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의 몰락...'코워킹' 산업의 미래는?

위워크 로고

모두가 잘 알듯이 '위워크'가 몰락했다. 한때 시가총액 470억달러(약 60조원)를 자랑했던 글로벌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연방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식이 전해지며 위워크 주가는 빠르게 곤두박질쳤고, 이제 시가총액은 5000만달러를 채 넘지 못한다.

운영 중인 일부 지점도 있으나, 위워크는 전 세계에서 운영했던 사무공간을 하나둘씩 폐쇄하고 있다.

위워크의 몰락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이를 바탕으로 배우 앤 해서웨이와 자레드 레토 출연의 드라마 '우린 폭망했다(WeCrashed)'가 만들어질 정도다.

'위워크'라는 이름은 대중의 마음속에 큰 존재를 차지한다. 마치 '클리넥스'사가 '티슈'의 대명사이듯, '구글'이 '검색'의 대명사이듯 위워크는 '코워킹('같이 모여서 함께 일한다'는 뜻)'의 대명사와도 같은 이름이었다.

이에 화제가 됐던 위워크 파산 소식은 코워킹 산업에도 파문을 일으켰다. 위워크가 최근 어려움이 봉착한 시기는 공유 오피스 산업이 조용하면서도 역사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록 위워크는 사라졌으나 코워킹에 대한 욕구는 남아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제 여러 기업들이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다.

위워크의 몰락

위워크의 몰락이 코워킹 산업 전반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을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위워크 몰락 그 자체에 있다. 위워크의 부동산 운영 방식은 실패 원인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성공한 다른 코워킹 기업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건물주들과 협력한다. 고정 수수료 혹은 회비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받는 대가로 자신들의 브랜드가 제공하는 편의시설과 멤버십 혜택을 제공하는 형태다.

이와 달리 위워크는 사무 공간을 직접 장기 임차한 뒤 빌려주는 방식으로 모든 멤버십 수익을 직접 다 챙기고자 했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장점도 많았으나, 위험도도 그만큼 높았다.

한창 정점을 달리던 시절 위워크는 전 세계 39개국에 777개 지점을 운영하 거의 19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었다. 이러한 부채의 대부분은 위워크가 회원들로부터 걷어 지불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기 임대 계약에 기반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면서 임대 사무 공간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고, 이에 위워크는 임대료를 지불할 자금줄이 말라버렸다.

하지만 단순히 코로나19만으로 위워크가 무너진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코워킹 기업 '세렌디피티 랩스'의 존 아레나스 CEO는 "위워크를 무너뜨린 건 코로나19가 아니라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90년대부터 코워킹 분야에 종사한 아레나스 CEO는 적어도 지난 2014년부터 위워크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해 온 인물이다)

"이 업계에 몸담은 지난 30년 동안 무려 4차례의 불경기를 겪었습니다. 코로나19까지 합치면 5번이네요. 그리고 장기 임대의 (계약) 주기는 이보다 더 깁니다. 불일치가 수밖에 없죠."

위워크의 공동 창업자이자 전 CEO인 아담 뉴먼은 위워크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또 몰락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코워킹 수요

한편 위워크는 몰락했으나, 전문가들은 코워킹 산업의 미래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본다.

미국 콜로라도에 기반을 둔 원격 근무 기업 '플렉스잡스'의 CEO이자 설립자인 사라 서튼은 코워킹이 일반화면서 공유 오피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서튼 CEO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하이브리드식 근무, 원격 근무를 왜 조직에 도입돼야 하는지 설명하고 설득해야만 했다"면서 "그러나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제 이러한 근무 형태는 자리 잡았으며, 기업들 또한 원격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공식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튼 CEO에 따르면 공유 오피스는 원래 프리랜서 혹은 집에 제대로 된 업무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은 원격근로자들에게 인기 있었다고 한다.

