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1965년 생산된 벤츠 3세대 E클래스...W110(테일핀) 타보니
[바이트지흐트 코벤즐(오스트리아)=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벤츠 E클래스는 1947년 선보인 1세대 이후 지금까지 약 76년이라는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1965년에 소개됐던 3세대 E클래스(W 110)는 디자인이나 진보적 기술적 측면에서나 독보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시 W110 시리즈는 넉넉한 공간, 안락함, 성능, 가격에 합당한 가치, 경제적 효율성 등의 이상적인 조합을 선사하는 럭셔리 세단이었다는 게 메르세데스-벤츠 측의 설명이다.
엔진룸과 트렁크존에는 충돌시 차체가 쭈그러지는 크럼플존이 적용된 것도 이 때부터 였다. 충격을 흡수하면서 차체의 변형을 최대한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때문에 캐빈 내 탑승자는 그 만큼 안전성을 답보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벤츠는 1965년에 이르러 자동차 기술과 편의사양이 대폭 향상된 200 가솔린과 200 D 디젤 모델을 출시한다. 같은 해 6기통 엔진이 적용된 230 가솔린도 추가된다. 230 가솔린에는 브레이크 부스터와 프런트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한 듀얼-서킷 브레이킹 시스템이 도입돼 주행 안전성에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카리스마 돋보이는 럭셔리 세단
1965년에 소개된 W110은 당시로서는 그야말로 럭셔리 세단에 속하는 호화로운 차였다. 58년이 지난 지금 보더라도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자태는 여전하다. 그냥 럭셔리 세단의 ‘방점’을 찍은 모델이라고 표현하는 게 어울리는 모습이다.
W110은 프론트에서 리어에 이르기까지 그저 아름답다. 유려한 라인에 유려한 표면 디자인 설계는 기가 막히는 정도다. W110의 차체 사이즈는 전장 4730mm, 전폭 1795mm, 전고 1495mm이며 휠베이스는 2700mm에 달한다. 참고로 11세대로 변신한 신형 E클래스는 전장 4949mm, 전폭 1880mm, 전고 1469mm, 그리고 휠베이스는 2961mm다.
보닛 상단의 캐릭터 라인은 입체적인 감각을 더한다. 굴곡진 모습은 차별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두텁게 크롬 라인을 적용해 고급감을 높인다. 그릴 상단에 자리잡은 벤츠의 ‘삼각별’ 엠블럼은 하늘과 바다, 땅에서 ‘최고’를 의미한다. 벤츠 엠블럼이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다.
둥근 원형의 헤드램프와 안개등, 범퍼에도 크롬을 덕지덕지 붙였다. 럭셔리 세단으로서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디자이너의 감성이 더해진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살짝 지나친 감도 없지 않다.
사이드뷰는 전형적인 세단 형태를 취한다. 긴 보닛에 긴 후드는 W110만의 차체 비율이다. 윈드스크린이나 윈도우는 직선 라인이 강조돼 각이 날카로운 분위기다. 캐릭터 라인을 통해 다이내믹함도 연출된 디자인이다. 얇게 적용된 사이드 가니시, 휠 캡에도 크롬이 적용된 게 눈에 띈다.
리어뷰는 W110 만의 차별적인 디자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C필러에서 리어 스크린을 지나는 차체 라인 뒷날개는 꼬리 지느러미 처럼 뾰족하게 처리됐다. 벤츠는 이를 ‘테일핀(Tailfin)’이라고 묘사한다. 그래서 벤츠 ‘W110’의 모델명은 ‘테일핀’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W110의 실내는 한없이 고급스럽다. ‘T’자 형상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독립된 계기판이 자리잡는다. 가늘고 얇은 파워 스티어링 휠, 휠 캡 안에는 ‘D’자 형상의 림도 배치된다. 누르면 경적음을 낼 수 있다. 휠 칼럼에는 변속 레버가 적용됐다.
센터페시아엔 에어벤트와 라디오 등 음향장치가 적용됐으며, 큼지막한 아날로그 시계도 돋보인다. 시트 상단에는 머리와 목을 받쳐주는 지지대가 없는 점도 눈에 띈다. 윈도우를 여닫는 레버는 수동방식이어서 손으로 직접 돌려야만 한다. 탑승자가 차 안에서 맘껏 담배를 필수 있도록 페시아 상단과 2열 윈도우 패널 등에도 재떨이가 배치됐다. 진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대목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가죽 시트, 자동 변속기, 파워 스티어링, 에어컨과 같은 당시엔 정말 고급감이 넘치는 편의사양을 1960년대 중반에 이미 옵션으로 제공됐다. 시트는 브라운 색상의 천연 가죽 재질인데, 58년이 지났는데도, 착좌감이 뛰어날 뿐 아니라 매끈매끈함이 살아 숨쉬는 기분이다.
