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유람] 가는 해 아픔 털고, 오는 해 희망 충전…함평 겨울 여행
봄-나비, 가을-국향, 겨울-빛축제로 사계절 ‘힐링’
돌머리해수욕장 낙조 보고 맨발길 걸으며 한 해 정리
‘황금박쥐상’ 찾아 새해 부귀·다산·건강 등 기원
엑스포공원엔 빛의 향연…형형색색 연말 기분 만끽
함평은 ‘나비와 국화’의 고장이다. 봄 ‘나비축제’, 가을 ‘국향대전’에 이어 겨울 ‘빛축제’가 함평 엑스포공원에서 펼쳐진다. 황금박쥐상과 돌머리 해수욕장 해넘이, 해수찜, 자동차극장 등지에도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사계절 머무르고 힐링하는 여행지’ 함평천지(咸平天地)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送年) 겨울 여행을 떠난다.
◇행운 빌며 ‘황금박쥐상’ 찾는 발길 늘어= “OO는 오복(五福)을 가져다 주는 동물이라고 믿어왔다. 오복이란 수(壽), 부(富), 강령(康寧·건강하고 편안함), 유호덕(攸好德·도덕 지키기를 낙으로 삼는 일), 고종명(考終命·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는 것)을 말한다. 부작(부적)에도 오복의 수호신으로 상징되며,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의 행복을 방해하는 귀신을 쫓는 표상으로 그려진다.”(‘한국문화상징사전’·1992년)
퀴즈 하나. OO에 해당되는 동물은? 동양문화권에서 다섯 가지 복과 길상(吉祥),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동물은 무엇일까? 정답은 포유류 가운데 유일한 날짐승인 ‘박쥐’이다. 지난 1999년 함평군 대동면 고산봉 폐금광 동굴에서 멸종된 줄 알았던 ‘황금박쥐’ 162마리가 발견돼 화제가 됐다. 공식 명칭은 ‘붉은 박쥐’ 또는 ‘오렌지윗수염박쥐’이다.함평군은 2008년 순금 162㎏·은 281.25㎏·동 129.88㎏으로 ‘황금박쥐상’(작가 홍익대 미대 변건호 교수)을 제작했다.
요즘 금값 상승으로 ‘황금박쥐상’이 여행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황금박쥐상’은 함평 엑스포공원 함평추억공작소내 황금박쥐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올해 ‘함평나비대축제’에 맞춰 접근성이 떨어지는 기존 화양 근린공원에서 현재 장소로 이전했다.
‘황금박쥐상’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탐방객들을 접할 수 있다. 오복과 다산을 상징하는 동양문화권의 박쥐 정서가 현재에도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복(福)이여 박쥐처럼 날아올라라’ 인터렉티브 코너에서는 동면중인 황금박쥐를 깨워 합격과 장수, 다산, 부귀 등을 받아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황금박쥐상’ 바로 옆에는 2010년 난생신화를 근거로 만든 ‘황금박쥐 오복포란’(무게 62.849㎏)이 자리하고 있다. 직접 만질 수 있는 둥근 알 형태는 우주 탄생과 생명의 근원을 의미한다.
‘함평 추억공작소’는 탐방객들을 함평의 1960~7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한다. 초등학교 교실과 제과점. 막걸리집, 은하다방, 엄다 대장간, 월야상회, 대동 떡방앗간, 함평극장(1947년 개관), 해보 슈퍼마켓 등이 재연돼 있다. 동선을 따라 공간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다 보면 시나브로 50~60년 전시공간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왕나비, 청띠제비나비, 부엉이나비…. 어쩌면 이다지도 멋드러진 이름을 붙였을까. ‘나비곤충생태관’에서 만나는 나비마다 개성적인 색과 무늬를 뽐낸다. ‘나비 인터랙티브’와 ‘곤충 인피니티 미러’가 신기하다. 여행자들은 누구나 장자가 돼 ‘호접몽’(胡蝶夢)을 꾼다.
◇한해를 정리하는 돌머리 낙조=함평 대표 여름철 휴양지인 돌머리 해수욕장에 들어서면 길이 1㎞·너비 70m의 백사장과 소나무 숲이 눈에 띈다. 또한 405m의 갯벌 탐방로를 따라 바다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무지개 색깔로 칠해진 탐방로는 바다로 곧게 뻗어있다. 겨울철인데도 간혹 모래사장에서 맨발걷기를 하는 이들도 찾아 볼 수 있다. 바닷길이 열리는 물때에 맞춰 오면 길이 600m의 ‘슈퍼 어싱길’이 생긴다고 한다.
