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하고 처음으로 시댁 김장을 도우러 가던 날이었습니다. 수십 포기의 배추를 절이고 버무리느라 하루 종일 허리 펼 틈이 없었습니다.일을 마치고 장독대 앞에서 숨을 고르는데 시어머니가 다가와 한마디를 건네셨습니다. 그 말에 저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처음 도운 시댁 김장
시댁 김장은 해마다 친척들까지 모여 크게 하는 행사였습니다. 처음 참여한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눈치만 보았습니다. 시어머니는 말없이 일을 하나씩 알려 주셨습니다. 간을 맞추는 일은 끝내 저에게 맡기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아직 며느리로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장독대 앞에서 들은 말
모든 일이 끝나고 저는 장독대 옆에 쪼그려 앉아 있었습니다. 시어머니가 다가와 제 손을 잡더니 손이 많이 부었다며 걱정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처음 김장하던 날 혼자 울었다는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그래서 간 맞추는 힘든 일은 일부러 맡기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루 종일 쌓였던 서운함이 눈물로 쏟아졌습니다.

그 뒤로 달라진 김장
그날 이후 저는 시어머니의 말없는 배려를 조금씩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다음 해 김장 때 시어머니는 처음으로 저에게 간을 맞춰 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버무린 김치를 맛보시고 잘했다며 웃어 주셨습니다. 그 한마디에 일 년 동안의 긴장이 눈 녹듯 풀렸습니다. 지금은 김장하는 날이 시어머니와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되었습니다.

고부 사이의 서운함은 서로의 마음을 몰라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없는 행동 뒤에 숨은 배려를 알아보면 관계가 한결 따뜻해집니다.이번 김장철에는 함께 일하는 가족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먼저 건네 보시면 어떨까요. 그 한마디가 고된 하루를 따뜻한 기억으로 바꿔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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