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옮겨서도 간 큰 개미들…레버리지 몰빵

순매수 1위 ‘레버리지 3배’
3분기 이후 1조 3천억 담아
빅테크 장기투자 대신 ‘단타’
고수익 좇다 리스크만 높여

미국주식 직구로 옮겨간 서학개미들이 투자 패턴이달라졌다.

종전에는 미국 기업들의 탄탄한 이익 체력과 시장 독점력, 높은 주주환원 수준에 주목해 장기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과 낮은 주주환원율에 실망해 해외 주식으로 이민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올 3분기 들어 서학개미들 계좌에서 기업은 사라지고 높은 레버리지 또는 인버스의 상장지수펀드(ETF)가 자리를 잡았다. 회전율 역시 높아져 단타 성향이 강해졌다.

13일 매일경제가 NH투자증권에 의뢰해 해외주식 계좌 소유주들의 회전율을 계산한 결과 올 3분기 해외주식 계좌의 회전율은 48.7%로 국내주식 계좌 49.46%와 비슷했다. 회전율이란 약정금액을 일평잔 금액으로 나눈 것으로 얼마나 빈번하게 거래를 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8월초 블루오션 대체거래소(ATS) 거래정지 사태로 미국주식 주간 거래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도 회전율이 높아진 것은 이례적이다. 작년 3분기만 하더라도 국내주식 계좌 회전율이 70.7%, 해외주식 계좌 회전율은 39.9%로 큰 차이가 났다.

한국증시를 불신하는 투자자들이 ‘국장은 단타, 미장은 장투(장기투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주식이나 지수는 우상향을 믿고 매매를 자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빅테크 주가가 흔들리기 시작한 하반기 이후로 높은 수익률을 쫓는 서학개미들의 거래 패턴이 달라졌다. 올초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대형주들을 주로 담는 투자자들이 3분기 들어서는 지수 3배나 개별종목 2배 레버리지 ETF에 집중 투자하게 된 것이다.

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3분기 이후 국내투자자들의 순매수 1위는 ‘SOXL(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이라고 불리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3배 추종 ETF였다. 3분기 이후 국내투자자들 매수 물량은 10억 달러였다.

통상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는 투자 내규상 세배 레버리지와 같은 초고위험 상품을 매수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서학개미들이 다 매수한 것이다. 2위는 테슬라 주가를 2배 추종하는 ’TSLL(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로 1억9072만 달러를 순매수했다.

10위 중 개별주식 종목은 인텔 하나만 있을 정도로 서학개미들의 선호 주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로 인해 국내주식의 저조한 수익 때문에 주식 이민을 가서 투자 리스크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자산배분본부장은 “3배 레버리지는 개인투자자들에겐 투자라기 보다는 투기에 가까워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레버리지나 곱버스(2배 인버스)ETF를 매수하려면 일정 시간 투자자 교육이 필요한데 해외주식은 지수 3배 인버스나 비트코인 2배와 같은 초고위험 상품을 투자하는 데도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