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정부 출신 1세대 사진작가 류후선

1960~70년대 생활상 기록… 그날의 애환·정취 '찰칵'

20대때 미군부대 전투 현장 뒤따라
'기억, 나의 의정부'서 작품들 공개
"정 넘치던 그때를 잊지 말아주길"
20대 때 미군부대에서 사진을 배운 뒤 평생 카메라를 잡아온 의정부 출신 1세대 사진작가 류후선씨가 의정부기억저장소에서 열린 자신의 사진전에서 과거 의정부의 모습을 가리키며 시대상을 설명하고 있다. 2024.5.9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20대 때 미군부대에서 사진을 배운 뒤 평생 카메라를 잡아온 의정부 출신 1세대 사진작가 류후선.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져 가는 1960~1970년대 생활상을 류 작가만큼 기록한 사람도 드물다. 흙바닥 골목에서 뛰어놀던 어린아이부터 노동자의 일상, 긴장감 넘치는 한미연합훈련 현장까지 그가 찍어온 사진 한 컷 한 컷은 모두 대한민국의 역사 그 자체다.

그런 류 작가가 의정부 시민을 위해 작품들을 공개했다. 6월30일까지 열리는 의정부기억저장소의 개관기념 기획전시 '기억, 그리고 나의 의정부'가 바로 그것. 류 작가에게 작품의 의미와 그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젊을 땐 시간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나갔죠. 거리의 풍경, 지나는 사람의 모습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렌즈를 통해 보면 하나의 작품이었습니다. 이제는 도시가 발전해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됐지만, 아직도 그때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 당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걸 보고 있으면 사람들의 애환과 추억이 느껴지면서 뿌듯하죠."

전시에는 류 작가가 30여년간 미군부대 내 여가활동 강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찍은 풍경 및 인물사진과 미2사단 공보부 소속으로 찍은 공보용 사진 대표작 다수가 걸렸다. 또 류 작가가 1985년 한국사진작가협회 의정부지부와 1994년 의정부예총을 차례로 창설했을 때의 자료와 미군으로부터 받은 표창 등도 함께 전시됐다.

20대 때 미군부대에서 사진을 배운 뒤 평생 카메라를 잡아온 의정부 출신 1세대 사진작가 류후선씨가 의정부기억저장소에서 열린 자신의 사진전에서 과거 의정부의 모습을 가리키며 시대상을 설명하고 있다. 2024.5.9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류 작가는 "포토그래퍼로서 재능을 인정받으면서 점점 더 사진의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내 사진이 그해 미군 캘린더 첫 페이지에 쓰이고, 신문에 소개되고, 때론 국전 같은 대회에서 상도 타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며 "사실 군부대에서 일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지만, 그런 성과들이 있었기에 더욱 노력할 수 있었다. 주간은 물론 야간 훈련을 수시로 따라가고, 전쟁이 나면 전방에 투입될 준비를 하면서도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이 내 사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제는 은퇴 후 노년의 여유를 즐길 법도 하건만, 아직도 시간이 나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는 그는 젊은 세대를 향해 과거를 기억해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류 작가는 "과거가 없다면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겠나. 가난하게 살았지만 정이 넘쳤던 그때를 젊은 사람들이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내 사진을 보는 지금의 친구들이 이 시대보다 앞서 살았던 선배들, 아버지, 어머니의 시절을 생각해주면 고맙겠다"고 전했다.

20대 때 미군부대에서 사진을 배운 뒤 평생 카메라를 잡아온 의정부 출신 1세대 사진작가 류후선씨가 의정부기억저장소에서 자신의 작품과 살아온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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