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바이오워치]NK세포치료제 줄줄이 개발중단
韓제약사, 유전자편집 기술 등 접목
글로벌 제약사들이 CAR-NK(키메릭항원수용체 자연살해) 세포치료제 개발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습니다. 국내 제약사도 글로벌 제약사와 맺은 공동개발계약이 해지되는 등 타격을 입고 있는데요.
CAR-T 세포 치료제를 뛰어넘을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전달하는 방법)로 주목받던 CAR-NK 치료제가 이처럼 부침을 겪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제약사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생각보다 약하네"
미국계 바이오텍(신약개발사)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전체 인력의 약 10%를 해고하는 구조조정 절차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CAR-NK 치료제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뤄졌는데요. 카리부는 남은 자원을 CAR-T 치료제 개발에 모두 투입한다는 방침입니다.
또다른 바이오텍인 엔카르타도 올해 임상 1상 시험이 진행 중이던 CAR-NK 치료제 'NKX101'의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임상 중간결과에서 환자 14명 중 1명에게서만 암이 완전히 사라져 기대에 못 미친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죠.
개발이 가장 진척된 것으로 평가받던 빅파마(거대 제약사)인 다케다제약도 최근 유망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의 연구를 멈추기로 했습니다.
다케다제약은 지난 5월 임상 2상 시험이 진행 중이던 CAR-NK 치료제 'TAK-007'의 혈액암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케다제약은 지난 2019년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미국의 MD앤더슨 암병원으로부터 후보물질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공동개발 무산되기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CAR-NK 치료제를 개발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면서 국내 제약사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독일계 제약사 머크와 18억6600만달러(2조4800억원) 규모의 CAR-NK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던 GC셀의 관계사인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아티바는 지난 6월 머크와 계약이 해지됐습니다.
CAR-NK 치료제 개발이 중단되거나, 후순위 R&D(연구개발) 과제로 밀려난 것은 임상시험 등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NK세포의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NK세포는 T세포와 비교해 외부세포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입니다. 타인의 NK세포가 우리 몸에 들어와도 정상세포를 공격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죠. GC셀을 비롯해 카리부, 엔카르타 등이 다른의 NK세포를 활용한 동종유래 기반의 CAR-NK 치료제를 개발하는 이유입니다.
동종유래 치료제는 환자 개인의 세포로 제조하는 자가유래와 비교해 상업화 측면에서 장점이 큽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 가격을 낮출 수 있고 병원에 재고만 있으면 언제든 처방할 수 있어 환자 편의성이 높죠.
단점은 약효를 내기 어려운 것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다른 사람의 NK세포를 외부세포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과정에서 약효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NK세포는 본래 수명이 짧아 체내에서 오래 생존하지 못합니다. 지속적인 항암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지점이라고 할 수 있죠.
더 강한 CAR-NK가 온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이러한 CAR-NK 치료제의 한계를 이해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배양환경을 개선해 NK세포의 증식과 생존력을 높이는 것을 넘어 유전자편집 기술을 접목해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죠.
미국계 바이오텍인 페이트테라퓨틱스는 NK세포의 생존력을 높이는 물질(인터류킨-15)을 발현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가한 CAR-NK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GC셀도 최근 이러한 원리를 접목한 치료제('GCC2005')를 개발해 지난 8월 국내에서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죠.
CAR-NK 치료제가 우리 몸의 면역반응을 잘 피할 수 있도록 크리스퍼 카스나인 등의 유전자편집 기술을 활용한 곳도 있습니다.
국내 바이오텍인 마루테라퓨틱스는 최근 유전자편집 기술을 적용한 CAR-NK 치료제가 전임상 시험에서 우수한 약효를 나타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앱클론과 엔세이지는 유전자편집 기술 기반의 CAR-NK 치료제를 공동개발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죠.
두 개 이상의 암세포 항원을 타깃으로 하는 다중표적 CAR-NK 치료제 개발로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곳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씨아이테라퓨틱스, 박셀바이오 등이 있습니다. 암세포를 더 정밀하게 공격해 약효를 높이는 원리를 활용합니다.
CAR-NK 치료제를 개발하는 한 바이오텍 대표는 "CAR-T의 성공사례를 NK세포에 빠르게 접목하려고 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는 것 같다"면서도 "ADC(항체약물접합체)도 과거 실패를 거쳐 현재의 성과를 이뤘듯이 CAR-NK 치료제도 공정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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