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품을 소개한 지 7년 만에 첫 결실…그리고 16년 뒤 노벨문학상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0. 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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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 이구용 대표는 2008년부터 한강 작가의 작품을 해외에 소개해 왔다.

드디어 2008년 봄, 작가를 직접 만나 <채식주의자> 에 대한 나의 의견을 나누고, 에이전트로서 이 작품을 해외 출판시장에 소개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채식주의자> 등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외 수출 에이전트 역할에 대해 허락을 받은 이후 현지 에이전트와 협력하며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지 출판사 편집자들에게 꾸준히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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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 "마른하늘에서 떨어진 축복의 아름답고 고운 벼락과도 같은..." (글 :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글: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 이구용 대표는 2008년부터 한강 작가의 작품을 해외에 소개해 왔다. 한강 작가가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는 과정을 함께했다.
 

2016년 3월 파리 도서전에 참가한 한강 작가(왼쪽)와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사진 : KL매니지먼트 제공

한강 작가의 문학을 처음 접한 것은 2007년. 창비에서 출간한 <채식주의자>가 첫 작품이다. 이 작품이 처음 출간되자마자 촘촘히 읽고 큰 매력을 느꼈다. 한국 문학 수출에 큰 관심이 있어 그 대상 작품을 찾던 차에 좋은 작품을 만난 것이다. 드디어 2008년 봄, 작가를 직접 만나 <채식주의자>에 대한 나의 의견을 나누고, 에이전트로서 이 작품을 해외 출판시장에 소개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강 문학과의 동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평소 관심을 가져오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작가와 그들이 발표한 문학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기본적으로 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1995년 봄부터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로 일하면서 영미·유럽 문학을 한국 출판시장으로 들여오는 일을 주로 해오던 과정에서 역으로 한국 문학을 해외로 소개하고 싶다는 바람이 커져 갔다.

2000년 이전에 영미·유럽 출판시장으로 한국 문학 수출 시도를 몇 차례 했었지만 당시 세계 출판시장에서의 한국 문학을 포함한 한국 출판에 대한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에이전트로서 한국 문학 수출을 위한 준비나 노하우가 턱없이 부족했던 터라 내가 바라는 바를 이루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0년을 지나면서 한국 문학 해외 수출을 위해 나름대로 축적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자양분 삼아 다시 수출 시도를 한 것이다.

<채식주의자> 등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외 수출 에이전트 역할에 대해 허락을 받은 이후 현지 에이전트와 협력하며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지 출판사 편집자들에게 꾸준히 소개했다.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이 작품이 너무 문학적이고 무거워서 현지 독자들에게 다가가기가 어렵겠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러나 인간과 세상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을 통해 표현된 주제와 작품 전체에 흐르는 메시지에 그만의 개성과 함께 어느 나라 독자들과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내 확고한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지속적으로 한강의 문학에 대한 해외 소개를 이어갔다.

영국 출판사 포토벨로 북스(Portobello Books)의 편집자 맥스 포터(Max Porter)와 연이 닿았다. 그는 역자인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의 번역 원고를 읽고 출판을 결정했다. "훌륭한 멋진 걸작이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영어판은 2015년에 출간됐다. 영어권으로 소개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영국에서 이 작품이 번역·출간된 것이다. 한강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이듬해인 2016년에 맨부커 인터내셔널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수상했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뒤 나란히 선 한강(오른쪽)과 데보라 스미스. 한강은 수상 뒤 가장 먼저 영어 번역을 해준 데보라 스미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독자의 입장에서 <채식주의자>를 처음 읽었을 가졌던 생각은 이렇다. '한강의 문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악이나 폭력에 대해 갖는 한 개인의 거부와 투쟁에 대한 몸짓을 예술적 서사로 승화시키고 있구나'. 거부하고 떨쳐내고 싶지만 그렇게 되기 쉽지 않은, 그러나 그렇게 됐으면 하고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

이 부분에 대한 보편성이 세계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그것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하나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향후 또 다른 한국 작가와 그들의 다양한 문학은 물론, 문학 이외 영역에 있어서 한국의 다양한 가치에 대해 세계인들에게 더욱 관심 갖게 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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