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28명 쓰러뜨린 위자보드, 실제 효력은
귀신을 부른다는 위자보드(Ouija Board, 위저보드)는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다. 이 위자보드를 갖고 놀던 여학생 약 30명이 집단 히스테리 증세를 보였다는 소식이 해외토픽을 장식하면서 보드가 실제 초자연적 힘을 가졌는지 관심이 쏠린 적이 있다.
위자보드는 서양에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접하는 평범한 보드게임이다. 영혼을 불러내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일본의 '콧쿠리상(こっくりさん)'과 마찬가지로, 위자보드는 서양 문화권을 대표하는 오컬트 놀이의 하나다.
스케치북 크기의 위자보드 맨 위에는 ‘예(Yes)’와 ‘아니오(No)’가 새겨져 있다. 그 밑으로 A부터 Z까지 알파벳이 2~3줄에 걸쳐 들어간다. 다시 그 밑에는 숫자 1부터 0이 인쇄되고, 보드 맨 밑에는 ‘안녕(Good-bye)’이라는 문장이 들어간다.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동그란 유리가 들어간 포인터를 사용해 영혼과 대화한다. 참가자들이 주문을 외운 뒤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여기 우리 말고 누가 있나요?”다. 만약 영혼이 참가자의 부름을 듣고 주변에 왔다면 포인터가 ‘예’로 이동한다. 알파벳들은 영혼의 이름 등 보다 구체적인 질문에 답하는 데 사용된다.
위자보드는 정말 영혼이 움직이는 것일까. 위자보드의 효력을 굳게 믿는 오컬트 마니아들은 이에 동의하지만, 과학적으로 얼마든 트릭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학자들은 위자보드의 포인터는 영혼이 아니라 게임 참가자가 무의식적으로 조작한다고 본다. 물론 스스로는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관념운동 반응(ideomotor response)이나 플로리다 효과(Florida effect)에 대입하면 위자보드의 미스터리는 의외로 간단하게 풀린다.
아이디어모터 효과(ideomotor effect, 이데오모터 효과)로 인해 일어나는 관념운동 반응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약 30㎝의 실을 준비하고 끝에 작은 금속 추를 매단다. A는 실 끝을 잡고 손에 힘을 빼 추가 움직이지 않게 한다. 준비가 끝나면 B는 A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진다.
추는 질문에 대한 답이 "예"라면 시계 방향, "아니오"라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는 실험 전 A와 B가 함께 숙지한 룰이다. A는 질문에 답하면서 추가 저절로 움직이자 깜짝 놀란다. 의식하지 않아도 금속 추는 대답에 따라 시계,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아간다.
이 현상은 19세기 프랑스 화학자 슈브룰의 이름을 따 '슈브룰의 진자(Chevreul's Pendulum)'라고 부른다. 이는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무의식 운동의 결과다. A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B에 답변할 때마다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이것이 손가락에서 끈으로 전해지면서 추가 혼자 움직이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는 자기암시가 생각이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심리 현상이다.
학자들은 수맥을 찾아준다는 다우징을 비롯해 콧쿠리상, 분신사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 가능하다고 본다. 있지도 않은 영혼이 게임 참가자들을 찾아와 답변하고, 수틀리면 심술을 부려 사람들을 떨게 하는 영화 속 장면은 거짓이라는 게 학자들 주장이다.
물론 위자보드를 하다 위험한 악마를 불러낸 기록은 있다. 위자보드는 반드시 영어로 진행할 것, 절대 혼자 하지 말 것, 일정 시간 이상 계속하지 말 것, 앞날을 물어보지 말 것, 영혼의 허락을 구하고 끝낼 것 등 규칙이 많다. 이를 지키지 않아 위험한 악마가 강림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영화 '닥터 슬립'의 마이클 플래너건이 연출한 '위자: 저주의 시작'(2016)이나 올리비아 쿡의 '위자'(2014) 등 대중매체들이 다뤘다.
뉴욕포스트는 지난해 3월 9일 기사를 통해 콜롬비아 모 학교의 여학생 28명이 위자보드를 갖고 놀다 차례로 패닉에 빠져 쓰러졌다고 전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학생들은 위자보드 플레이 중 불안 및 발작 같은 집단 히스테리 상태에 빠진 것으로 현지 의사들은 파악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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