서튼 CEO는 이러한 수요도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현재 코워킹 업계는 기업이나 조직 수요에 더 기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격 근무 혁명 이후 사무실 규모를 줄이거나, 영구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하길 거부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서튼 CEO는 "코워킹 공간은 유연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계 맺기 등을 가능케 한다. 이는 외로움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그리움 등 원격 근무 환경에서 느끼는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원격 근무로 이뤄진 조직들은 현재 (유연한) 사무 공간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업 전략의 한 부분이 되고 있죠. 조직들은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팀원들을 같은 공간에 있게 해 코워킹 공간을 지역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근로자들 또한 코워킹 공간이 자신들의 새로운 원격 근무 환경에 점점 더 적합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추세다.

글로벌 코워킹 공간 기업 '리저스'의 모기업인 'IGW' 설립자이자 CEO인 마크 딕슨은 점점 더 많은 고객들이 이러한 공유 오피스 공간을 마치 체육관 회원권처럼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한 번에 이 공간을 이용하는 이들은 소수이지만,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면서 누릴 수 있는 특전 시설, 프로그램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딕슨 CEO는 원래 리저스의 고객은 재택 근무자가 많았는데, 이 중 100만 명에 이르는 많은 고객이 점점 더 물리적 공간보다는 "행정 업무도 대신해주고, 전화도 대신 받아주고, 관리도 대신 해주는" 리저스의 가상 오피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근로자들은 원하는 모든 건물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지난 몇 년간 상당히 성장하는 추세"라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에서 이러한 업무 형태는 전반적으로 점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특히 근로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기에 좀 더 효율적인 하이브리드 업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딕슨 CEO는 근로자들이 진실로 이를 원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코워킹 업계에 대해 이보다 더 낙관했던 적이 없었다면서, 위워크는 비록 파산에 이르렀으나, IWG는 기록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공유 오피스 업계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으며, 인기도 뜨겁다는 게 많은 코워킹 전문가의 설명이다

위워크의 빈 자리 메우기

이렇듯 코워킹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위워크의 몰락은 다른 공유 오피스 기업들에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나 근로자들의 선호 또한 변하고 있는 시점이다.

대부분 맥락에서 공유 오피스와 동의어로 사용되는 코워킹 업계에서 비록 위워크가 가장 이름을 알렸을진 모르지만, 이미 많은 기업이 수년간 이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그저 언론의 관심이나 논란 등이 적었을 뿐이다.

35년 전 설립된 리저스 또한 꾸준히 시장에서 존재감을 지켜온 이러한 기업 중 하나다.

딕슨 CEO는 IWG는 전 세계 120개국에 공유 오피스 4000곳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위워크와) 같은 업계, 분야에 있으나 방향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위워크는) 몇몇 도시에 매우 집중됐으나, 이와 달리 IWG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여러 도시에 펼쳐진 방대한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딕슨 CEO는 더 이상 근로자들이 원하는 건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사무공간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위워크가 처음 설립된 2010년만 해도 사람들은 카페 대신 일할 공간을 찾고 있었고, 위워크는 이러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오늘날 원격 근로자들은 도심에서 출퇴근하고 싶지 않아 하며, 자연스레 동네 생활권에 자리한 사무공간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세렌디피티 랩스'도 뉴욕 교외 지역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이와 비슷한 접근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튼 CEO는 자신이 지난 2007년 '플렉스잡스'를 설립한 이후 몇몇 사건이 터질 때면 전문가들이 유연한 근무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마리사 메이어가 야후 CEO로 재택무를 전면 폐지했을 때도 있었고, IBM이 원격 근무 정책을 철회한 적도 있었죠. 사람들은 그저 '원격 근무가 가능할 리 없어'라고 말할 이유를 찾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서튼 CEO는 위워크가 겪은 일련의 어려움과 몰락은 마치 데자와 같다고 말했다.

"이미 숫자만 봐도 코워킹 공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워크 때문에 이러한 숫자(수요)가 갑자기 감소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