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통 ㅣ 김선호가 그 어려운 걸 또 해냈습니다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2026. 1. 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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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청각 자극하며 여심 훔치는 '로맨스 천재'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사진제공=넷플릭스 

로맨스는 배우에게 가장 쉽고도, 가장 어려운 장르다. 그 감정의 결을 말로 다 설명하기에는 너무도 미묘하고 섬세한데, 다른 어떤 감정보다도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사람들의 기억이 가장 쉽게 개입하는 장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로맨스 연기는 쉽게 공감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 감정을 전적으로 믿게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만약 그게 그렇게 쉬웠다면, 모든 배우가 다 로맨스의 귀재가 됐을 것이다.

배우가 표현하는 사랑이 잔잔한 호수 같든,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같든, 사람들이 그의 마음에 완전히 올라타게 해야 한다. 호감을 높이는 외모나 목소리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그 감정에 믿음을 줘야 한다.

김선호는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 되나요?'(극본 홍정은·홍미란, 연출 유영은)를 통해서 그 어려운 걸 다 해냈다. 일어, 이탈리아어 등 무려 6개국 언어에 능통한 다중언어 통역사지만 사랑의 언어에는 서툰 주호진 역을 맡아 절제된, 하지만 밀도 높은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며 팬들의 신뢰를 확인했다.

지난해 '폭싹 속았수다'에서 간판화가 박충섭으로 등장한 김선호는 오랜만에 로맨스남으로서 매력을 발산했지만, 팬들의 갈증을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갯마을 차차차'(2021)에서 남다른 공감력과 친화력으로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 여주인공은 물론 대중을 미소 짓게 해주는 홍두식으로 절정의 사랑을 받은 직후 한동안 로맨스 공백을 가졌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컸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이 글로벌 스타 차무희(고윤정)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제작진은 두 주인공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의 언어를 이해해가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소개하지만, 김선호가 연기하는 감정선으로 따라가는 팬들의 마음은 절절한 멜로다.

그만큼 주호진이 보여주는 사랑은 안타깝고 아리다. 정리가 되지 않으면 말을 하지 못하는, 직업적 특성이 감정표현에도 묻어나는 주호진은 되는 대로 일단 말을 던지고 보는 차무희와 연거푸 엇갈리고 오해하며 상처받는다. 그러면서도 차무희를 외면하지 못하고 끝까지 곁을 지키고 귀 기울인다. 그런 주호진의 사려 깊은, 짝사랑 아닌 짝사랑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온전히 그의 사랑을 믿게 된다.

'스타트업'(2020)에서 차가운 머리로 실력을 펼치는 능력남 한지평으로 등장해 키다리 아저씨 같은 매력으로 여심을 녹였던 때와는 또 다르다. '백일의 낭군님'(2018)에서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들을 이어주는 조력자로 나섰던 정제윤의 속 깊은 순애보와도 다르다.

주호진은 통역사로서 때로는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인물이지만 그 존재감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 크다. 차무희가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해외에서 그의 음성에 기대어 지내면 지낼수록 보이지 않는 그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졌다. 게다가 김선호의 단정하면서도 깊이 있는 목소리를 인이어(이어폰)로 계속 듣고 있는데 감정의 밀도가 높아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시청자들 역시 주호진에게 그렇게 전적으로 기대게 되고 만다.

사진제공=넷플릭스

하물며 소설까지 내본 경험이 있는 지적인 이미지의 통역사라는 캐릭터는 김선호의 훤칠하고 반듯한 외모에 힘입어 더욱 세련되게 빛난다. 그런 사람과 해외에서 이어지는 우여곡절 속에 형성된 인간적인 친밀함이 사랑으로 이어지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 뿐만 아니라 "얼굴합이 좋다"고 표현될 정도로 케미스트리가 뛰어난 두 배우의 모습은 아름다운 해외 로케이션과 어우러져 보는 재미가 더욱 높아진다.

그렇게 차무희의 감정이 커지는 만큼 주호진을 향한 팬들의 마음도 커지는데, 주호진은 늘 자신의 언행을 단속한다. 그럼에도 그의 사랑이 부각될 수 있는 건 김선호의 눈빛 연기 덕분이다. 정제된 언행으로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그의 마음이 그의 투명한 눈빛으로 전부 드러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애써 누르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그의 애틋한 마음은 그렁그렁 눈가에 고인 눈물로 몇 차례나 시청자들에게 들통이 나고 만다. 눈물을 비추는 순간에는 "너무 억울하니까"라는 식으로 복받친 감정을 토로하기도 하는데, 그때의 먹먹함은 팬들에게 슬픔인 동시에 기쁨이 된다. 열애의 쓴맛을 보는 주호진이 안타깝지만 동시에 '로맨스 천재' 김선호의 귀환을 목격하는 희열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어서다.

이처럼 김선호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아무나 잘할 수 없는 로맨스 연기로 팬들의 믿음을 다시금 공고히 하고 있다. 그의 연기가 팬들에게 제대로 통했다는 사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해지는 뜨거운 반응으로 확인된다. 그를 향한 믿음이 한국, 베트남, 태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1위라는 수치로 증명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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