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기] 욕설 카톡 받으니 기분 참…학폭 피해 가상 체험해보니
※[깊이보기]는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JTBC 모바일제작부 기자들의 취재 결과를 알기 쉽게 풀어 드립니다.
"야, 카톡 바로 안 보냐? XX 싶어서 환장했지? 두고 봐"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들려온 말입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니 단체카톡방에선 비난 메시지가 쏟아집니다.
'대답 바로바로 안 하냐' 'XX 같은 X아 빠릿빠릿하게 답장을 하라고' 등의 문구가 보입니다. 욕설이 이어졌고 한 친구는 페이스북에 제 엽사(엽기 사진)를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여러 명에게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사이버 폭력을 체험해보니 고통스러웠습니다.
실제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얼마나 더할까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학교폭력 피해는 소수 학생 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푸른나무재단이 2021년 12월 22일부터 지난해 2월 20일까지 전국 초·중·고등학생 등 60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 가운데 7%가 학교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년 대비 0.3%포인트 늘어난 숫자입니다.
특히 학교폭력 유형 가운데 사이버폭력은 역대 최고치인 31.6%로 집계됐습니다. 2020년 조사 때만 해도 16.3%였습니다. 사이버폭력 뒤로는 언어폭력(19.2%), 따돌림(11.9%) 순으로 자리했습니다.
사이버폭력 유형 가운데에서는 사이버 언어폭력이 28.4%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사이버 따돌림(15.4%), 사이버 명예훼손(14.3%) 순으로 자리했습니다.
피해 사례 중에는 익명 SNS 앱에 조건 만남 등 허위 게시물을 유포해 피해 학생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배달 앱으로 현장결제를 신청해 피해 학생에게 배달시키는 등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피해 학생 10명 가운데 5~6명(53.6%)은 '고통스러웠다'고 호소했습니다. 특히 이같이 답한 10명 가운데 3명(26.8%)은 극단적 선택·자해 충동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푸른나무재단 측은 "학교폭력은 죽을 만큼 고통스럽다"며 "말하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학생 10명 가운데 2명(19.3%)은 학교 폭력을 당해도 도움을 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움을 구하지 않는 이유는 '잘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가 29.8%로 가장 많았습니다.
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학교폭력은 혼자서 해결하려거나 혼자 끙끙 앓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학교 담임 선생님이나 상담 선생님 혹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117 학교폭력신고센터, 1388 청소년 전화 등을 통해 어디에든, 어떻게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내가 문제가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도움을 요청해서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유 센터장은 "정말 자기가 못나서 학교폭력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많은데 개인이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며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개인의 성격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어른들의 역할도 중요하다"면서 "학교에서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분노를 관리해야 하는지, 어떻게 다른 사람을 공감해야 하는지, 무엇을 자제해야 하는지를 잘 가르치고 청소년의 마음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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