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실화라니… 올해 본 작품 중 가장 소름 돋았던 2007년 개봉작

실화 영화 인투 더 와일드 스틸컷. / 파라마운트 밴티지

요즘 사람들은 남의 삶에 기준을 들이대는 일이 많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선택이 맞는지 서로 알려주려 하고, 사람들은 그 말들 속에서 자기 생각을 놓치곤 한다.

오늘 소개할 영화 ‘인투 더 와일드’ 속 주인공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는 이 흐름을 정면으로 거슬러 올라간 인물이다. 모든 걸 버리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향해 떠난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 그의 여행은 단순한 방랑이 아니고, 도망도 아니다. 그가 남긴 기록과 사진 속에는 자신의 삶을 직접 움직여 보겠다는 결심이 또렷하게 담겨 있다. 이 영화는 2007년 숀 펜이 연출했고, 에밀 허쉬가 크리스토퍼를 연기했다. 내용은 단순히 묘사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그가 남긴 메모와 사진, 그리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구성됐다.

부와 성공 앞에서 왜 그는 알래스카를 선택했을까

주인공의 부모님. / 파라마운트 밴티지

먼저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크리스토퍼는 넉넉한 집안에서 자랐다. 성적도 좋고, 부모가 원하는 기대도 모두 충족해온 아들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만 평온해 보일 뿐, 집 안에는 오래된 갈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부모 사이 문제는 어린 시절부터 계속 이어졌고, 그 속에서 자란 크리스토퍼는 말하지 못한 감정을 깊게 품고 살았다. 졸업식을 끝낸 그는 믿기 힘든 선택을 한다. 통장에 남아 있던 2만4000달러를 전부 기부하고, 카드와 신분증도 버리고, 가족과의 연락까지 완전히 끊어버린다. 그는 스스로에게 ‘알렉산더 슈퍼트램프’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때부터 그의 여정이 시작된다.

트레이시 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 / 파라마운트 밴티지

크리스토퍼는 걷고 또 걸었다. 애리조나의 넓은 평야, 캘리포니아의 해안, 슬랩 시티의 빈 터, 사람 소리가 거의 없는 사막까지.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를 반갑게 맞아줬다. 떠돌이 커플, 슬랩 시티에서 만난 트레이스라는 어린 소녀, 그리고 농장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 그는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머물렀다. 어린 시절 집에서는 느낄 수 없던 온기를 낯선 이들에게서 처음으로 느꼈다. 하지만 그는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따뜻함이 있어도 편안함이 있어도 가고 싶은 곳은 따로 있었다. 그의 목적지는 알래스카였다.

진정한 자유를 찾았지만 고독한 청년의 마지막 기록

인투 더 와일드 스틸컷. / 파라마운트 밴티지

크리스토퍼는 마침내 알래스카 깊은 숲에 도착한다. 사람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지역이었다. 그는 우연히 버려진 버스를 발견했고 이곳을 거처로 삼는다. 사냥과 채집으로 버티며 지냈고, 가끔은 작은 동물을 잡고 어떤 날은 도감에서 본 식물을 따 먹으며 살았다. 하지만 생존은 쉽지 않았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서 그는 점점 지쳐갔다. 어느 날 그는 잘못된 식물을 먹고 중독된다. 몸은 빠르게 약해졌다. 버스를 떠나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눈 녹은 강물이 불어나 길이 끊겼다. 그는 철저히 고립됐고 버스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사라졌다.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자 그는 남아 있는 힘으로 기록을 남겼다. 가족에 대한 감정,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마음, 자신이 선택한 이 길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마지막에 그는 한 줄을 적는다. “Happiness is only real when shared.” 함께 나누는 순간에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버스 안에서 눈을 감는다. 버스에서 총 113일을 보낸 뒤였다.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는 알래스카 버스 안에서 숨진 뒤 19일이 지나서야 사냥꾼에 의해 발견됐다.

인투 더 와일드 스틸컷. / 파라마운트 밴티지

그의 시신은 현장에서 수습되었고, 유가족에게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후 그의 여동생은 크리스의 화장된 유골이 담긴 작은 금속 통을 배낭 속에 넣어 들고 미국 동부 해안으로 이사했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에 등장한 것처럼 크리스는 생전에 사진과 메모를 상당히 많이 남겼다. 버스 안 곳곳에서 발견된 그의 글과 즉석 사진은 그의 마지막 여정을 가장 생생하게 증명하는 자료가 됐다.

이 기록들은 당시 미국의 산악가이자 작가였던 존 크라카우어의 눈에 들어갔다. 크라카우어는 크리스의 남긴 자료, 생전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 여정이 남긴 지리적 흔적을 직접 조사해 방대한 자료를 만들었다. 그는 이 내용을 모아 1993년 아웃도어 잡지 ‘아웃사이드(Outside)’ 1월호에 ‘Death of an Innocent'(한 순수한 이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장문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가 발표되자 크리스의 이야기는 미국 전역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인투 더 와일드 포스터. / 파라마운트 밴티지

크라카우어는 그 기사에서 멈추지 않았다. 3년 뒤인 1996년에 기사 내용을 대폭 확장해 단행본으로 출간했고 그 책의 제목이 바로 지금 우리가 아는 ‘Into The Wild’이다. 영화는 이 책을 원작으로 한다. 숀 펜은 이 책을 읽고 영화화 의지를 갖게 되었고, 실제 크리스가 걸었던 길을 따라다니며 촬영지를 직접 확인했다. 그 결과 영화 ‘인투 더 와일드’는 실화 기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기록 충실도가 높은 영화가 됐다.

‘인투 더 와일드’는 자극으로 끄는 영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평점 8.62점을 기록 중이다. 조용하게 들어와 마음을 찌르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눈 덮인 산길, 물결이 거세게 부딪히는 강, 모닥불 옆에 앉은 청년의 뒷모습. 이 영화는 왜 그가 떠났는지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이 스스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래서 보고 난 뒤 더 오래 남는다. 크리스토퍼의 발자국은 끝이 났지만 그가 남긴 기록은 지금도 많은 사람을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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