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줄었는데 원화값 추락…당국은 이제 외국인 매도 겨냥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6. 5. 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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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달러당 환율 1517원까지 내려
원화 급락에 당국 구두개입 재개
경상수지 2000억달러대 흑자에도
원화 약세 이어지는 이례적 현상
고유가 취약 한국경제 단면 드러내
김용범 “고환율·고물가 성공 비용”
종가 및 환율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2026.5.22 [한주형기자]
“지금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면 이는 한미 금리차나 외국인 때문이 아니고 단지 내국인들의 해외주식 투자가 많기 때문이다.” (2025년 11월 27일,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 기자간담회)

“최근 외국인투자자의 주식 매도 및 역외 투기적 거래 증가로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2026년 5월 14일, 구윤철 부총리 주재 시장상황점검회의)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의 원화 약세 진단이 반년 만에 달라졌다.

지난해 말만 해도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원화 약세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역외 투기 거래가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이른바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도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음에도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외환당국의 진단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대 경상수지 흑자와 美투자 증가분 감소에도
원화가치 금융위기 이후 최저, 약세흐름 이어져
수출 호조에 역대 최대 경상흑자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 3월 우리나라가 국제 교역에서 54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2026.5.8
24일 외환 시장에 따르면, 22일 달러당 원화값은 서울환시 종가 대비 11.1원 오른 1517.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글로벌 강달러 흐름이 맞물리며 달러당 원화값이 1520원대 부근까지 하락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은 2390억달러로 역대 최초로 2000억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1231억달러) 대비 1000억달러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대비 서학개미의 미국주식 투자액도 전년 대비 줄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5월22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90억5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35억8445만달러) 대비 약 34% 감소했다. 국내 증시가 AI(인공지능) 반도체 호황 기대감 속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정부가 도입한 세제혜택으로 미국 주식을 매도하고 국내증시로 갈아탄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같이 경상수지 흑자 폭이 대폭 확대되고, 내국인의 해외투자액 증가분이 줄어들면, 보통 이는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달러수급이 개선되는 동시에 달러 수요가 전년 대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화 약세는 최근 들어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2020년=100)은 85.0으로, 2009년 3월(79.31) 이후 17년 1개월만에 가장 낮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중동전쟁발 고유가 취약한 한국경제 드러내
주유소 기름값 8주 만에 소폭 하락 전국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이 8주 만에 소폭 하락 전환한 2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11.3원으로 전주 대비 0.5원 하락했다. 경유 판매가격은 0.3원 내린 2005.9원을 기록했다. 2026.05.24. 김재훈
외환당국은 최근 원화 약세의 핵심 원인으로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를 꼽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22일까지 12거래일 연속 코스피를 순매도했으며, 순매도 규모는 약 50조원에 달했다.

이에 더해 역외에선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적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과 기업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전히 한국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고유가에 취약한 국가’로 보고 있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는 국제유가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대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최근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2% 수준까지 치솟으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까지 겹치면서 달러가치가 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환율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외환당국은 지난 22일 모처럼 구두개입에 나섰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어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시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밤 자신의 SNS에 “금년 한국경제는 물가상승분을 포함한 명목성장률이 10%에 육박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라며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원화 약세는 외환위기 당시와 같이 외화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환율 수준 자체보다 외화자금의 수급 흐름과 유동성 지표를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할 때다.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은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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