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디자인, 세대를 잇다 개포자이 48평형 리노베이션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때는 낡은 재건축 단지였던 이곳이 고급 아파트 브랜드 ‘자이’의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중 한 세대, 160.71㎡(약 48.6평) 3Bay 구조의 집에서 부부와 두 아들이 살아가는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이번 리노베이션은 부모 세대와 아들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세대가 다르고 취향이 다르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집안 곳곳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었다.

진행 이형우 기자│글 자료 노현상 대표(㈜유니브원) | 사진 ㈜유니브원
HOUSE NOTE
DATA
위치
서울 강남구 개포동
용도 공동주택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건축면적 160.71㎡(48.6평형)
발코니 확장 - 거실, 방 2, 주방
설계기간 2025년 1월 ~ 2월
시공기간 2025년 3월 ~ 4월

설계 및 시공 ㈜유니브원 02-447-0415 blog.naver.com/univone

MATERIAL
천장, 벽
실크벽지
바닥 강마루(구정마뷸러스젠 600×600)
창(확장부) 기존 시스템창 내측에 덧창
도어 Upcycling
주방가구 영림
일반가구 퍼시스원
세대 간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현관
단정하게 정돈된 직선, 부드러운 조도 그리고 바닥에서부터 은은히 퍼지는 간접조명. 이 공간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지만, 그 자체로도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공간이다. 외부의 시선을 끊어주는 포그 유리 중문은 외부와 내부라는 경계뿐만 아니라 세대 간 취향의 차이도 부드럽게 매만지고 있다. 젊은 세대의 절제된 모던함과 중년 세대의 따뜻한 감성 사이에서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은 채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현관은 눈에 띄는 색감은 없다. 그래서 오히려 시선은 재료의 질감과 구조로 향하며 ‘심플’이라는 말보다 ‘고요한 정돈’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공간이다.
리노베이션 이전의 현관 모습
부드러운 조도와 바닥에서부터 은은히 퍼지는 간접조명이 인상적인 현관. 여닫힌 포그 유리 중문 사이로 절제된 모던함과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
살아가는 이야기로 여백을 채우는 거실
여백의 품격, 감정을 머무르게 한 공간이다. 넓고 환한 공간이 반드시 좋은 공간은 아니지만 평면 구조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결과다. 거실은 가족의 얼굴만 봐도 감정을 읽을 수 있고 서로를 자연스럽게 대면하는 구조가 중요한데 이 집의 거실은 그 ‘마주봄’의 중심이다.
처음 이 집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디자인 방향을 정한 것도 거실이었다. 두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한데 ‘여백’을 통해 세대 간의 시간적 경계를 줄이려 노력했다. 바닥재는 큼직한 600*600 사이즈의 마루를 사용해 시각적 통일성과 청결한 느낌을 의도했다. 거실의 필수품인 소파는 대형 가구라서 전체적인 컬러 매치가 안 될 경우 공간의 리듬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 은근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가족은 은은한 민트 톤 컬러의 소파를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두 세대를 어우르는 중립적 디자인을 선택했기에 공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오렌지와 머스터드 옐로우 쿠션은 정제된 공간에 감정의 온도를 더하는 장치도 되어 공간의 품격이 더욱 높아졌다.
거실은 결국 무엇을 더하지 않고,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그 여백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Before. 다양한 가구 배치와 톤 사용으로 어수선하게 보이는 거실
‘여백’을 통해 세대 간의 시간적 경계를 줄이려 노력한 거실. 두 세대를 아우르는 중립적 디자인을 선택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깔끔하면서 품위 있는 주방
주방은 가장 일상적인 공간이자 가족 간의 교감이 시작되는 장소다. 이번 개포자이 리노베이션에서 주방은 기능성과 감성, 세대 간 격차 줄이기 등 세 가지 균형을 동시에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주방 안쪽은 빌트인 냉장고와 넉넉한 수납장, 적당한 크기의 채광창을 통해 실용성과 쾌적성을 모두 충족시켰다. 다이닝 존은 부드러운 조명으로 가족의 온기를 담는 식탁 공간이다. 특히, 상부 수납장을 라이트 우드를 적용해 전체적으로 화이트 & 우드로 가장 무난하지만 또 강력한 디자인으로 마감했다. 전체적으로 세대 간의 갭을 줄이는 깔끔하면서도 품위 있는 주방으로 완성됐다.
기능에만 치중한, 리노베이션 이전의 주방
기능성에 더해 감성과 세대 간 격차 줄이기 등 세 가지 균형을 동시에 구현한 주방. 음식 냄새 및 요리 매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폴딩도어가 눈에 띈다.
따뜻하고 명상적 분위기를 연출한 화장실
욕실은 몸을 씻는 공간으로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공간이다. 사회생활의 일과를 마친 후 하루의 긴장을 풀고 마음을 비우는 장소다. 그래서 옛날에는 근심을 푸는 ‘해우소’라고 했던가! 전면은 베이지 계열의 스톤 텍스처 타일로 통일감을 주었고, 샤워실 한쪽 벽면에는 수직으로 결이 살아 있는 우드 패턴 타일을 더해 따뜻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세면기와 수납장, 그리고 거울장은 모두 부피감을 줄이고 부유감을 강조한 설계로 좁은 공간에서도 시야가 넓고 편안하게 유지된다. 특히, 거울 아래로 흐르듯 연출된 간접조명은 무드를 더하면서도 한밤 중 사용에도 눈부심을 줄여주는 꽤 실용적인 디자인이다.
이 욕실은 크지 않지만 디자이너의 시선은 결코 작지 않다. ‘생활의 질’이란 결국,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공간에서 완성된다는 믿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리노베이션 이전의 화장실
전면을 베이지 계열의 스톤 텍스처 타일로 통일감을 주고, 샤워실 한쪽 벽면에 우드 패턴 타일을 더해 따뜻하고 명상적 분위기를 연출한 화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