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보다 싸늘한 서울 민심…李에 드리운 ‘20%대 지지율’의 그림자

박성의 기자 2026. 9. 1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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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폭설이 내리고 강이 얼어붙을 때, 익숙한 계절의 문법이 깨질 때, 사람들은 이를 기상이변이라 부른다. 민주당 정부에서 통상 가장 차가운 민심이 머물던 TK(대구·경북)보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더 낮아졌다.

정권이 존립 위기 수준의 타격을 받았던 순간에도 보수 대통령의 최대 험지인 호남 지지율이 서울보다 높아지는 역전은 나타나지 않았다.

리얼미터 기준 역대 진보 정부 조사에서 서울에서 TK보다 국정 지지율이 낮게 나온 전례는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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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9.0%·TK 29.4%…2030 세대도 나란히 20%대, 곳곳서 ‘경고음’
커지는 김승원·용혜인 리스크…김어준·진중권도 “이러면 곧 20%대”
文 정부도 ‘서울 민심’ 악화 뒤 재보선 참패…與 ‘李 마케팅’ 사라지나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9월에 폭설이 내리고 강이 얼어붙을 때, 익숙한 계절의 문법이 깨질 때, 사람들은 이를 기상이변이라 부른다. 정치의 날씨도 다르지 않다. 민주당 정부에서 통상 가장 차가운 민심이 머물던 TK(대구·경북)보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더 낮아졌다. 전국 선거의 최대 승부처가 전통적 험지보다 먼저 얼어붙은 셈이다. 정치권에서 지금의 지지율 흐름을 '민심의 기상이변'으로 보는 이유다.

여권 입장에서 더 불길한 것은 악재가 한 방향에서만 몰려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와 부동산, 사법 리스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반전을 위해 꺼낸 개각 카드마저 인사 리스크라는 또 다른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여권 안팎에서 벌써 '20%대 지지율' 경고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지율 반등에 실패할 경우, 여권 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충돌 시계가 예상보다 빨리 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서울에서 감지되는 뚜렷한 지지율 하락세

청와대에서 모든 숫자가 같은 무게로 읽히는 건 아니다. 매주 마주하는 여론 전광판에도 나름의 해독법이 있다. 진보 정권의 TK, 보수 정권의 호남. 이 지역에선 숫자가 바닥을 쳐도 충격은 제한적이다. 애초 상대 진영의 벽이 높은 험지여서다. 그곳의 등락만으로 전체 민심의 방향을 읽기는 어렵다.

정권이 좀 더 예민하게 보는 곳은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이다. 지난 6·3 지방선거 기준 서울의 선거인은 약 832만 명. 전국 유권자의 18.6%로 경기 다음으로 많다. 규모만 큰 것도 아니다. 어느 한 진영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최대 승부처이자, 전국의 정치·경제 이슈가 가장 빠르게 교차하는 곳이다. 

특히 집값과 경기 같은 민생 변화에 민감하고 중도·부동층의 이동도 잦다. 그래서 서울의 숫자는 단순히 한 지역의 지지율을 넘어, 현재의 민심과 다음 선거의 방향을 함께 보여주는 선행지표로 읽힌다.

그런데 그 선행지표에 이상 신호가 켜졌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0명을 조사한 결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7.4%였다. 전주보다 1.5%포인트(p) 떨어진 취임 후 최저치다. 하락세는 8주째 이어졌다. 부정 평가는 59.5%로 올라 긍정 평가와의 차이가 22.1%p까지 벌어졌다. 7월 셋째 주 48.4%와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반 사이 11.0%p나 빠졌다.

특히 서울의 긍정 평가는 한 주 새 6.0%p 급락한 29.0%였다. 같은 조사에서 TK는 29.4%였다. 두 지역의 표본 규모를 감안하면 0.4%p 차이 자체로 우열을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역전이 만들어진 방향이다. 직전 조사에서 서울은 35.0%, TK는 32.3%였다. TK도 이번에 2.9%p 하락했지만 서울은 그 두 배가 넘는 6.0%p 빠지면서 순서가 뒤집혔다. 