■ 한없이 부드러운...그리고 또 편안하고, 안락한 주행감
1965년 소개된 벤츠 W110는 배기량 1988cc의 직렬 4기통 엔진이 탑재됐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과 디젤 모델로 구성됐다. 시승차는 가솔린 모델인 만큼 공식 모델명은 엔진 배기량이 표기된 ‘E 200’으로 구분된다. 참고로 디젤 모델은 ‘E 200 d’.
E 200(W110, 테일핀)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95마력, 최대토크 15.7kg.m의 파워를 발휘한다. 당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은 15.1~15.2초가 걸렸다는 게 벤츠 측의 설명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155~160km 수준이다.
E 200은 58년 전에는 럭셔리 세단으로 불리면서 엄청 빠른 속도를 자랑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에도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당시였으면, 아반떼 N을 초고성능 스포츠카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다.
두툼하고 큼지막한 열쇠로 시동을 거니, 꽤나 두텁고 굵직한 엔진음이 들린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달리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 벤츠의 엔진 사운드는 ‘호랑이의 울음’ 소리가 나도록 개발됐다. 개인적으로는 11세대 신형 E클래스 보다도 58년 전에 생산된 W110의 엔진 사운드가 더 만족스럽다는 생각이다.
E 200 고급차로서 뒷바퀴 굴림 방식인 후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됐다. 여기에 4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점도 포인트다. 액셀러레이팅에서 가속 페달의 답력은 살짝 하드한 감각이다. 발끝에서 전해오는 감각은 묘한 매력을 더한다.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도 뛰어난데다, 천연 가죽 시트는 여전히 매끈하다. 수십년이 지났지만, 벤츠 클랙식카 팀에서 제대로 관리해온 탓에 신차 못잖은 수준이다.
오스트리아의 바이트지흐트 코벤즐(Weitsicht Cobenzl)에 위치한 시승 코스는 산악지대인데다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지는데, W110은 한없이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일부러 창문을 열고 주행한 탓에 풍절음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부드러운 주행감이 이어지는 건 E클래스 만의 차별적인 매력이다. 엔진룸과 차체 하단에서 유입되는 진동도 느껴지는데, 불편함 보다는 오히려 주행감을 돋군다. 진동은 부드럽고 잔잔한 분위기다.
오르막 길에서의 변속감은 살짝 랙도 발생한다. 직결감이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세밀하면서도 민첩한 반응은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정겨운 맛이다. 핸들링 감각은 안정적이지만, 와인딩 로드에서는 쏠림 현상도 찾아볼 수 있다. 기계적 측면보다는 시트가 몸을 지지하는 역할이 지금과는 다른 점도 한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산악지대인 만큼 풀스로틀로 달리면서 주행 성능 등 퍼포먼스를 확인할 수는 없는 코스였지만, 내리막 뿐 아니라 오르막 길에서도 당초 생각 이상으로 탄력적인 주행감을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을 더한다.
■ 1965년 생산된 벤츠 3세대 E 200 가솔린(W110, 테일핀)의 관전 포인트는...
E클래스는 역시 E클래스 였다. E클래스 3세대 모델 W110(테일핀)은 58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카리스마 돋보이는 디자인과 한없이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은 여전했다. 78년 역사를 지닌 E클래스 만의 차별적 포인트다.
W110은 당시로서는 호화 럭셔리 세단으로 분류됐는데, W110 클래식카를 경험해본 기자 입장에서는 58년 전 소개됐던 그 모습 그대로 또다시 새로운 신차로 등장한다 치더라도 E클래스 만의 존재감은 여전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 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 곳에는 1896년 소개된 최초의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 Motor Wagen)’을 비롯해 레이싱카, 최근의 신차에 이르기까지 수백대의 차량을 전시하고 있다.
벤츠는 별도의 클래식카 팀을 운영해오고 있다는 점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3세대 E클래스, W110, 테일핀 처럼 수십년 전에 출시됐던 다양한 클래식카도 새차처럼 관리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왜 130여년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지, 또 왜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ysha@dailyca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