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T-50A 훈련기, 미국 진출 또다시 좌절 이유는[이현호의 방산!톡]
“미국산 부품 비중을 75% 명시 한국에서
기체 제작·납품하면 사업성 답보 어려워”
F-35 주력 기종 확대 기조 추가 사업 부담

최대 10조 원 규모인 미 해군 차기 고등훈련기 사업이 개발비 상한 설정과 요구 조건의 완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록히드마틴과 한국항공 주산업(KAI)이 제안할 ‘TF-50N’이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와 K-방산 공중 분야에서 처음으로 세계 최강 군사력을 자랑하는 천조국인 미국 방산시장 관문을 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지난 3월 25일 미 정부는 T-45를 대체할 차세대 고등훈련기(UJTS·Undergraduate Jet Training System) 사업 착수를 위해 관련 업계에 제안서 제출을 요청하는 제안요청서(RFP)를 공고했다. 요청서엔 신형 훈련기 체계개발(EMD)을 비롯해 초도생산(LRIP) 물량, 지상훈련장비(GBTS), 한시적 군수지원(I-CLS) 항목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RFP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개발비 상한’ 명시다. 총비용이 17억 5100만 달러(약 2조 5900억 원)를 넘을 경우 수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요구 조건 안화 중 가장 큰 변화는 항공모함 착함 훈련 방식 제외다. 항공모함 착함과 비행갑판 착함 후 즉시 이륙하는 터치앤고(Touch and go) 훈련을 요구하지 않았다.
참여 업체의 제안서 마감은 6월29일이다. UJTS는 미 해군의 노후 훈련기 T-45 ‘고스호크’(Goshawk)를 신형 훈련기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미 해군은 이번 사업을 통해 총 216대의 신형 고등훈련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내년 3월 최종 계약 체결 이후 2030년대 중반까지 단계적으로 전력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비보가 전해졌다. 미 록히드마틴이 10조 원대 규모 미 해군의 차세대 고등훈련기 도입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는 소식이다. 이 때문에 이미 검증된 성능과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 기반 훈련기인 ‘TF-50N’의 미국 시장 진출에도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미 군사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Breaking Defense)는 지난 23일(현지 시간) “록히드마틴은 미 해군에 UJTS 입찰 불참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은 제안요청서 검토한 결과 미국산 콘텐트(국산화) 비중 등 여러 요인은 자신들의 제안이 최적의 솔루션이 아니라 판단하고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 고등훈련기 사업 경쟁 후보로 록히드마틴-KAI의 T-50을 미 해군 규격에 마춰 개량한 ‘TF-50N’을 비롯해 보잉-사브 ‘T-7 레드호크’, 텍스트론-레오나르도 ‘M-346N’, 시에라 네바다의 ‘프리덤 트레이너’ 등 4개 기종이다. 프리덤 트레이너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기종은 이미 운용 중이거나 비행시험이 진행된 플랫폼이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의 포기로 경쟁은 3파전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KAI는 2022년 록히드마틴에 T-50 계열 항공기 1000대 이상을 판매하는 내용의 협력합의서(TA)에 서명하는 등 협력을 추진해 왔다. 이후 훈련기·경공격기 시장을 함께 공략하기 위해 ‘원팀’을 구성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T-50 훈련기의 미국 시장 진출은 또다시 좌절됐다.
록히드마틴과 KAI는 미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T-X) 사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노후한 T-38 대체 사업으로 보잉·사브팀의 T-7A가 최종 선정돼 록히드마틴과 KAI가 제안한 T-50A는 고배를 마셨다. 미 공군은 성능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 등을 주요 기준으로 평가했다. 당시 보잉·사브팀은 초저가 입찰로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록히드마틴의 불참 결정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기조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규제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아메리칸법(BAA) 강화로 미국산 부품 비중이 75%로 늘어 한국에서 기체를 제작해 납품하는 협력 구조로는 사업성(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록히드마틴의 판단이란 후문이다.
게다가 미 해군의 항공모함 착함 훈련 요건이 완화로 T-50의 강점인 초음속 비행 능력, 고기동성, 강건한 기체 구조 등이 부각하기 힘든 상황도 불참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록히드마틴이 F-35를 비롯해 F-16, C-130 등 기존 주력 기종의 생산을 확대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추가 사업 추진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한미 간 상호조달협정(RDP-A)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BAA 조건을 맞추기 위해선 양사의 대규모 현지 투자가 불가피해 평가 요소인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사업 참여를 포기하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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