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한우인데 1인분 6000원, 안성 곰탕 뽀얀 국물의 비밀
고삼농협 안성마춤푸드센터 생산부 직원의 하루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은 인구 2100여명에 불과한 작은 지역이다. 인구 규모는 작지만 존재감은 크다. 고삼 지역 농가의 중추인 고삼농협은 ‘안성마춤푸드센터’를 통해 가공식품을 제조해 ‘착한들’이라는 브랜드로 유통하고 있다. 작년 기준 연매출은 150억원이다. 100% 한우로 만드는데 1인분 6000원도 안 하는 가성비가 비결이다.
대표 상품은 ‘진한 사골 곰탕’이다. 안성 지역 한우의 부산물을 끓여 만든 것으로 우유처럼 뽀얀 빛깔과 담백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색을 내기 위한 유화제나 조미료 같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어린 아이를 둔 부모 사이에서 인기다.
사골 곰탕 외에도 소머리 곰탕, 도가니탕, 육개장, 선지해장국, 닭곰탕, 냉면 육수 등 다양한 제품군을 제조하고 있다. 주말을 제외하고 24시간 공장의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안성마춤푸드센터 생산부에서 10년 근무한 임명훈 과장의 하루를 따라가봤다.
◇유난히 뽀얀 국물 색의 비밀
고삼면 같은 지역은 축산업이 지역 경제를 지탱하기 때문에 한우의 가격이 폭락하면 타격을 입는다. 고상농협의 식품 가공 시설인 안성마춤푸드센터는 한우 가격을 지지할 방안을 모색하던 과정에서 탄생했다. 소의 뼈, 우족, 머리, 내장 같은 부산물을 가공해서 축산 농가의 소득을 보전한다는 취지다. 가공식품은 1차 농산물의 가격 등락폭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푸드센터 공장에 들어서면 진한 육향이 코를 찌른다. 사골을 끓이는 솥을 추출기라고 하는데 푸드센터에서는 1공장과 2공장을 합쳐 총 5대의 추출기를 가동한다. 매일 적게는 3톤 많게는 6톤의 한우 부산물이 추출기에 투입돼 맛있는 가공식품으로 재탄생한다.
이곳에서 제조한 모든 제품의 원물은 국산이다. 고기나 부산물은 안성의 9개 지역 농협이 공동으로 조직한 ‘안성마춤농협’에서 인증한 한우만 사용했다. 모든 공정의 출발은 매입하 한우를 입고하는 것이다. “한우가 아니면 입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100% 한우로만 곰탕을 제조합니다.”
통뼈 상태로 입고하기 때문에 조리하기 전에 뼈를 파쇄해야 한다. “과거엔 절단된 뼈를 추출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원가가 올랐어요. 결국 공장에 파쇄기를 설치해서 직접 파쇄 하는데요. 이렇게 하면 원가도 절감되고, 수율이 높아집니다. 뼈는 사골과 잡뼈 두 가지를 사용합니다. 잡뼈가 들어가면 구수한 맛이 추가되거든요.”
그 다음 단계는 핏물빼기다. 핏물은 잡내의 원흉이기 때문에 이 공정에서 맛이 결정된다. “뼈 800kg을 수용하는 큰 케이지(통)에 뼈를 투입하고 물을 넣어서 세척합니다. 총 두 번 세척하는데요. 핏물 빼는 데만 10시간 가까이 소요됩니다. 피를 덜 빼면 곰탕 색이 까매져요. 아주 중요한 공정입니다. 여기서 모든 맛이 결정되니까요. 그 다음 세번째 물을 추출용으로 씁니다. 추출기에서 약 9~11시간 국물을 끓입니다. 거의 반나절 이상 걸리죠.”
유난히 뽀얀 국물색은 유화 공정의 결과물이다. 유화란 국물을 고압균질기에 투입해 높은 압력으로 사골 기름을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으로 쪼갠 후 물에 섞는 작업이다.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기계가 고정되어 있지만 어느 순간 게이지가 내려가거나 올라갈 수도 있거든요. 만약 색이 뽀얗지 않고 약간 누런 빛을 띤다면 원하는 만큼의 기름을 따로 계량해서 혼합합니다. 그 다음 균질기에 통과시켜 곰탕을 뽀얗게 만들죠. 혼합 비율은 농협만의 비밀 레시피입니다.”
균일한 품질을 위한 농도 확인은 필수다. “농도를 수치로 보여주는 기계 브릭스 메타를 사용합니다. 농도가 의도했던 것보다 낮게 나올 경우 수분을 증발시키는 농축 작업을 또 진행해야 합니다.”
이후 곰탕을 파우치에 포장하고, 엑스레이 검출기를 통과시켜서 이물질을 검사한 후 유통 준비를 한다. 냉장제품의 경우 살균 및 냉각 작업을, 냉동 제품의 경우 급속 냉각 작업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파우치 표면의 물기를 제거하고 박스에 포장한다.
◇'비싼 맛’이 나는 곰탕
체계적인 공정을 거쳐 만든 곰탕에서는 ‘비싼 맛’이 난다. 간편식 특유의 조미료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골 곰탕은 어제 먹으나 1년 뒤에 먹으나 항상 동일한 맛을 유지합니다. 농축액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스트레이트 타입으로 저희가 직접 추출하고 있기 때문에 풍미가 뛰어납니다. 착한들 곰탕만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죠.”
푸드센터에서 제조한 제품들은 하나로마트와 대형마트, 쿠팡과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다. 대형 병원이나 학교 급식용으로도 납품한다. “G마크 인증서, 식품안전관리체계(HACCP) 인증, 국제 식품 안전 시스템(FSSC22000) 인증 등 식품에 필요한 인증은 모두 확보했습니다. 이런 인증서 때문에 전국적으로 많이들 찾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