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도 사냥하는 최상위 포식자인데… 멸종위기인 '한국 동물'

한국서 딱 3000마리만 생존… 멸종위기 야생돌물 2급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크랩' 유튜브

예쁜 이름·귀여운 외모와 달리 생태계 피라미드 최상위에 위치한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있다. 바로 담비다.

담비는 검은 털과 뾰족한 귀, 목에 노란 무늬가 선명한 외형을 지녔다. 이름만 들으면 순하고 조용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야생의 정점에 가까운 날렵한 포식자다. 외모나 체형은 족제비와 비슷하지만 몸집은 훨씬 크고 나무 위를 빠르게 누비며 먹잇감을 사냥하는 데 능하다.

몸무게는 2kg 남짓으로 작다. 하지만 사냥 실력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 청설모, 굴, 열매는 물론이고 두더지, 토끼, 노루, 고라니, 새끼 멧돼지까지도 사냥한다. 농가까지 내려와 밭농사를 망치는 청설모와 고라니까지 모두 먹어주니 농민들 사이에서는 아주 고마운 동물로 통하기도 한다.

담비는 혼자보다는 두세 마리가 짝을 이뤄 다니며 먹잇감을 포위하고 신호를 주고받으며 단번에 제압한다. 정확한 타이밍과 빠른 공격력은 담비가 타고난 포식자임을 보여준다.

포식자 담비, 알고 보면 숲 균형에 필수적인 '우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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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보면 담비가 굉자히 위험한 포식자 같지만 초식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해 숲의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식동물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풀과 나무가 성장을 방해받아 숲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담비가 이들을 조절하면서 생태계의 건강이 유지된다.

활동 반경도 넓다. 한 마리가 움직이는 반경만 해도 10km에 달하며 오소리나 족제비보다 훨씬 큰 영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뿐만 아니라 먹은 열매의 씨앗을 배설물로 퍼뜨려 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처럼 담비는 숲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우산종’으로 분류된다. 우산종이란 하나의 종을 보호하면 주변 생물까지 함께 보호되는 종을 말한다. 담비가 서식하는 지역이 생태적으로 안정된 곳이라는 평가도 이 때문이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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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비는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동물이다. 현재 개체 수는 약 3000마리로 추정되며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담비가 멸종 위기에 놓인 이유는 복합적이다.

과거 한반도에는 노란목도리담비와 검은담비가 살았지만 검은담비는 한반도 중남부에서 멸절돼 현재는 노란목도리담비만 살고 있다.

한국에서 담비가 멸종위기에 놓인 이유는 무엇보다 서식지 파괴가 가장 큰 원인이다. 도시 개발, 산림 벌채, 도로 건설 등으로 인해 담비가 살 수 있는 숲이 줄어들고 있다.

불법 포획 역시 여전히 위협이다. 과거 담비는 모피나 약재용으로 밀렵 대상이 됐고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또한 담비는 번식 주기가 길고 새끼 수가 많지 않아 개체 수가 한 번 줄어들면 회복이 매우 더디다. 영역성도 강해 일정 공간 이상 개체가 늘어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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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도심 근처 산지에서 담비를 목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산책 중 담비를 발견하더라도 가까이 다가가선 안 된다. 귀엽다고 손을 뻗거나 사진을 찍으려 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개체 수가 적기 때문에 관찰이나 촬영 시에도 반드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불필요한 접촉이 늘어날수록 담비는 야생성을 잃고 생태계에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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