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 3-0으로 이겼던 인도네시아, 결승에서는 0-3으로 패배...아쉬운 준우승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이 아시아배구연맹(AVC) 네이션스컵 결승에서 인도네시아에 세트 스코어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세계랭킹 24위인 한국이 48위 인도네시아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이 불과 6일 전 조별리그에서 같은 상대를 3-0으로 완파했다는 사실이다.

같은 팀을 상대로 단기간에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이 결승전 패배는 단순한 한 경기 결과를 넘어 오는 9월 아시안게임을 앞둔 대표팀의 현재 전력 수준을 가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AVC 네이션스컵은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하지 않는 국가들이 모이는 대회다.

올해는 VNL에 출전 중인 일본, 중국, 이란이 빠졌고 파키스탄도 개최국 인도와의 일정 문제로 불참했다.

한국으로서는 비교적 약화된 대진표 속에서 우승을 기대할 만한 환경이었다.

이번 대회 전신인 AVC 챌린저컵에서 한국은 2023년 3위, 2024년에는 4위에 머물렀다.

즉 최근 3개 대회 연속으로 정상에 서지 못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세계랭킹 65위 태국에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다만 준결승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바레인(41위)을 잡아내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결승 상대인 인도네시아를 상대로는 낙승이 예상됐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가볍게 제압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우승 트로피가 걸린 무대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이번 대표팀은 허수봉, 임동혁, 한태준, 김지한 등 기존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태로 꾸려졌다.

젊은 선수 위주의 구성이 결과적으로 결승전에서의 경험 부족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승전은 인도 아메다바드 비어 사바르카르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28일 열렸다.

1세트는 한국이 19-15로 앞서며 순조롭게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강서브에 흔들리며 추격을 허용했다.

23-21에서 임재영의 공격 범실, 24-23에서는 라마 파자 파우잔에게 서브 에이스를 내주며 듀스에 돌입했다.

이후 무려 9차례 듀스가 이어졌고, 32-32에서 후위 공격을 막지 못한 데 이어 서브 에이스까지 추가로 허용하며 32-34로 1세트를 내줬다.

2세트는 더 빠르게 무너졌다.

12-15 상황에서 보이 아르네즈 아라비에게 서브 에이스 3개를 연속으로 허용하며 격차가 벌어졌고, 반격의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세트를 내주며 0-2로 밀렸다.

3세트에서는 한때 접전을 이어갔으나 20-21에서 연속 실점하며 주도권을 빼앗겼다.

20-23에서 한 점 차까지 추격에 성공했지만 23-24에서 마지막 공격이 막히며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개인 기록으로는 신호진이 팀 내 최다인 15점을 올렸고, 정한용과 임재영이 각각 12점으로 뒤를 이었다.

팀 전체로는 인도네시아에 서브 에이스 7개를 내줬고, 범실도 23개에 달했다.

이번 결승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서브 에이스 7개와 범실 23개다.

한 세트도 아닌 전체 세 세트 합산 수치라는 점에서, 한국의 리시브와 안정성 양쪽 모두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특히 1세트에서 19-15로 앞서다 32-34로 역전당한 흐름은 단순한 운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듀스가 9차례나 이어진 장기전 상황에서 체력과 집중력이 동시에 흔들렸다는 추정이 합리적이다.

조별리그에서 3-0으로 이겼던 같은 상대를 결승에서 만나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은, 단기 토너먼트에서 한 번의 승리가 다음 경기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축 선수들의 결장이 이번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도 따져볼 부분이다.

대신 출전한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은 수확이지만, 동시에 중요한 순간에서의 경험 부족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이는 9월로 예정된 아시안게임과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신호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직후 곧바로 일정을 이어간다.

다음 달 충북 제천에서 브라질과의 평가전이 예정돼 있고, 이후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이번 결승전에서 드러난 리시브 불안과 범실 문제를 해당 평가전 기간 동안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 남자 배구는 이번에도 정상 문턱에서 멈춰 섰다.

2023년 3위, 2024년 4위에 이어 올해도 우승에는 닿지 못한 셈이다.

같은 상대를 두고 6일 사이에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 이번 결승전을, 단순한 한 경기의 부진으로 볼지 혹은 팀 전력의 한계로 볼지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음 달 평가전과 동아시안컵에서 이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지,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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