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자율주행 1천대…포트홀·흐린 차선이 복병
위험 낮은 곳부터 단계 확대
차선·노면·야간 조도 정비 시급
사고책임 가이드라인 미비

광주를 전국 첫 도시 단위 자율주행 실증 무대로 쓰려면 기술 경쟁보다 교통 안전 기반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 광주연구원이 발간한 '광주정책포커스' 제32호(광주광역시 자율주행 실증 방향)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대규모 도심 투입에 앞서 추돌사고 위험 분석과 도로 환경 정비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광주는 지난 1월 정부로부터 전국 최초 도시 단위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됐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약 610억 원이 투입되며, 하반기 200대를 시작으로 2028년에는 800대를 추가 투입해 총 1천 대의 자율주행차를 광주 도심에서 운행하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오토노머스에이투지·라이드플럭스 등 3개 기업이 참여기업으로 선정돼 현재 업체당 3대씩 모두 9대가 시운전을 하고 있다.
실증 목표는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다.
개발자가 설정한 규칙에 따라 운행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직접 상황을 판단하는 'E2E(End-to-End)' 방식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광주 도심에서 축적되는 실도로 데이터는 광주 국가AI데이터센터 고성능 컴퓨터를 통해 학습될 예정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실증 규모가 커질수록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국내 자율주행차 사고는 2022년 7건에서 2025년 1~9월에만 47건으로 급증했다.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자가 잇단 사고와 안전성 논란으로 주 정부 운행 중단 명령을 받고 사업을 접은 사례도 있다.
국내의 경우 현재 정부가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TF'를 꾸려 올해 연말까지 사고 책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발표 전 사고가 터질 경우 책임 소재를 두고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연구원은 이에 따라 추돌사고 위험이 낮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실증을 넓혀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자료를 토대로 2022~2024년 광주에서 발생한 2만469건의 사고 가운데 추돌사고 3천291건을 분석, 5개 자치구별로 동(洞) 단위 추돌사고 발생 건수를 4순위로 나눠 실증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사고 위험이 낮은 1순위 지역을 먼저 시행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구역을 넓혀가는 방식이다.
도로 환경 문제도 짚었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라이다 등 센서로 주변을 인지하는 만큼 야간 조도, 차선 도색 상태, 노면 상태가 사고 여부를 가를 수 있다. 실제로 차선이 흐릿하거나 포트홀이 있는 구간에서는 센서가 오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광주 도로 곳곳에 이미 야간 조도가 낮거나 차선 도색이 퇴색된 구간이 다수 확인된다며 실증 이전에 전반적인 점검과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서를 작성한 박용우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트윈 기반 도로 모니터링과 AI 기반 노면 점검 도입을 통해 위험 요인을 사전에 탐지하는 예방 중심의 도로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