강한 긍정 평가인 '매우 잘함' 역시 직전엔 서울 25.2%, TK 23.7%였지만 이번엔 서울 18.3%, TK 19.8%로 역전됐다. 전체 부정 평가는 두 지역 모두 67.9%였지만 '매우 잘못함'은 서울 57.5%, TK 52.8%로 서울이 오히려 더 높았다. 승부처인 서울의 민심이 전통적 험지만큼이나 악화된 셈이다.

물론 지역별 표본 규모와 조사 시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과 TK의 미세한 격차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다만 이를 감안해도 서울 민심의 흐름은 분명 예사롭지 않다. 

앞서 8월 둘째 주에도 긍정 평가는 서울 36.2%, TK 36.4%로 한 차례 역전됐다. 이후 서울이 다시 TK를 앞섰지만, 불과 3주 만에 또 순서가 뒤집힌 셈이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가파른 하락세다. 최근 8주 동안 서울 지지율은 43.7%에서 29.0%로 14.7%p나 빠졌다. TK가 주차별로 비교적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한 것과 달리, 서울은 전반적으로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보수 정부가 지지율 바닥을 찍었던 시기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결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 리얼미터 조사에서 전국 지지율은 17.3%까지 추락했다. 그때 서울은 16.1%, 광주·전라는 12.8%였다. 정권이 존립 위기 수준의 타격을 받았던 순간에도 보수 대통령의 최대 험지인 호남 지지율이 서울보다 높아지는 역전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서울-TK 수치의 의미를 단순한 지역별 순위표 이상으로 보는 이유다.

더구나 이번 경고음은 서울 한 곳에서만 울리는 게 아니다. 18~29세는 28.8%, 30대는 29.8%로 나란히 20%대였다. 특히 20대 남성은 21.4%, 30대 남성은 20.8%에 그쳤다. 40대에서도 전주보다 2.1%p 떨어진 41.5%였다. 여기에 선거 승패의 열쇠를 쥔 중도층은 한 주 만에 5.5%p 급락한 35.9%를 기록했다. 반대로 진보층은 4.0%p 오른 57.3%였다. 진보 성향 지지층이 결집하는 동안 그 바깥의 서울·청년·중도가 먼저 떨어져 나가는 모양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내로남불' '공소 취소'로 소비되는 8·30 개각

리얼미터 기준 역대 진보 정부 조사에서 서울에서 TK보다 국정 지지율이 낮게 나온 전례는 찾기 어렵다. 다만 다른 조사로 범위를 넓히면 민주당 정권에서 서울이 TK 아래로 내려간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문재인 정부다.

한국갤럽이 그해 3월16~18일 조사한 결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전국 37%였다. 서울은 27%, TK는 28%였다. 당시 지지율을 끌어내린 진앙은 비교적 분명했다. 부정 평가자 가운데 37%가 '부동산 정책'을 이유로 꼽았다. 집값 급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가운데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까지 터지며 정책 실패에 공정성 논란이 덧씌워졌다. 당시 서울에선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도 61%에 달했다. 공교롭게도 민주당은 여론조사 결과 발표  3주 후 치러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겪었던 지지율 위기보다 지금 상황을 더 무겁게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차이는 시점이다. 2021년 3월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 가까이 지난 임기 말이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아직 취임 15개월 안팎이다. 권력이 가장 강해야 할 시기에 벌써 서울·중도·청년층에서 동시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같은 시기 지지율과 나란히 놓으면, 이 대통령의 현재 위기가 어느 수준인지 더 또렷해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5개월 무렵인 2014년 5월 넷째 주 세월호 참사 후폭풍 속에서도 50.9%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8월 둘째 주 58.1%였다. 당시에도 경제·민생 불안과 드루킹 특검 등의 여파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여전히 50% 후반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8월 둘째 주 38.3%였다. 같은 시기 이 대통령의 지지율(37.4%)은 당시 윤 전 대통령보다도 0.9%p 낮다. 전임 대통령 가운데 이 대통령보다 동 시기에 지지율이 낮았던 사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26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23.2%까지 떨어졌다. 다만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정부와 검찰을 향한 비판 여론이 급격히 확산되던 특수한 국면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이른 시점에 경고등이 켜졌을까. 정치권에서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지목된다. △2기 개각 후보자들을 둘러싼 특혜·공소 취소 추진 의혹 등 인선 논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정책 유턴 논란 △대통령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의 발언 파장 등이다. 이들이 동시에 겹치면서 정부의 인사·정책 신뢰도에 대한 부정 여론이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하나의 대형 악재가 지지율을 끌어내린다기보다 서로 성격이 다른 악재들이 차례로 빈틈을 메우는 구조다. 한 곳의 불을 꺼도 다른 곳에서 연기가 나는 '복합위기'인 셈이다.

