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게임이 '사형 죄목'이 된 나라
2021년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고급중학교(한국 고등학교 상당)에서 학생 7명이 USB로 옮긴 오징어게임을 시청하다 적발됐다.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영상을 처음 구입한 학생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으로 무기징역, 함께 본 학생들은 노동교화형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USB를 밀수·판매한 주민은 공개 총살형에 처해졌다는 증언이 탈북자와 내부 소식통을 통해 확인됐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 "학생까지 공개 처형 대상"
2026년 2월 공개된 국제앰네스티 보고서는 오징어게임·한국 드라마·K-POP 시청이 실제로 사형·공개 처형까지 이어졌다는 탈북민·증언을 다수 수집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사랑의 불시착, 태양의 후예, 오징어게임 등)를 몰래 보거나 유포한 주민이 사형당한 사례가 있으며, 그중 일부는 고등학생 등 10대 청소년으로 확인됐다.
한 탈북자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오징어게임을 봤다는 이유로 총살당했고, 같은 학교 학생 전원이 운동장에 모여 그 장면을 보도록 강요받았다"고 증언했다.

아이들에게 강요된 '공포 교육'…학교 운동장이 사형장
앰네스티와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보고서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어린 학생들을 사형 집행 현장에 강제로 세워 놓는 행위"다.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사형이 선고되면, 학교·지역 주민들을 한 자리에 집결시켜 공개 총살을 집행하고, 학생들에게는 이를 "반동사상에 물들면 이렇게 된다"는 교양 수업으로 강요한다.
국제앰네스티는 "미성년자를 사형 장면에 노출시키는 것은 국제 인권 기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아동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법이 만든 공포: 반동사상문화배격법·청년교양보장법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잇따라 제정해 한국 드라마·음악·말투까지 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7조는 남조선(한국) 영화·드라마·음악을 시청·유포하면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실제 한국 영화 유포자가 공개 처형됐다는 증언이 한국 통일부 인권보고서에 처음으로 담겼다.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특히 청년층을 외부 문화로부터 차단하기 위해 감시와 처벌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뇌물 있으면 벌금, 없으면 사형
앰네스티 보고서는 처벌 강도는 '무엇을 했느냐'보다 '얼마나 돈과 연줄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평범한 가정 출신 청소년·주민은 한국 콘텐츠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공개 처형·장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는 반면, 간부·부유층 자녀들은 보위부·검찰에 뇌물을 주고 벌금형이나 경고로 끝나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사라 브룩스 국제앰네스티 부국장은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은 한국 드라마를 봐도 살아남지만, 가난한 사람은 같은 행위로 목숨을 잃는다"며 "공포와 부패가 겹겹이 쌓인 억압 체제"라고 규정했다.

목숨 걸고 보는 K-드라마·BTS…그래도 멈추지 않는 '한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러시아 국경을 통해 USB·SD카드에 담긴 한국 드라마, 예능, BTS·블랙핑크 음악은 계속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탈북민들은 "요즘 북한 10대·20대는 한국 말투·패션·노래를 따라하는 '장마당 세대'라, 아무리 처벌을 강화해도 한류를 완전히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북한을 하나의 거대한 '이념 감옥(ideological cage)'으로 만들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외부 정보와 문화가 체제 균열의 중요한 동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 요구: '반동법' 폐지·공개 처형 중단해야
국제앰네스티와 유엔 인권기구들은 북한 당국에 대해
한국 드라마·음악 시청을 범죄화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관련 법률의 즉각 폐지
모든 형태의 사형과 공개 처형 중단
아동·청소년을 사형 집행 현장에 동원하는 관행의 즉각적인 금지를 촉구했다.
보고서는 "한국 드라마 한 편이 생사를 가를 정도로 잔혹한 법·제도가 존속하는 한, 북한 주민의 기본권은 회복되기 어렵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압박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