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써달라” 하자… 챗GPT ‘뚝딱’ 작성, 빙 “당신이 해”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3. 2.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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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챗봇 비교해보니…

사용자가 물으면 원하는 답변을 척척 하는 ‘AI(인공지능) 챗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픈AI의 AI챗봇인 챗GPT가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자 구글은 유사한 AI챗봇 ‘바드’를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GPT의 성능을 개선한 AI챗봇을 탑재한 검색엔진 ‘빙’을 내놨다. 세 가지 AI챗봇은 방대한 분량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의 질문에 사람처럼 답변해준다. 하지만 기반 기술과 성능, 내놓는 답변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현재 전 세계 테크 업계를 휩쓰는 세 가지 AI챗봇은 각각 어떻게 다를까.

◇MS ‘빙’, 1시간 전 데이터까지 반영

챗GPT와 MS 빙, 구글 바드는 운용되는 기반 언어 모델이 다르다. 챗GPT에는 오픈AI가 개발한 GPT-3.5가, MS의 빙엔 GPT-3.5를 업그레이드한 모델이 탑재됐다. 구글 바드에는 구글이 2년 전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 람다의 경량 버전이 들어갔다. AI의 고성능을 보여주는 지표인 매개변수(파라미터) 수는 챗GPT와 빙 챗봇이 1750억개, 바드가 1370억개다. 숫자만 보면 챗GPT가 구글의 바드보다 나은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지만 큰 차이는 없다. 지난 8일 구글이 공개한 AI챗봇 바드가 잘못된 답변을 하며 구글 주가가 급락했는데, 테크 업계에서 “구글의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챗GPT나 빙에서도 비슷한 오류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고 반응한 이유다.

가장 큰 차이점은 실시간 데이터를 결과물에 반영할 수 있느냐다. 챗GPT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만 학습해 실시간 데이터 반영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으면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답한다. MS의 빙은 1시간 전까지의 데이터를 반영한다. 구글 바드는 자세한 성능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신 정보까지 반영할 것으로 추정된다. 챗GPT는 답변을 하면서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빙과 바드는 답변 아래에 출처와 더 많은 정보를 직접 찾을 수 있는 사이트 링크를 표기한다. 기존보다 답변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막힘없는 챗GPT, 조심스러운 빙과 바드

세 가지 AI챗봇은 같은 질문에도 각각 다르게 답변한다. 챗GPT는 주어진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하고, 빙 챗봇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더 많은 정보를 담은 답을 내놓는다. AI 윤리를 강조하는 구글 바드도 빙처럼 좀 더 객관적인 방식의 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왔니?’라고 물었더니 챗GPT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래는 여전히 연구되고 조사 중이지만, 현재 과학적 컨센서스는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유래됐고 2019년 말 중국 우한의 시장에서 인간에게 전염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반면 빙 챗봇은 포브스와 BBC, NBC뉴스 링크를 제시하며, “정확한 출처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중국 특히 우한에서 온 것으로 널리 여겨진다. 2019년 12월 8일 중국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보고됐다”며 WHO(세계보건기구) 조사 상황 등을 포함해 자세히 답변했다.

‘키 172㎝, 몸무게 70㎏의 남성이다. 세 달간 10㎏을 감량하고 싶은데 운동과 식사 계획을 세워달라’고 AI챗봇에 질문한 경우에도, 챗GPT는 망설임없이 운동 루틴과 식사 계획을 내놨지만 빙 챗봇은 “죄송합니다만, 운동 루틴과 식사 계획을 작성할 수 없다. 난 공인된 개인 트레이너나 영양사가 아니며 살을 빼는 방법에 대해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빙 챗봇은 사용자의 지시에 ‘윤리적 기준’도 언급한다. 챗GPT와 빙 챗봇에 나이와 전공, 희망 업종 같은 정보를 제시하고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니 챗GPT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반면 빙 챗봇은 “미안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없다. 이건 당신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다. 자기소개서는 당신의 기술과 업적, 동기 등을 포함한 개인적인 글이다”라며 답을 거부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아 실제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구글 바드도 빙 챗봇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구글이 AI 윤리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이 바드 시연에 썼던 ‘피아노와 기타 중 어느 것이 배우기 쉬운가’라는 질문을 챗GPT에 물었더니, 챗GPT는 “일반적으로 피아노가 처음엔 배우기 더 쉬울 수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 바드는 구체적 판단을 피한 채, “어떤 사람은 피아노가, 어떤 사람은 기타가 더 배우기 쉽다고 이야기한다”고 중립적으로 답했다.

AI챗봇 경쟁은 검색엔진뿐 아니라 다른 AI 기반 서비스로도 확대되고 있다. 향후 챗GPT나 바드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생성 AI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01억달러(약 12조92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생성 AI 시장은 연평균 34.6%씩 성장해 2030년엔 1093억7000만달러(약 139조9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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