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의 맛, 렉서스 LX700h

"이렇게까지 오프로드 성능에 진심인 이유가 무엇일까?" 신형 렉서스 LX700h를 만나며 든 의문이다. 럭셔리 SUV를 표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거친 오프로드보다 도심이나 장거리 여행에 더 쓰임이 많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에 대해 LX 개발 요코오 타카미 수석 엔지니어의 답은 간단했다. "'세상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고급스럽게'라는 것이 LX의 개발 철학이다. 그 신뢰성과 내구성,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전동화 차량이라 해서 결코 타협할 수 없다"는 것. 말하자면 원칙과 신념의 문제라는 얘기다. 엔지니어의 자세를 보면 어느 정도 차가 보인다. LX700h는 과연 어떤 차일까?

렉서스코리아는 LX700h를 한국 시장에 론칭하며 시승회 장소로 강원도 인제의 오프로드 코스를 잡았다. 처음부터 오프로드 성능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코스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일본에서 직접 전문가들이 와서 손봤다고 하니 보통 정성이 아니다. 처음 만난 LX700h는 앞모습을 가득 채운 대형 스핀들 그릴이 좀 과하다 싶을 만큼 압도적인 인상이다. 자세히 보면 프레임이 없는 구조로 입체적이다. 냉각 성능도 감안했다. 역동적인 보닛 디자인은 운전자의 시인성과 차의 경사 감각을 고려했다. 측면에서 보면 균형이 잘 잡혀 있고 뒷모습은 모던하다.

디 올 뉴 LX 700h는 기존 래더 프레임을 리뉴얼한 새로운 GA-F 플랫폼을 채택했다. 전통적인 바디 온 프레임(Body-on-Frame) 구조다. GA-F 플랫폼은 중심을 낮추고, 경량화와 차체 강성 향상에 중점을 두었다. 온로드 및 오프로드 주행 질감 개선이 목표다. 차체는 커졌지만 2850mm의 휠베이스는 그대로 유지했다. 1996년 데뷔한 1세대 LX부터 지켜온 수치다. 휠베이스를 키우지 않은 이유는 여유로운 실내 공간과 수준 높은 오프로드 성능을 양립하는 '황금 비율'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특징이다. 기존 렉서스 LX600은 V6 3.5L 트윈 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얹고 있다. LX700h는 이 형식을 그대로 두고 자동변속기 앞쪽에 클러치가 포함된 모터 제너레이터(MG)를 추가한 구조다. 하이브리드 제어 시스템은 엔진 모드와 모터 전용 모드 사이의 전환을 지능적으로 관리해 주행 조건에 따라 성능을 최적화한다.

또한, 알터네이터와 스타터를 표준 장비로 얹었다. 만약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고장나더라도 스타터로 엔진을 시동한다. 알터네이터로 발전한 전력을 12V 보조 배터리로 공급해 엔진만으로 주행을 계속할 수 있다. 이 기능도 렉서스 최초다. 모터 제너레이터가 추가됨에 따라 파워트레인 무게도 늘어났다. 이를 수용하기 위해 전용 크로스 멤버가 추가됐다. 단면과 판 두께를 최적화하고 특히, 3번 크로스 멤버를 새롭게 설계해 엔진 모델과 동일한 최저 지상고를 유지했다. 능동형 차고 조절 서스펜션은 최저 27mm에서 최고 103mm까지 총 4간계 설정이 가능하다. 시내 주행에서 부드럽고 커브에서 단단해지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승차감을 돕는다. 오프로드에서 경사로 집입 및 탈출 시 차고가 자동 조정된다.

트랜스퍼를 돌려 로 레인지에 맞추고 소형 경사로를 오른다. 능선에서는 시야가 하늘을 향하므로 노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때 4개의 카메라가 상단 모니터를 통해 전방 상황을 보여준다. 하단 모니터에서는 차체의 기울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가파른 내리막에서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DAC)를 사용할 수 있다.

이어서 도강 코스가 나타난다. 수심이 꽤 깊어 보이지만 이 차의 도강 능력은 700mm나 된다. 렉서스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하며 고심한 부분으로 내연기관 모델과 같은 수준을 목표로 했다. 이 역시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 후방 플로어에 탑재된 메인 배터리 본체를 방수 트레이로 패킹해 도하 성능을 확보했다. 만약 물이 샐 경우 감지 센서가 즉각적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울퉁불퉁한 바위 길에서 크롤 컨트롤(Crawl Control) 모드를 사용해 본다. 5단계 최저 속도로 조절할 수 있으며 스티어링 휠만 잡아주면 자동으로 나아간다. 휠스핀과 락업을 최소화하며 안정성을 확보해준다. 오프로드에서의 저속 크루즈 컨트롤 기능인 셈이다. 또한 턴어시스트 기능도 포함된다. 뒷바퀴를 잠궈 회전반경을 짧게 만들어 주는 기능으로 움직임이 유연하다. 폭이 좁은 곳에서 차를 돌려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준다.

미끄러운 진흙길에서 머드 모드로 바꾼다. 멀티 트레인 셀렉트는 오토, 더트, 샌드, 머드, 딥 스노, 록 등 6가지에 이른다. 그야말로 발생 가능한 모든 노면 상황에 대응한다. 한쪽 바퀴가 지면에 닿지 않는 구간에서 디퍼렌셜 락 버튼을 눌러 손쉽게 탈출한다. 통나무 구간을 지나 경사로에 접어든다. 이 차의 등판각은 45°이고, 경사각은 44°다. 30°로 설계된 경사로를 안정적으로 통과한다. 30°라고 해도 실제로는 꽤 아슬아슬해 보인다. 등판로에서 크롤 기능의 유용성을 다시 확인한다.

인상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마치고 온로드에 오른다. 조금 차분해진 기분에 실내가 찬찬히 밝아진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구성, 물리 버튼이 많은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어깨선이 낮아 좌우 앞 넓은 창으로 시야가 탁 트인다.

부드럽고 단단한 시트는 몸을 잘 잡아준다. 발밑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그리고 10단 자동변속기의 촘촘한 기어비가 부드러우면서 응답성 좋은 달리기를 뒷받침한다. 경쾌하게 속도를 높여나가는 구간에서도 비교적 낮게 rpm을 유지해 정숙함과 연비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마냥 순한 맛은 아니어서 액셀러레이터를 밀어붙일 때는 꽤 매운 맛을 보여준다.

 VIP 그레이드인 시승차의 뒷좌석에 잠시 타본다. 앞 시트를 밀어내고 시트를 뒤로 젖히자(리클라이닝 각도 최대 48°) 발 뻗고 눕는 자세가 된다. 안락함의 수준이 대형 럭셔리 세단과 다름없다. 어쩌면 그 이상이다. 오프로드에서도 잠들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주행의 맛은 확실히 오프로드에서 돋보였지만 온로드도 예외는 아니다. 짧은 만남이었으나 LX700h는 기대 이상의 성능과 점진적인 변화의 가치를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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