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전기차 캐즘 ‘진행형’, 깎던 보조금 다시 유지 왜?

원승일 2026. 1. 15. 15:5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유지키로… 전환지원금 100만원 추가
기후부 “캐즘 지나 보급 확대 추세… 신차 출시 유도”
신차 중 전기차 비중 13.2% 그쳐… “보조금 유지 필요, 인상보다 축소”
올해 글로벌 전기차 성장 둔화 가능성도
미국은 보조금 폐지, 유럽은 내연차 전면금지 철회
내연차 교체, 연비개선 등 전략 필요 “탄소감축 전략 다각화”
전기차 충전.[연합뉴스]


정부가 전기자동차 구매 시 지급하는 보조금 정책을 올해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보조금과 함께 올해부터 휘발유나 경유차에서 전기차로 바꾸면 전환 지원금으로 최대 10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매년 100만원씩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해 왔던 정부가 왜 또 다시 지원책을 들고 나왔을까. 정부는 일시적 수요 정체를 뜻하는 전기차 ‘캐즘(Chasm)’에서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가 약 22만대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이른바 ‘전기차 주류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신차 대비 전기차 비중은 13.6%, 전체 등록 차량 대비로는 3.6%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탄소 감축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40%를 전기·수소차로 채운다는 목표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결국, 전기차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당분간 보조금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정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전기차로 바꾸면 추가 100만원… 중형 승용차 최대 680만원

올해부터 휘발유나 경유차에서 전기차로 바꾸면 최대 100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원단가가 작년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전기 승용차 보조금 300만원이 그대로 적용된다. 내연차를 전기차로 바꿀 경우 최대 400만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중형 전기 승용차 구매 시에는 최대 68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새해 첫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6년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 단가는 작년 수준으로 유지되고, 전환지원금이 신설됐다. 기존 내연차를 폐차 또는 판매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경우 추가로 최대 100만원이 지원된다.

전환지원금은 최초 출고 이후 3년 이상 지난 내연차가 대상이다. 현재 저공해자동차로 분류되는 하이브리드차는 제외된다.

올해부터 그간 국내 출시된 전기차 모델이 없었던 소형급 전기승합차와 중·대형급 전기화물차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소형급 전기승합차는 수송능력을 고려해 승차정원 11~15인, 크기 7m 미만 차량이 대상이다. 중·대형급 전기화물차는 최대 적재량 1.5~5톤, 대형급 최대적재량 5톤 이상 차량이 대상이다.

소형급 전기승합차는 최대 1500만원, 중형급 전기화물차 최대 4000만원, 대형급 전기화물차 최대 6000만원을 각각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이와 별도로 어린이 통학용 전기승합차는 소형급 최대 3000만원을 지급하는 기준도 새로 마련됐다. 중형급은 시장 상황과 타 차종 형평을 고려해 지원규모를 최대 1억원에서 8500만원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전기차 보급대수 추이와 연간 신차 등록대수 중 전기차 비중.[기후에너지환경부]


◇ 신차 중 전기차 비중 13.2%… “보조금 유지 필요, 인상보다 축소”

이 같은 보조금 개편안은 전기차 보급 확대 추세를 이어가고,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를 유도하기 위한 취지란 게 기후부 설명이다. 조속한 전기차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다시 강력한 보조금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는 지난해 전기차 보급대 수가 약 22만대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국내 전기차 시장이 2023~2024년 수요 정체기를 지났다는 판단이다.

