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밥, 톱밥, 대팻밥[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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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을 하면 천의 바깥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생기는데 이렇게 드러난 부분을 부르는 말은? 바느질한 것을 뜯으면 실이 잘게 잘리는데 이것을 부르는 말은? 정답은 모두 '실밥'인데 이 단어는 아무래도 '실'과 '밥'이 결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두 종류의 실밥 모두 짧고 가는 모습인 데다가 흰색 실이 가장 많으니 실밥을 두고 우리가 먹는 밥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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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을 하면 천의 바깥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생기는데 이렇게 드러난 부분을 부르는 말은? 바느질한 것을 뜯으면 실이 잘게 잘리는데 이것을 부르는 말은? 정답은 모두 ‘실밥’인데 이 단어는 아무래도 ‘실’과 ‘밥’이 결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밥’은 어떤 뜻이며 어디에서 온 것일까? 당연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우리가 먹는 밥이다. 두 종류의 실밥 모두 짧고 가는 모습인 데다가 흰색 실이 가장 많으니 실밥을 두고 우리가 먹는 밥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톱밥’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연상은 더 강화된다. 톱질을 하면 자디잔 나무 부스러기가 나오는데 이 톱밥은 실밥보다 더 밥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나무를 다듬을 때 나오는 대팻밥은 아무리 봐도 밥이 아닌 종이 쪼가리를 닮았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쟁깃밥’도 그렇다. 쟁기질을 하면 쟁기 날에 파인 흙이 쟁기 날을 타고 위로 솟다가 옆으로 젖혀지는데 이것은 아무리 봐도 밥이 연상되지는 않는다.
안타깝게도 이 의문에 대해 사전은 아무런 해답을 주지 않는다. 이렇듯 여러 단어에 ‘밥’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와 관련된 설명이 있으면 좋으련만 어디에도 없다. 이런 단어에 쓰이는 ‘밥’이 별도의 항목으로 처리되어 있지 않다면 먹는 밥과 기원이 같다는 것일까? 그렇더라도 이에 대한 뜻풀이가 있는 것이 좋을 텐데 아쉽다.
이런 상황이 되면 사전을 만드는 이들, 그리고 지금은 표준처럼 되어 버린 국어사전을 관장하는 국립국어원이 ‘밥’이 되기 십상이다. 물론 이때의 밥은 남에게 이용이나 놀림을 당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사전의 이러한 구멍에 대해 비난하거나 놀리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전은 우리 모두의 것이니 놀림이나 비난 대신 꾸준하게 이에 대한 보충을 요구하면 된다. 그것이 국어사전이란 같은 밥상머리에 앉은 모든 식구가 해야 할 일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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