무엇보다 돌머리 해수욕장은 해넘이로 유명하다. 사진작가들이 일몰 포인트로 손에 꼽는 곳이다. 특히 연말이면 한해를 마무리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함평만 낙조를 감상한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글램핑장과 오토캠핑장 등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다.
돌머리 해수욕장에서 북동방향으로 2.5㎞ 떨어진 곳에 주포(酒浦)가 자리하고 있다. 어선이 대형화되기 이전인 1955년까지 서해에서 잡은 어물의 집산지로, 수많은 주막이 있어 ‘주포’라는 별칭으로 불리었다. 일제 강점기때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함평 유일의 해상 교통로였던 포구가 구실을 못하게 되자 새로 설치한 포구라고 해서 ‘신설포’(新設浦)라 불리었던 곳이다.
돌머리해수욕장에서 주포로 가다보면 ‘주포지구 한옥전원마을’과 카페,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다. 체류형 관광과 해안권 관광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주포 한옥마을’은 한옥 50채 가운데 30여 채가 한옥민박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에는 억새와 핑크뮬 리가 식재된 ‘억새 정원’이 있어 여행자들의 포토 존으로 인기를 끈다.
특히 주포는 해수찜으로 유명하다. 해수찜은 유황성분이 많은 돌을 불에 달구어 바닷물에 넣고 찜질하는 민간 요법이다. 주포에 대를 이어 운영하는 ‘함평 신흥해수찜’과 ‘함평 주포해수약찜’이 있고, 돌머리 해수욕장에는 함평군에서 운영하는 ‘함평 해수찜 치유센터’가 있다. 돌머리 해수욕장과 주포 일대는 빼어난 바다 풍경과 함께 해수찜, 숙박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어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연말 힐링·체류 여행지로 적합하다.
◇자연과 예술 어우러진 빛의 향연… ‘함평 겨울빛축제’=봄 나비축제, 가을 국화축제가 열렸던 함평 엑스포 공원이 겨울을 맞아 빛과 자연, 예술이 어우러진 빛축제 공간으로 변신했다. 함평군은 11월 26일부터 오는 25일까지 한달간 함평 엑스포공원에서 ‘2024 함평 겨울빛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 주제는 ‘함평의 밤, 빛의 향연’. 행사장 내에 대형 ‘산타 빛트리’가 세워지고, 국화조형물에 야간경관 조명이 불을 밝힌다. 또한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중앙 광장에 설치돼 방문객들에게 ‘빛의 예술’을 선사한다. 군은 자연경관에 빛과 예술을 가미해 엑스포 공원을 대형 아트 전시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축제는 중앙광장과 식물전시관 4곳, 함평추억공작소, 나비곤충표본전시관에서 진행된다.
4개 전시관은 테마별로 다채로운 볼거리로 공간을 구성했다. 자연생태관에는 전시관 중앙 석가산을 중심으로 27개의 서치라이트를 배치했고, 친환경 농업관에는 400m 길이의 네온 조명을 설치했다. 다육식물관 정원에는 지름 2.8m 크기의 ‘자이언트 스노우볼’과 호박조명 등으로 꾸몄다.
젊은 세대와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매주 토요일과 크리스마스 이브(24일) 오후 7~8시 수생식물관에서 ‘EDM 파티’가 펼쳐지고, 산타복 입기와 야광 페이스페인팅, 미니 트리만들기 등 ‘빛금토 체험존’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진행된다. 군고구마와 호떡 등 겨울간식 먹거리 코너도 운영된다. 축제기간 동안 엑스포 공원 내 전시관(다육식물관·수생식물관·친환경농업관·자연생태관·함평추억공작소·나비곤충표본전시관·함평군립미술관)도 밤 9시(월요일 휴관)까지 문을 연다.
빛과 예술이 어우러진 ‘2024 함평 겨울빛축제’는 함평을 새롭게 변모시킨다. ‘봄=나비, 가을=국화’였던 함평은 이제 ‘겨울=빛’이라는 새로운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된바람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함평은 마냥 춥지 않을 것이다. 자연경관과 빛,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훈훈한 열기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겨울은 봄을 품고 있다.
한편 ‘함평 겨울빛축제’축제기간 동안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숙박세일 페스타’가 시행된다. 평일 돌머리 오토캠핑장(카라반)과 글램핑장, 캠핑장의 숙박시설 요금을 50% 할인해준다. 또한 크리스마스 전 사흘(20, 21, 24일)간은 숙박요금 20%를 할인해주는 ‘크리스마스 숙박 특별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숙박예약은 ‘돌머리어촌체험휴양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하면 된다.
/글=송기동·함평 한수영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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