서영태 기후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전기차 누적 보급대 수가 올해 1월에는 1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하듯 전기차가 주류가 될 때까지 보조금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지원 단가를 매년 100만원씩 감축해왔다. 전기차 보급을 늘리려면 보조금 지원 대상을 늘려야 하는데 한정된 예산에서는 단가를 낮추는 수밖에 없었다. 국내 전기차 업체들이 자체 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려는 의도도 깔려있었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다. 지속된 전기차 화재에 충전 인프라 불편, 중고차 가격 하락 등으로 전기차 보급은 정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실제 지표로 보면 전체 등록 차량 대비 전기차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연간 신차 보급대 수 중 전기차 비중도 13.2%에 그쳤다. 2030년까지 신차 판매 중 전기·수소차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정부는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40%가 될 때 ‘전기차 주류화’ 달성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전기차 보급 확대 속도가 보조금 단가 인하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가 올해 보조금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전환 지원금까지 신설한 주된 이유다. 서 정책관은 “전기차 주류화가 될 때까지 보조금 단가 유지가 필요하다 봤다”며 “상황을 살펴보며 보조금 설정을 연동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보조금을 유지하되 향후 인상 보다 축소 쪽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난해 전기차 차종별 보조금.[기후에너지환경부]


◇보조금, 국내차가 더 높은데… 판매량, 수입차 더 많아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탄소 감축량이 큰 차량일수록 보조금 혜택도 높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지방 보조금으로 나뉜다. 여기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 가치, 정부가 정한 혁신 기술 채택 여부, 급속충전기 설치 개수, 제조사의 저공해차 보급 목표 달성 여부와 보험 가입 여부 등을 고려해 최종 산정된다.

전기 승용차 기준으로 올해 국고 보조금은 중·대형 최고 580만원, 소형 이하 최고 530만원 등이다. 아울러, 국내 완성차 업체가 생산한 전기차가 외국 수입산 전기차보다 보조금이 높다.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유럽 등 주요국들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기본적으로 자국 업체의 전기차 판매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다.

전기 승용차 보조금 지급 현황을 보면 지난해 기준 기아 EV5는 보조금 620만원을 지원, 실거래가는 3700만원이었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715만원을 지원해 4300만원에 거래됐다.

이와 달리, 테슬라는 보조금 232만원에 실거래가 6000만원, 중국 BYD는 157만원에 실거래가 3000만원으로 국내차보다 보조금 규모가 낮았다.

하지만, 보조금 차등화 정책에도 국내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 등 수입차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심이 크다.

지난해 전기차 시장을 잠식한 것도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지난해 5만5594대를 판매, 전년(2만9750대)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리며 수입 전기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모델 Y는 전체 전기차 모델 판매 1위에 올랐다.

작년 한국 전기차 시장에 첫 진출한 중국 BYD도 5000대 이상 판매 기록을 세웠다.

결국 국산 전기차 판매를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보조금 지원책으로는 한계가 있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기술 향상 그리고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서 정책관은 “테슬라는 AI가 주변도로 환경을 인지하고 시내 주행까지 가능한자율주행으로 기술을 선점하며 전기차 시장을 견인했다”며 “중국도 신차의 전기차 비중이 50% 이상으로 가격 경쟁력에 수요가 뒷받침되는 ‘규모의 경제’에 우위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예상… 연비 강화 등 전략 다각화

최근 전기차 양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 등 친환경차 정책 후퇴, 보조금 축소 등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나라도 전기차 보조금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과 가격 경쟁력 향상을 통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보조금 효과가 사라지면 전기차 실구매가가 올라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연합(EU)도 오는 2035년부터 내연차 판매 전면 금지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철회된 상태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시장 변화에 따라 가격 전략과 제품 다변화와 함께 내연차 교체, 연비 개선 등 전략적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기차 보급 확대만으로는 단기간 내 탄소감축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준하 한국자동차연구원 기술정책실 연구원은 “전기차 등 특정 차종에 대한 정책 편중보다 실질적인 배출 저감 수단을 폭넓게 활용하는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하이브리드 활성화, 노후차 조기 교체, 연비 기준 강화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 정책관도 “전기차 보급사업 조기 개시로 시장을 연초부터 활성화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업계와 지자체에서도 수송부문 탈탄소 전환 이행을 위해 전기차 보급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노력을 해 달라”고 말했다.

세종=원승일 기자 won@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