특히 반전을 위해 꺼낸 8·30 개각이 오히려 이 구조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야권은 김 후보자의 지명을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 문제와 연결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국면 전환용 인사가 사법 리스크를 다시 정치권 한복판으로 끌어오는 통로가 된 것이다.

외연 확장 카드로 꺼낸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되레 인사 리스크의 한 축이 됐다.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을 동시에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두고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배우자인 박기홍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의 '셀프 인사'와 정부지원금 부정 수령 의혹, 이른바 '가족정당' 논란이 뒤따랐다. 최근에는 용 후보자 부부가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진 노동당 내부 비공개 '언더조직'이 혼전 순결과 낙태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교재를 사용한 사실이 과거 노동당 진상조사에서 확인되면서, 용 후보자가 성차별적 운영을 묵인했다는 의혹도 다시 제기됐다.

"국정기조 자체가 민심과 충돌하는 상황"

각각의 의혹은 청문회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더 규명돼야 한다. 그러나 지지율의 관점에선 의혹의 최종 결론만큼이나 '개각이 어떤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쇄신을 위해 꺼낸 인사가 오히려 특혜, 공소 취소, 가족정당, 이중잣대 같은 단어를 연달아 소환하면서 대통령의 인사 검증 시스템과 판단력까지 함께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좌우 양측에서 이재명 정부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쇄도하는 양상이다. 진보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이 추세로 가면 앞에 2자가 한 달 이내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하락 추세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함께 방송에 출연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KTX·SRT 통합 운영, 수출·경상수지 등 긍정적 뉴스가 있었음에도 개각 후보자 논란과 부동산 세제 유턴, 사법 리스크 관련 논란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시사저널TV에 출연해 김씨의 '한 달 내 20%대' 전망에 "동의한다"고 했다. 진 교수는 부동산과 인사,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등 국정운영 기조 자체가 민심과 충돌하는 문제라고 봤다. 그는 "이 대통령의 현실감을 잃어버린 듯한 발언과 정책 실패가 이어지면서 지지율을 다시 올릴 만한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각각 다른 진영에 속한 두 사람이, 다른 논리로 동시에 '20%대'를 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여권에는 부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레임덕의 전조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서울과 중도·청년층이 동시에 흔들리는 지금의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여당 정치인들이 이 대통령을 더 이상 '정치적 자산'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의 이름을 앞세우는 것이 표가 되는지, 오히려 거리를 두는 것이 살아남는 길인지, '이재명의 우군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하는 순간 현재 권력의 원심력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 때도 비슷한 전조가 있었다. 2024년 총선이 다가오자 여당 후보들이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선을 긋기 시작했다. 국정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자 사과와 국정기조 전환 요구가 잇따랐다. 서울 마포을의 함운경 후보는 윤 대통령에게 탈당까지 요구했다가 하루 만에 거둬들였다. 결국 총선에서 참패했고,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급격히 약해졌다.

물론 이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아직 길고, 민심은 유동적이다. 서울과 중도·2030의 이탈이 일시적 조정에 그친다면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정부의 위기를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퇴임 지지율이다. 국민이 내준 숙제를 잘 풀어낸다면 여론은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하락세가 굳어질 경우다. 부동산은 수도권을, 인사 논란은 중도층을, 사법 리스크는 비지지층의 반감을 각각 자극하며 악재가 서로 다른 층으로 번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장기화하면 여론조사 숫자는 단순한 국정 평가를 넘어 국정운영 동력을 갉아먹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연구소장은 "이 대통령 최근 지지율은 지난 대선 득표율보다도 낮다. 특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라며 "임기 2년 차에 레임덕 우려는 이른 감이 들지만 경고등이 켜진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026년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는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다. 9월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는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한국갤럽의 2021년 3월16~18일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및 각 조사기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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