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링팬 시장까지 뒤집은 어항형 케이스

장마가 와서 한풀 꺾였다지만,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고 힘들다. 36.5도 체온을 가진 사람도 이런데 하물며 부분 부분 8-90도까지 올라가는 PC는 여름에 얼마나 발열이 심할까? 하지만, 안심이 되는 건 쿨링팬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돌아가는 PC의 후면, 혹은 상단, 전면에는 어김없이 쿨링팬이 바쁘게 돌아간다. PC 내부의 열을 밖으로 빼내거나 외부의 차가운 공기를 PC 내부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미 차트뉴스를 통해 LED와 non-LED 쿨링팬의 소비 트렌드에 대해 알아본 바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쿨링팬의 소비 양상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 무더운 여름이 한창인 지금,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를 통해 알아본다.

먼저 이번 기사의 모든 데이터는 120mm 크기 쿨링팬 제품 중 패키지 상품을 제외한 단일 제품을 기준으로 했음을 밝혀둔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120mm 쿨링팬 중 LED 팬과 non-LED 팬의 판매량 점유율 차이는 10~15%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더니 4월에는 거의 3배 이상 수치를 보인다. 그만큼 LED 팬의 판매량이 최근 들어 증가했다는 말이다. 보통 쿨링팬의 LED 유무는 사용자의 취향 차이라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일정한 격차로 유지되던 판매량 점유율이 더 벌어졌다는 것은 LED 팬이 취향을 넘어 PC의 기본적인 스펙이 되어버렸다는 말이다. 최근 유행하는 이른바 어항형 케이스가 PC 내부가 훤히 다 들여다 보이는 구조를 가져 LED 쿨링팬을 이용한 분위기 연출이 이제 기본이 되었다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평균 가격은 4년 전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LED 팬은 13,200원부터 시작해 최근엔 평균 18,528원선으로 판매된다. non-LED 팬은 단가가 LED 팬보다 높은 편이다. 4년 전 17,891원부터 시작해 2년 전 2만 원대를 넘어선 후 19,391원 선까지 살짝 내려온 상태다.

기능이 더 많은 LED 팬이 오히려 non-LED 팬보다 저렴한 이유는 인기 제품에서 찾을 수 있다. non-LED 팬의 인기 제품은 NOCTUA 제품이다. 1-2만 원대 가격이 대부분인 쿨링팬 시장에서 개당 4만 원을 호가하는 NOCTUA 제품은 평균 가격을 상승시킨 주범(?)이다.

반면 최근 출시되어 인기를 얻는 LED 팬은 1만 원 미만 제품이 많아 평균 가격이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저가형 LED 쿨링팬 제품이 다양하게 더 출시될 예정이라 LED 팬의 가격 경쟁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쿨링팬 시장의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바람의 방향이다. 정방향 쿨링팬은 내부 지지대가 없는 정면에서 공기를 흡기해 반대쪽으로 유입시킨다. 역방향은 이 정방향 쿨링팬의 블레이드를 거꾸로 장착해 바람의 방향을 반대로 바꾼다.

최근 대세로 군림한 어항형 케이스는 케이스 측면으로 흡기를 해 내부로 공기를 유입시켜야 하는데 정방향 쿨링팬을 장착했을 경우 지지대와 케이블이 그대로 드러나는 뒷면을 노출시켜야 한다.

이는 디자인이나 통일성의 저해요인이 되기 때문에 날개의 방향이 반대인 리버스팬이 유저들에게 각광받은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존재 자체가 거의 무의미했던 리버스팬은 계속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5월 들어 드디어 판매량 점유율이 54%를 넘어 정방향 팬의 판매량 점유율을 넘어서게 된다. 물론 6월에 이르러 거의 동률로 내려왔지만, 어항형 케이스의 유행이 계속 유지되는 동안은 리버스팬의 판매량은 지속될 것이라 예측된다.


분야별 인기 제품은 지난 1년 전과 거의 비슷하다. 120mm 쿨링팬을 기준으로 LED 제품은 여전히 darkflash 제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1위인 darkflash C6S 120은 1만 원도 안되는 초저가 공세로 쿨링팬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최근 등장했으니 바로 DAVEN이다. DAVEN은 PC 케이스 시장에서도 초저가 어항형 케이스로 인기몰이를 하더니 LED 쿨링팬 시장에도 7천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덕분에 등장과 동시에 판매량 점유율 4.15%를 가져가 2위권에 랭크되었다. 반면 non-LED 제품군에선 철옹성 같은 NOCTUA의 인기몰이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다만 1위인 NF-A12x25 PWM의 판매량 점유율이 10.82%였다가 현재 9.27%로 살짝 떨어졌다는 게 변화라면 변화라 하겠다.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로 알아본 쿨링팬 시장은 어항형 케이스의 유행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항형 케이스의 물리적인 특성상 바람의 방향이 반대인 쿨링팬 수요가 증가했고 그 지표는 데이터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또한, LED 팬이 이제 PC 케이스의 기본 스펙이 되어버린 상황이라 일부러 LED 팬을 제거하고 non-LED를 장착할 정도의 유저라면 고가의 NOCTUA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상황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점점 더 무더워지는 여름, PC 쿨링의 선두주자 쿨링팬이 또 어떤 변화와 유행을 겪을 지 기대된다.


120mm LED 쿨링팬 단일 제품 판매량 점유율 Top 5
(다나와리서치 데이터 기준(2023. 7 ~ 2024. 6))

1위 / darkFlash C6S 120 RGB (화이트)<6,540원>
2위 / darkFlash C6S 120 RGB (블랙)<6,720원>
3위 / DAVEN AR120 ARGB 리버스 (화이트)<6,970원>
4위 / 3RSYS SILENCE XY 120 ARGB (화이트)<11,500원>
5위 / 3RSYS Silence GI 120 ARGB (블랙)<14,400원>
120mm non-LED 쿨링팬 단일 제품 판매량 점유율 Top 5
(다나와리서치 데이터 기준(2023. 7 ~ 2024. 6))

1위 / NOCTUA NF-A12x25 PWM<45,390원>
2위 / NOCTUA NF-A12x25 PWM 크로맥스.black.swap<50,010원>
3위 / ARCTIC P12 PWM PST 서린 (화이트)<9,130원>
4위 / ARCTIC P12 MAX 서린 (블랙)<8,500원>
5위 / 3RSYS SILENCE SE 120 (블랙)<8,980원>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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