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애초부터 꼬여버린 '독대'…韓 행보 갑갑한 용산

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2024. 9. 2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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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尹-韓 '독대'
독대 요청-외부 노출-독대 멀어지는 '악순환'
대통령실 "韓 방식 이해 안돼"…소통 진정성 의심
당정 '독대 불발' 여파 지속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독대(獨對)' 성사가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한 대표가 독대를 지속해서 요청하고, 그 사실이 공표될수록 더욱 독대가 멀어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행보를 두고 진정한 소통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요청 방식이나 메시지 등이 오히려 독대 수용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당정 간 독대를 둘러싼 여진이 이어지면서 불편한 당정 관계는 쉽사리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 24일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 직후 전달 받은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에 대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숨 고르는 단계"라며 "추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현 상황에선 단기간에 독대 성사는 쉽지 않다는 기류가 흐른다. 소통의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한 대표의 최초 독대 요청부터 재요청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실이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만찬에 앞서 독대 요청이 알려지자, 성사 여부가 만찬의 성격을 잠식하고 당정 간 마찰이 재차 부각됐다는 게 대통령실 인식이다. 추석 명절이 끝난 만큼 밥상 민심을 공유하고, 의료개혁과 체코 신규 원전 수주 확정 의지 등을 재차 다져야 할 자리였지만 시작도 전에 분위기가 어그러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독대 수용을 공개적으로 압박받는 모양새가 되면서 내부 불쾌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만찬에서도 한 대표가 충분히 직접 윤 대통령에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만찬 자리에서 모두 발언은 없었지만 자유로운 대화가 이어졌고, 특히 만찬 뒤 주변 산책을 할 때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잠시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장에서 현안을 얘기하기 어려웠다면 '따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건의 정도는 대통령께 직접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韓 소통 방식 이해 안돼"…당정 '독대 불발' 여파 지속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한 대표의 '소통' 방식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제3자'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다가 과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정작 일이 꼬이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 대표 측이 '언론 플레이'를 통해 당정 간 차별화와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한 대표 측은 "의도적으로 사전 노출한 바 없다"며 부인한 바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가 대통령을 그렇게 오래 알았는데 스타일을 모르겠는가"라며 "진정성 있게 직접 소통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밝혔다.

여당 일각에서도 방식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야당 대표는 영수회담 하자 그러면서 안 될 걸 알면서도 뻔히 던지기도 한다. 정치적인 이니셔티브(initiative·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며 "그러나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프로토콜(protocol·상호 간 원활한 교류) 문제도 있고 또 비밀을 요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좀 더 세련되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독대 불발'의 여파는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여당 내에선 독대를 촉구하는 친한(친한동훈)계와 '언론 플레이' 등을 지적하는 친윤(친윤석열)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 참석자가 만찬에 대해 '가을밤을 즐기는 여유로운 분위기였다'고 표현했다. 이게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성질 같아서는 가서 뺨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신 부총장은 그 다음날에도 '추경호 원내대표가 매일 한 대표 욕만 하고 다니는 것 아니냐'는 패널 발언에 "그렇다. 한 대표를 비판해서 뭔가 잘 될 수 있다면 그것도 필요하다고 보지만 잘 될 수가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용태 의원은 2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오히려 추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서 긴장관계라든지 (갈등을 조정하는 데)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 왔다"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당대표한테 질문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추 원내대표가 질문을 마무리하고 넘어가고 하는 일들을 많이 보여줬다. 갈등을 확전시키지 않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는 걸로 저는 이해했는데 신지호 부총장이 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직을 맡은 분들이 유튜버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생각도 한 번 해 봐야 될 것 같다"며 "자칫 또 다른 갈등을 양산하고, (전략기획부총장이) 당직 중 핵심 당직이다 보니까 그런 발언들 좀 삼가하시는 게 당을 위해서도 좋지 않나"고 지적했다.

추 원내대표는 "사실확인 후에 조치가 필요한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무조건 민주당에 반대하기만 한다, 무조건 정부 입장을 무지성(無知性)으로 지지하기만 한다는 오해를 받아선 안 된다"며 "정부·여당이 부족한 부분을 바로 잡고 더 잘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정부 입장에 무조건 동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독대 무산 여진과 함께 당정 간 거리가 만찬 이후 더욱 멀어지면서 '불협화음'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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