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의 가능성 ‘0%’…골든글러브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사진 제공 = OSEN

프로참석러의 참석 이유

지난 화요일(9일)이다. 서울 롯데호텔이 붐빈다.

모델? 연예인? 훤칠하고, 멋지다. 깔끔한 정장 차림이 여럿 등장한다. 딱 봐도 시상식 분위기다.

그중 한 명이다. 최근 이런 자리에 유난히 자주 참석하는 인물이다. 그를 보도진이 둘러싼다. 즉흥 기자회견이 열린다.

기자 “오늘 수상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프로참석러 “0%로 보고 있다. 집도 가깝고 해서 그냥 마실 나온 기분으로 왔다.”
기자 “그래도 몇 표 정도 나오면 만족할 것 같나?”

참석러 “수상을 못 하는데, 몇 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기자 “대신 골든 포토상을 받는다고 하는데, 어떤 사진이 나올 것 같은가?”

참석러 “글쎄, 우는 사진이 걸리지 않을까?” (웃음)

기자 “이 상을 아직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욕심이 클 것 같은데.”

참석러 “그렇다. 다른 상들은 조금 받았는데, 이 상은 못 받았다. 오늘 다른 선수들이 받는 것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동기부여?”

참석러 “새로 시작한 계약이 앞으로 4년 남았다. 그동안 여기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게 목표가 될 것 같다.”

아마 짐작들 하시리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었다. LG 트윈스 박해민(35)의 문답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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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중견수, 13년간 수상 불발

잠실의 중견수다. 한국을 대표하는 외야수다.

그의 존재감은 천하가 안다. 영입 스토리가 유명하다. 차명석 트윈스 단장의 얘기다.

“2021년 준플레이오프 때였다. 두산 베어스와 시리즈였다. 3차전에 홍창기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나왔다. 모두가 안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정수빈이 잡아냈다. 말도 안 되는 수비였다. 거기서 기가 탁 꺾였다. 결국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우리도 그런 외야수를 갖고 싶었다.”

그해 겨울이다. 마침 박해민이 FA 자격을 얻었다. 차 단장이 앞뒤 가리지 않는다. 곧바로 직진이다. 드디어 계약서에 사인을 받았다. 4년간 60억 원의 조건이다.

논란이 컸다. 오버 페이라는 비판이다. 너무 많이 줬다는 말이다. ‘홈런도 못 친다. 똑딱이 아니냐.’ ‘그런 타자에게 너무 거액을 투자했다.’ 쯧쯧거리는 소리가 많았다.

4년이 지났다. 이제는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오히려 칭송이 자자하다. 트윈스 2회 우승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내야수도 아니다. 중견수가 이렇게 중요한 포지션인지. 그걸 입증한 사례이기도 하다. 팬들의 안목을 높여준 경우다.

그 정도로 뛰어난 수비력이다. 그런데 정작 골든글러브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데뷔해서 무려 13년 동안이다. 수상은커녕 근처에도 못 갔다. 3할, 도루왕을 차지한 2016년에도 실패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나. 스스로 ‘가능성 0%’라고 말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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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골든글러브 외야수 득표. 한국야구위원회 홈 페이지

KBO가 정한 수상 기준

물론 잘못된 것은 아니다. 기준에 어긋나지도 않는다.

‘각 연도의 수비, 공격, 인기도를 종합한 수상자를 투표인단이 선정한다. 시상일은 12월 두 번째 화요일로 한다.’ <KBO 표창규정 제14조>

그러니까 포괄적인 평가다. 수비만을 보는 게 아니다. 공격력이나 심지어 인기도까지 감안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숫자(기록)를 생각하게 된다. 화려한 외형을 중시하게 된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출범 초기(1982~83년도)에는 수비에 중점을 뒀다. 이후 규정이 변경된다. 그러면서 베스트 10, 혹은 올스타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게 됐다.

다른 리그는 그렇지 않다. 미국(MLB), 일본(NPB), 대만(CPBL)은 수비 잘하는 선수가 받는다.

이유는 뻔하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다. 왜? 상의 이름이 그렇다. 골든글러브다. 영어로 하면 ‘GOLDEN GLOVE’다. (MLB는 골드글러브) 트로피도 글러브 모형이다. 금빛으로 번쩍인다.

말하자면 이런 얘기다. KBO 리그만 달라졌다. 어감이 이상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변질됐다.

이런저런 짐작은 있다. 연말 시상식 아닌가. 주최 측의 입장도 이해된다. 아무래도 스타들이 많은 게 낫다. 그들의 인기가 필요하다. 리그의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있다. 수상자 선정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자격이 있느니, 없느니. 엉뚱한 표가 나오니. 하며 시끄럽다.

특히 수비의 경우는 애매하다. 기준이 모호하다.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따라서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 차라리 공격력이 확실하다. 뚜렷한 기록이 드러난다. 기왕이면 인기도 감안하자. 그런 구상이 아닐까. 그런 추측도 가능하다.

올해 올스타전 때 모습. 사진 제공 = OSEN

추구하는 가치는 다양해야 한다

2년 전 이맘 때다. 낭보가 전해졌다. 김하성의 골드글러브 수상 소식이다. 당시는 샌디에이고 주민일 때다.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수비 잘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뽑혔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일본인 내야수 중에도 없었다. 아시아 출신으로는 최초라는 영예를 안았다.

수상한 포지션은 유틸리티다. 유격수, 2루수, 때로는 3루수까지 소화하며 눈부신 솜씨를 보여준 덕이다. MLB.com은 “다재다능한 내야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경쟁자가 쟁쟁했다. 무키 베츠 같은 전국구 스타가 있었다. 토미 에드먼(이상 다저스) 같은 슈퍼 유틸리티도 포함됐다. 아마도 KBO와 같은 기준이었다면. 공격력과 인기도까지 감안한 투표였다면. 결과는 바뀔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국 골드글러브의 출발은 상업적이었다. 용품 제조사인 롤링스가 만든 상이다(1957년). 아무래도 브랜드 홍보 목적을 부인하기 어렵다.

수상자에게는 자사 제품을 제공한다. (골드글러브) 인증 마크를 새겨 특별 제작한 모델이다. 선수들에게는 자랑거리다. 경기 중에 사용하는 게 관례처럼 됐다. 물론 김하성도 마찬가지다.

사실 기준은 정하기 나름이다. 상 주는 사람 마음이기도 하다. 다만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냐는 반문이다.

리그가 추구하는 가치는 다양해야 한다. 깊이가 필요하다.

호쾌한 홈런에는 환호가 쏟아진다. 멋진 안타에 갈채가 나온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그림 같은 장면은 감탄을 부른다. 실제로 경기의 승패에도 결정적이다. 당연히 평가받고, 수상의 기준이고, 대상이어야 한다.

그런 곳이 더 균형 잡힌 리그다. 더 수준 높고, 볼만한 리그다. 커미셔너와 그 사무국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이다.

박해민 같은 중견수의 수상 가능성이 제로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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