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포커스] '英 팰리서 압박' LG화학, 주주가치 제고 ‘시험대’

서울 여의도 LG 본사 전경 /사진 제공=LG

LG화학이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영국계 행동주의펀드인 '팰리서캐피탈'의 주주제안을 상정했다. 팰리서캐피탈이 권고적 주주제안, 선임독립이사 제도 등 지배구조 개편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제출하며 압박하는 가운데 LG화학은 이사회 차원의 반대를 권고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3월3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제25기 정기 주총을 열고 팰리서캐피탈이 내놓은 △권고적 주주제안 △선임독립이사 도입 등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권고적 주주제안·선임독립이사 도입 안건 상정

팰리서캐피탈은 이달 10일 LG화학의 주주 보호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 지분 1% 이상을 장기 보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팰리서캐피탈이 제안한 권고적 주주제안은 주총에서 표결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결의다. 권고적 주주제안이 도입되면 발행주식 총수의 1000분의5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회사의 지배구조, 자본배분, 임원보상 및 주주환원 정책 등을 주총의 목적 사항으로 삼을 것을 제안할 수 있다.

팰리서캐피탈은 권고적 주주제안이 가결될 경우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의 분기별 공개 △경영진 주식연계보상 도입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을 70% 미만으로 낮추고 확보한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안건을 제의할 계획이다. 또  선임독립이사 제도를 도입해 선임독립이사가 독립이사를 대표하고 이사회와 폭넓은 주주 기반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관변경도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이사회는 법령·정관 위반이나 주주제안권 남용 사유가 없다면 주주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야 한다. 팰리서캐피탈 또한 안건이 실제 가결될지 여부를 떠나 이사회에 주주가치 제고라는 의사를 소구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주주제안 제도를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취지 공감하나 반대 권고”

LG화학은 팰리서캐피탈의 주주제안에 대해 각각의 이유를 들며 반대를 권고했다. 먼저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의 경우 취지에는 공감하나 아직 관련 법령과 타사의 사례가 없어 운영상 불확실성이 우려되기 때문에 향후 법령 정비 상황에 맞춰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주주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LG화학은 24일 이사회에서 조화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것은 처음으로 이에 따라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LG화학은 팰리서캐피탈의 선임독립이사 도입 요구의 경우 사외이사 의장 선임과 주주 소통 확대 계획으로 이미 이사회 운영에 반영돼 별도로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팰리서캐피탈은 NAV 할인율을 분기별로 공개하고 NAV 할인율 및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추가 핵심성과지표(KPI)로 연계하는 안을 보상위원회가 검토할 것도 제안했다. 다만 LG화학은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의 영향이 커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구조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주주수익률과 연계된 경영진 보상체계는 2026년 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올해 1월 LG엔솔 지분을 향후 5년간 7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유동화해 재무건전성과 주주가치 제고 등에 사용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회사는 팰리서캐피탈의 제안대로 단기간에 대규모 지분을 추가 매각할 경우 지분가치와 매각이익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점진적인 유동화가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LG화학은 “일부 안건은 선제 조치를 취해 실질적으로 충족될 수 있도록 했다”며 “기대효과 대비 잠재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평가되는 기타 안건은 취지에 맞게 점진적으로 반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수민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