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인재 채용 '흥행'?'…여전히 '가시밭길'인 이유

‘한국판 NASA’를 표방하는 우주항공청이 첫 채용에서 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열악한 정주여건으로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와는 달리 많은 지원자에 관계자들은 고무된 모습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우주항공청의 인재 확보 과제는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우주항공분야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최고 수준의 인재가 중장기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국내외 최고 수준의 인력을 확보하고 다른 기관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정부가 중장기적인 비전과 처우개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우주항공청 임기제 공무원 경력 경쟁채용은 접수결과 50명 모집에 807명이 몰렸다. 소지한 학위에 따라 지원자격이 다른 각 모집단위의 경쟁률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5급, 6급, 7급 연구원 모집 전형의 경쟁률은 13.1대 1~18.9대 1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양한 경력의 지원자들이 이번 채용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 간부급‧해외인재 및 양질의 인재 확보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
우주항공청의 ‘인력 확보 미션’은 이제 시작이다. 첫 채용은 흥행에 성공했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이끌 간부급 인력과 우주 선도국에서 경험을 쌓은 해외인재 채용은 다음 달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미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간부급과 해외 인재가 우주항공청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존 국내외 주요 기관과 비교했을 때 매력적인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처우의 경우 기존 민간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간부급인 프로그램장(4급 연구원)의 연봉은 1억1000만원~1억3000만원이며 임무지원단장(3급 연구원)은 1억2000만원~1억3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의 우주항공분야 계열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주항공청의 소재지가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경남 사천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를 제시해야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장이 가능하지만 ‘임기제’란 점
도 인재들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외 인재에게는 더욱 부족하게 느껴지는 수준이다. 글로벌급여정보사이트 컴패어러블리에 따르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그룹장급 연구원의 평균연봉은 22만3604달러(약 3억449만원)다. 미국 민간기업의 급여는 이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주항공 분야 투자를 강화한 나라의 기관과 비교해도 초라하다. 중국과학원 산하 항공우주정보연구소(AIR)는 지난해 해외 연구원 초빙 공고에서 기본 보수 외에 500~1100만 위안(약 9~20억원)의 정착 자금과 100만 위안(약 1억원)의 생활수당을 제시했다.
해외 인재의 경우 촉박한 일정도 걸림돌이다. 우주항공청의 외국인 채용은 다음 달 15일까지 후보자 수요 조사를 마친 후 6월 임용될 예정이다. 1월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통과된 직후부터 물밑에서 의사를 타진했더라도 3개월 만에 해외행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 한 과학기술원 소속 교수는 “국내 유수 대학에서도 경력이 많은 연구인력을 초빙하는 데는 1년 가까이 시간이 필요하다”며 “단기간에 초빙에 성공하더라도 기본 계약 기간인 3년만 채우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등 여러 변수가 있다”고 말했다.
● 양질의 인재들, 도중 이탈 가능성도
이번 채용에서 높은 경쟁률이 실제 양질의 인재 확보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란 분석이 나온다. 채용 과정에서 인재들이 다른 기관에 합격해 떠나가거나 임용된 후에도 금세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란 이야기다.
이번 첫 채용의 경우 지원자들은 다른 민간기업에도 지원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현재 국내 최대 우주항공분야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입‧경력 채용이 진행 중이다. 모두 합격한 경우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근무할 수 있는 민간기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임용이 무사히 이뤄지더라도 우주항공청에서의 경력을 발판 삼아 다른 곳으로 이직을 선택할 수도 있다. 사천에 소재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KAI의 최대 고민은 인력들이 ‘3년’을 채우고 수도권으로 떠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중에 인력이 이탈하는 경우 빈자리를 급하게 채워야 하기 때문에 기관 입장에서는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단순히 정원을 채우는 것만이 인력확보의 성공조건이 아닌 이유는 또 있다. 수도권 한 대학의 우주항공 관련학과 교수는 “우주항공청이 ‘200명’이란 채용 목표를 발표했을 때 이를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문제는 얼마나 많은 실무경험을 가진 고급인력을 데려올 수 있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경력 채용에서 5급 연구원의 경우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면 실무경험이 없어도 지원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이어 “학위가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보장할 수는 있지만 우주항공분야는 무엇보다 실무경험이 중요하다”며 “실무경험을 쌓기 어려운 국내 대학의 실정을 고려하면 단순히 학위만으로 역량을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세계 최고수준 기관’ 명확한 성장 로드맵 제시해야
젊은 인재들을 유인하기 위해선 우주항공청이 명확한 성장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이 열악한 정주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언급한 ‘우주항공분야 최고의 기관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보여주는 청사진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명확한 전략 분야를 설정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신흥 우주 선도국의 기관들처럼 특화된 연구 분야를 제시하고 이를 육성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우주정거장 관련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으며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민간기업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한 달 탐사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 기관보다 후발주자인 우주항공청이 앞서나가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NASA와 공동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출연연 한 연구자는 "이제 막 출발한 우주항공청이 좋은 인력을 데려오기 위해선 NASA와 같은 최고 기관을 따라잡겠다는 장기적인 목표가 아닌 단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줘야 한다"며 "국내 연구기관과 민간기업 생태계가 지닌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까운 시일 내 실현 가능한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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