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M&A] 이마트·농협·쿠팡 인수 명분 더욱 뚜렷한 이유 [넘버스]

/그래픽=박진화 기자

홈플러스의 새 주인 찾기가 본격화하면서 국내외 다양한 대기업들이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마트와 농협, 쿠팡의 인수 명분이 더욱 뚜렷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MBK파트너스의 지분 포기로 한층 가벼워진 몸값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를 수 있는 사업적 시너지 그리고 새 정부와의 관계까지 고려하면, 홈플러스 인수를 통해 얻을 게 많은 기업들이란 평가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번 달 조건부 인수 계약 체결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이번주 마케팅 절차를 시작으로 이달 내 수의계약 대상을 선정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다. 스토킹호스는 인수자를 추린 뒤 경쟁입찰을 거쳐 최종 인수자를 찾는 M&A 방식을 뜻한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자산은 총 6조8000억원으로 평가된다. 부채는 2조9000억원으로 자산이 부채보다 약 4조원 가까이 많은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대형마트 126곳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308곳의 네트워크를 갖춘 만큼, 온·오프라인 유통 역량 강화에 효과적인 전략적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물류 거점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홈플러스의 재무 부담이 낮아진 점도 주목된다. MBK는 과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지만 최근 인가 전 M&A를 하는 과정에서 2조5000억원 상당의 보통주를 전량 무상 소각하며 매각가가 낮아졌다. 이 때문에 새로운 인수자의 부담이 최대한 덜어졌단 평가다.

업계에서는 잠재적인 인수자로 △한화그룹 △GS리테일 △농협 △이마트 등 유통 대기업을 비롯해 △네이버 △쿠팡 △중국 알리익스프레스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에서도 IB 업계가 주목하는 곳은 이마트와 농협, 쿠팡이다. 다른 후보자보다 인수에 따른 메리트가 클 수 있다는 평가다.

우선 이마트의 경우 홈플러스 인수를 변곡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란 시선이다. 온라인 쇼핑의 확장과 그에 따른 대형마트 시장의 축소로 성장이 정체되고 적자까지 경험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 이마트가 롯데마트를 확고하게 제치고 쿠팡과 제대로 붙어보려면 홈플러스 인수에 베팅해 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29조2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줄었다. 영업이익은 47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전년에는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떠안기도 했다.

하나로마트 적자에 시달리는 농협도 홈플러스 인수로 반전을 노려볼 수 있다. 중소도시에서 핵심 유통망 역할을 맡고 있는 공공성 측면에서 하나로마트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도시 거점 매장을 보완하는 스케일업을 시도할 수 있다. 농협하나로유통 역시 지난해 매출이 1조2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404억원으로 같은 기간 적자 폭이 26.6% 더 확대됐다.

유통업계의 최강자로 떠오른 쿠팡 역시 홈플러스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충분하다. 홈플러스 매장을 활용해 이커머스 약점인 신선식품 분야를 강화하는 등 단순히 오프라인 사업 진출을 넘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쿠팡의 눈부신 성장세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매출은 38조2988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조624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9%와 52.5%씩 급증했다.

특히 쿠팡은 이재명 정부와의 관계 측면에서도 홈플러스에 눈길을 기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정부 시절 수혜 기업으로 꼽혀 온 만큼, 새 정부에 새로운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을 것이란 관점이다. 홈플러스의 회생이 이번 정부 초기의 정책적 과제로 떠오르며 부담을 안기는 상황에서, 쿠팡이 이를 품에 안으며 문제 해결에 나서준다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서다.

쿠팡은 윤석열 정부 기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행위에 대해 규제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지만 윤 정부 들어 폐지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나 농협의 경우 홈플러스 인수를 통해 스케일업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쿠팡은 전국의 유통망을 한 번에 품을 수 있게 돼 물류 거점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홈플러스 M&A가 이번 정부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쿠팡이 만약 홈플러스를 인수한다면 새 정부와의 관계에서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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