를 끝낸 건 펀치가 아니었다.최두호는 왜 지고 있을 때 더 위험한가

산토스의 계획은 1라운드에서 이미 완성됐다.

바디킥과 오버핸드 훅을 섞은 변칙 압박. 최두호의 반응 패턴을 읽고 어퍼컷을 집어넣는 정교함. 1라운드 유효타 22대 58. 이 숫자만 보면 경기는 사실상 끝난 것처럼 보였다. 최두호의 코에서 출혈이 시작됐고, 누적된 데미지에 다리가 한 차례 흔들렸다. 산토스가 이정영과 유주상을 연달아 꺾을 때 쓴 방식 — 초반 에너지를 최대치로 쏟아내며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 — 이 그대로 반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2라운드가 시작됐다.

산토스의 UFC 경력에는 반복되는 패턴이 하나 있다. 체중 감량 문제다. 라이트급에서 페더급으로 체급을 올린 이유도 거기 있었다. 몸이 견딜 수 없는 감량을 반복하다가 경기 자체가 취소되는 일이 세 차례 있었다. 페더급으로 올라온 이후 이정영과 유주상을 잡으며 경쟁력을 증명했지만, 두 경기 모두 빠른 템포로 조기에 결판을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기전의 경험이 쌓인 선수가 아니었다.

최두호 진영이 이 부분을 몰랐을 리 없다. 세컨드는 정찬성이었다. 정찬성의 지휘 아래 최두호의 경기가 바뀌었다。하지만 최두호가 2라운드에서 보여준 변화는 단순한 기세 회복이 아니었다. 1라운드와는 전혀 다른 구조였다.

2라운드 최두호의 핵심 변화는 두 가지였다.

첫째, 풋워크의 부활이다. 1라운드에서 최두호는 산토스의 압박에 밀려 코너에 갇히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2라운드에서는 케이지를 등지는 상황 자체를 줄였다. 움직임이 살아나자 산토스의 어퍼컷 각도가 닫혔다. 1라운드에서 반복적으로 턱에 꽂히던 그 공격이 더 이상 유효타로 이어지지 않았다.

둘째, 잽의 활용 방식이다. 1라운드 최두호의 잽은 반응형이었다. 산토스의 공격에 맞불을 놓는 용도였다. 2라운드에서는 공격의 시작점으로 기능이 바뀌었다. 잽이 쌓이자 산토스는 타이밍을 잃기 시작했다. 산토스의 오버핸드 훅은 원래 잽에 반응하는 방어 동작 이후 나오는 카운터 구조인데, 최두호의 잽 페이스가 달라지자 그 카운터의 타이밍이 어긋났다.

2라운드 유효타는 50대 26으로 역전됐다. 두 라운드를 합산하면 72대 84로 산토스가 앞서지만, 피니시를 만든 건 숫자가 아니었다.

마무리는 바디샷이었다. 케이지 근처로 산토스를 몰아붙인 최두호가 오른손, 이어 왼손 바디샷을 연속으로 꽂아넣었다. 산토스가 무너졌고, 주심은 파운딩 펀치가 이어지기 전에 경기를 멈췄다. 2라운드 4분 29초였다.

바디샷으로 끝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복부에 결정적인 타격을 쌓으려면 그 이전에 상대의 가드가 얼굴 쪽으로 올라가 있어야 한다. 2라운드 내내 잽으로 산토스의 시선을 얼굴 위로 묶어놓은 결과였다. 즉흥적인 피니시가 아니었다.

이 경기는 최두호 개인의 맥락에서도 읽어야 한다.

2014년 UFC 데뷔. 초반 3연승으로 '코리안 슈퍼보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이후 3연패가 따라왔다. 병역 문제로 공백기가 길어졌다. 2023년부터 정찬성과 호흡을 맞추며 재건을 시작했고, 빌 알지오와 네이트 랜드웨어를 TKO로 꺾으며 반등의 신호를 보냈다. 이번 산토스 전 승리로 3연승이 됐다.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1년 5개월 공백도 변수였다. 무릎 부상에 더해 잡혔던 경기가 연달아 취소됐다. 사실 산토스와의 경기 자체도 지난해 9월 예정됐다가 최두호의 부상으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 당시 대체 선수로 들어간 유주상이 산토스에게 2라운드 KO패를 당했다. 이번 경기는 그 복수의 맥락까지 얹혀 있었다.

경기 후 최두호는 다음 상대를 직접 거론했다. UFC 페더급 랭킹 15위 파트리시오 핏불이다.

현실적인 요구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두호는 현재 공식 랭킹 진입 바깥에 있다. 3연승이라는 흐름은 만들었지만, 상대의 랭킹 수준이 그것을 즉각 페더급 상위 매치업으로 전환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UFC가 핏불과의 매치업을 수용할지는 양쪽의 협의와 UFC의 매치메이킹 판단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날 경기가 증명한 것은 분명하다. 최두호는 1라운드를 뒤지고도 이길 수 있는 선수다. 더 정확하게는, 뒤지고 있을 때 경기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다. 페더급에서 그런 능력을 가진 베테랑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랭킹 진입 가능성은 다음 상대의 이름에 달려 있다. 핏불이든 누구든, 최두호가 요청할 수 있는 조건은 이미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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