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입양가족도 ‘평범한 일상의 가족’…정책 변화와 실질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고 보호할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다양한 사정으로 친가정에서 양육이 어려운 아동들은 일시보호 시설이나 위탁가정에 맡겨지거나, 더 나아가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정에서 성장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입양된 아동은 7천200여 명에 달하며, 경기도에만 3천400여 명의 입양아동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기도가 국내 입양아동이 거주하는 비중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함을 보여주며, 도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입양은 단순한 양육의 한 방식이 아니라, 아동이 사랑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중요한 제도입니다. 입양을 통해 만들어진 가족은 특별한 가족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가족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다만, 출생과 다른 가족 형성 방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한 시선에 노출되거나, 지원 체계에서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아울러 입양가족은 가족을 형성하는 초기 단계부터 양육 이후까지 사회적 편견과 복합적인 양육 어려움을 함께 겪고 있습니다.
사회적 편견 역시 입양가족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입양부모의 45%가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편견의 주요 원인은 이웃, 학교, 직장 등 일상적 관계에서 비롯되며, 특히 자녀가 성장하여 학교에 진학한 이후 편견 노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많은 입양부모들은 일반 대중이 여전히 입양을 '아이를 갖지 못한 부부의 최후 선택'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입양가족의 자존감과 아동의 정체성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경기도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 입양가정 지원 조례'와 '경기도 입양인식 개선 교육 활성화 조례'를 제정하여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왔습니다. 특히 2025년 7월 19일부터 시행되는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은 입양 절차 전반을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책임지는 체계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경기도는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입양가족을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입양가족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방안은 다양합니다. 자조모임을 통한 정서적 지지 체계 구축, 부모 교육 확대, 생애주기별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는 입양가족에게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대부분의 자조모임은 비공식적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어, 공공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기반이 필요합니다. 입양 초기 단계에서부터 아동의 건강·발달 평가, 부모 상담, 사후관리까지 연계된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입양가족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핵심적인 조건입니다.
또한 입양아동이 출생아동과 동등한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 정비가 필요합니다. 현재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입양아동에게 출산지원금을 출생아동과 동일하게 지급하고 있으나, 여전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입양아동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례가 존재합니다. 출생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평등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용어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출산지원금 대신 출산·입양축하금 등 포괄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입양가족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합니다. 입양가족이 겪는 어려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입양가족이 평범한 일상의 가족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이제는 사회와 제도가 한 걸음 더 나서야 할 때입니다. 경기도가 입양가족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선도적으로 마련한다면, 이는 전국 차원의 정책 확산으로 이어져 가족 다양성에 대한 인식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이를 통해 입양아동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구축될 것입니다.
정혜진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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